‘금거북이 의혹’ 이배용, 4줄짜리 입장문 남기고 줄행랑…“상상 이상”

이혜영 기자 2025. 9. 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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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초대 국가교육위원장 이배용, ‘매관매직’ 논란 속 불명예 퇴진
특검 소환 불가피…李 위원장 “송구스럽게 생각, 성실히 소명하겠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9월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매관매직' 의혹으로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검)의 강제수사를 받게 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결국 자진 사퇴했다. 각종 논란과 함께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에 올랐던 이 위원장은 국민 앞에 '송구, 유감' 등 단 4줄짜리 짧은 입장만을 전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조만간 이 위원장을 소환해 매관매직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1일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전한 입장문에서 "저는 오늘 국가교육위원장을 사임하고자 한다"며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사실 여부는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던 이 위원장은 국가교육위를 통해 사의 표명 입장문만 전달한 채 불참했다. 

이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에게 10돈짜리 금거북이(현 시세 기준 650만~700만원 상당)를 건넨 의혹을 받는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28일 이 위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 위원장은 압수수색 이튿날인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연가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도중 "이 위원장이 참석했다면 신상 발언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모친 최은순씨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금고 안에 있던 금거북이를 발견했다. 특검팀은 금거북이와 함께 이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를 확보, 추가 조사를 거쳐 금거북이를 건넨 인물을 이 위원장으로 특정했다. 이 위원장 역시 김 여사 측에 금거북이를 건넨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 상황이다. 

특검은 이 위원장이 김 여사 측에 금거북이를 건네며 인사 청탁을 했고,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으로 임명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역사학자로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후 박근혜 정부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9월 친일 인사 옹호를 비롯한 왜곡된 역사관 등 여러 논란과 교육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을 장관급인 국가교육위원장에 임명했다.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무능·파행·부패…국가교육위 만신창이 만들어"

미래 세대를 위한 청사진을 만들겠다며 대통령 직속 교육 기구의 수장에 올랐던 이 위원장은 그러나 3년 간 반복된 국가교육위원회 파행의 출발점이라는 거센 비판 속 '금거북이 의혹'으로 교육계 이력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정대화 국가교육위 상임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결국 이렇게 끝나버렸다"며 "결말이 이렇게 난폭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3년 임기 내내 갈등하고 대립했지만 부패 문제가 결말인 것은 상상 이상"이라고 이 위원장을 직격했다. 

정 상임위원은 "(이 위원장이 낸 입장문에) '송구하게 생각하고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표현은 특검의 압수수색과 언론의 관련 보도에 특별한 의견이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며 "지난 3년간 국가교육위원회 파행에 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전례가 없는 장관급 고위직 매관매직 의혹 사건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무능·파행·매관매직·부패의 회복할 수 없는 만신창이로 만들고 떠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에서도 이 위원장의 매관매직 의혹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다. 

김태준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은 이 위원장 대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가교육위와 관련해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상임위원은 '이 위원장이 국민 앞에 나와 직접 입장을 얘기해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위원장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말씀하신 것을 논의해서 (이 위원장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금거북이로 국가교육위원장을 사고파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안 할 일이다. 위원회 차원의 입장문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황정아 민주당 의원 질의에 김 상임위원은 재차 유감을 표하며 "이른 시일 내에 국가교육위 회의를 해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소속 한병도 예결위원장은 "이 위원장은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고 오늘 심사에 무단으로 불출석했다. 국민을 무시하는 것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여야 간사에게 이 위원장의 예결소위 출석 조치 등을 협의해달라고 했다.

이 위원장에 대한 특검팀의 소환조사도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아직 이 위원장 측에 출석 일정을 통보하지는 않은 상태다. 김형근 특검보는 "(이 위원장에 대한) 소환 조율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며 "필요한 부분은 우리가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매관매직 의혹을 정조준한 특검팀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을 2일 오전 10시, 이 회장의 맏사위인 검사 출신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같은날 오후 2시 차례로 소환한다. 두 사람에 대한 대면조사는 지난달 11일 서희건설 사옥 등을 압수수색한 지 3주 만이다.

이 회장은 최근 특검팀에 2022년 3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포함한 1억원 상당의 고가 장신구를 김 여사에게 건넸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맏사위인 박 전 비서실장의 공직 취업 인사 청탁과 함께 선물을 건넸다고 시인했다. 실제로 박 전 비서실장은 금품이 건네진 이후인 2022년 6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김 여사와 관련한 매관매직 의혹 중심에 선 이봉관 회장과 이배용 위원장은 나란히 국가조찬기도회 회장과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김 특검보는 "특검 수사의 본질은 선출되지도, 법에 의해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사인(私人)이 대통령실 자원 이용해 사익을 위해 대한민국 법치 시스템을 파괴한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라며 김 여사를 비롯해 매관매직 의혹 관련 인물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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