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흉악범죄' 비상등 켜졌다… "감시보단 안전망 확충 필요"

범죄를 저지르는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이들이 벌이는 범죄도 사제총기 살인, 방화 등으로 흉악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행 배경에 사회적 박탈감과 좌절감이 있다며 취약계층을 조기 발굴하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령층 피의자가 꾸준히 늘어났다. 60대 이상 범죄자는 △2022년 21만 2765명(17%) △2023년 22만2336명(17.8%) △2024년 23만8882명(18.7%) 등으로 숫자와 비중 모두 오름세다.
지난해엔 통계 집계(2011년) 이래 처음으로 19~30세 비율(18.3%)을 앞질렀다. 20대와 40·50대가 지난 5년간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강력 범죄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도 상승세다. 2020년 60대 이상 강력범죄 피의자(3326명)는 전체 피의자 12.4%였는데, 지난해엔 15.7%였다. 지난해 살인 혐의 피의자는 모든 연령층 중 60대 이상이 가장 많았다.
최근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강력 사건 역시 60대 이상 고령층이 저질렀다. 인천 사제총기 사건 피의자는 62세로 아들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자택에 폭탄을 만들어 설치했다. 67세의 지하철 5호선 방화범은 주말 아침 기름통을 지하철 안에서 붓고 불을 질렀다. 이들은 가정불화와 경제적 빈곤 등 개인적 이유를 빌미로 다수 시민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를 계획했다.
술김에 벌인 말다툼에 흉기를 꺼내 드는 사건도 60대가 피의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A씨(60대·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지하철 2호선 자양역 인근에서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A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사건 당일 그는 피해자와 말다툼하다 피해자 목덜미를 흉기로 찔렀다. 음주 상태였던 A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정확한 범행 이유를 진술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범죄가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로 사회적 박탈감을 꼽았다. 또 은퇴 연령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의 절대적인 인구수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장현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긴장 이론'이 작용했을 수 있다"며 "분노하면서 술에 의존하게 되면 자제력이 떨어지니 폭력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장 교수가 언급한 긴장 이론은 사회가 문화적으로 장려하는 목표와 현실적 수단 사이 괴리가 발생하면서 범죄 등 일탈 행위를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직장 생활할 때는 가정 내 갈등이 잘 보이지 않지만 (은퇴 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정불화에 더 많이 노출되고 갈등을 빈번히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예전에 비해 고령층의 신체적 연령이 훨씬 젊어졌기 때문에 (그 위치가)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노를 대중에 표출하는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층을 조기에 발굴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촘촘히 작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전에는 자책하거나 위축되는 삶을 살았다면 최근에는 사회적 불공정함을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높아졌다. 하나의 모방범죄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노인 상담 전화 등 심리 상담을 적극적인 지원하고 노인 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 경제 복지 정책과 일자리 창출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선제적으로 상담을 제공하는 등 개인의 화가 (극단적인 방향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개개인에 대한 감시 체계를 극대화하기보다는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해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체계를 갖추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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