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건희의 야욕과 백재권의 관상

조성식 전문위원 / 전 신동아 기자 2025. 9. 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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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도(2025.8.22)에 따르면, 2023년 7~9월 김건희 씨와 연락한 사람은 81명. 그중 가장 긴 시간 통화한 사람이 역술인 백재권 씨였다. 모두 13차례 4시간 26분 48초 동안 통화했다고 한다. 관상가이자 풍수가인 백 씨는 대통령실 관저 선정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실제로 경찰 수사 결과 2022년 3월 관저 후보지인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본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이전 TF팀장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부팀장이던 김용현 경호처장이 동행했다. 백씨는 군사시설보호법 및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경찰은 백씨의 출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군사시설을 침범할 목적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역술일 백재권 씨 (사진 : 본인 제공)

김건희와 가장 긴 시간 통화한 역술인 백재권 

김건희 씨와 그토록 가깝게 지낸 백재권 씨는 누구인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말, 백 씨를 만나 2시간여 동안 인터뷰한 적이 있다. 백 씨에게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인 2018년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만나는 자리에 그가 동석한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였다. 특히 심 기자는 공저 <윤석열과 검찰개혁>을 통해 세 사람이 2018년 11월경 서울 인사동에서 술자리를 가진 정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다만 백 씨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인터뷰에서 백씨는 당시 인사동 회동에 대해 묻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고객의 프라이버시 문제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 7월 <오마이뉴스>에 “‘천공 대체자’ 백재권, 윤석열-홍석현 회동 동석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대통령 관저를 방문한 사람은 천공이 아니라 백 씨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알려진 직후였다. 묘하게도 김 씨와 백 씨 간 집중적인 통화가 시작된 시점과 겹친다.

풍수나 관상은 ‘사실’이 아닌 ‘믿음’의 영역이다. ‘미신’이라는 세간의 부정적 평과 별개로 과학이 고도로 발전한 지금도 건재한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이른바 권력자나 재력가 중에는 중대사가 있을 때 풍수가나 관상가의 의견을 참고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백 씨는 인터뷰에서 “주로 정치인이나 기업인, 사업가 등을 만나는데, ‘비중 있는 인물’은 관상 뿐 아니라 집터나 조상 묘 등 풍수지리도 살펴본 다음에 평가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관상 칼럼으로 유명해진 백 씨는 정치권에서 꽤 알려진 인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오랜 친분이 있는 그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씨를 만나 관상을 봐준 적도 있다. 20대 대선 때는 언론매체를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당선을 공개적으로 예언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백재권, "윤석열과 김건희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

인터뷰에서 백 씨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해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며 “관상 궁합도 좋고 실제로도 좋은 궁합”이라고 말했다. 그의 관상평을 들어보면, 김 씨가 왜 그토록 백 씨에게 의존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백 씨는 김 씨에 대해 “해석하기 힘든 관상”이라면서도 “결론적으로 대단히 좋은 관상”이라고 호평했다. “귀함이 있고, 윤 대통령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데는 김건희 도움이 컸고, 김건희는 윤석열을 만나 큰 권력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백 씨가 김 씨를 두고 “장점이 많은 분”이라고 하기에 “그간 제기된 의혹을 보면 김 여사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지 않나”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내가 그런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 여기서는 그냥 사람만 분석하자. 오해받을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데, 그분의 장점은 세상을 보는 안목이 높다는 것이다. 젊어서 실수도 했지만, 세상 보는 눈을 타고났다. 그리고 고귀한 상이다. 고귀한 사람은 험한 꼴을 안 당한다. 명예도 올라간다. 공작상의 특징이다. 악어는 권력만 있지 귀함이 없다. 김건희가 그걸 보충해 준다.”

백 씨는 2017년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활약한 윤석열 대전고등검찰청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되자 중앙일보 칼럼에서 “윤석열은 악어상”이라고 평했다. “썩은 고기, 전염된 고기 등 부패한 물고기를 뼈까지 통째로 먹어 치워 강을 정화한다”면서. 그 칼럼이 계기가 돼 그해 가을 지인의 주선으로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2019년 6월 검찰총장 임명을 앞두고는 최종 후보 4명 중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유력하다는 칼럼을 썼다. 악어 예찬론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악어’를 앞세우면 국정 동력을 잃지 않고 추진하는 일에도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윤석열은 시대가 원하는 관상을 지녔다. 세상이 악어를 부르고 있다.”

인터뷰에서 백 씨는 20대 대선 당시 불거진 김건희 씨의 허위 학력, 경력 의혹에 대해 “설사 그런 의혹이 사실로 인정돼도 별문제가 안 될 것”이라면서 감쌌다. 주가 조작 연루 혐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내가 잘 모르니 뭐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주가 조작이든 허위 이력이든 사실이라면 어느 정도 비난을 받아야겠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권력과 파멸은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를 떠올리게 한다. 스코틀랜드 영주 맥베스는 세 마녀의 칭송과 왕이 된다는 예언에 고무돼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후 죄책감과 살해 위협으로 악몽에 시달린다. 게다가 부인은 미쳐 자살한다. 맥베스는 다시 세 마녀를 찾아가 죽음을 피할 수 있을 듯한 예언을 받아내지만,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윤석열,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희귀한 관상"

윤석열-김건희 부부 주변에는 많은 역술인, 무속인이 있었다. 백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백 씨는 인터뷰에서 천공, 건진, 무정 등을 가리켜 “장사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된 천공을 두고는 “사기꾼”이라는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많은 풍수인이 오래전부터 용산 터가 좋다고 말해왔는데, 마치 자신이 처음 말한 것처럼 대중을 속였다는 취지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관상과 풍수를 과학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이비’들과의 차별성을 내세웠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맥베스처럼 무모한 절대권력을 꿈꾸는 데 그도 한몫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은 자연스럽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오르고 대권을 거머쥐기까지는 언뜻 백 씨의 ‘관상 예언’이 실현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후 끝없는 추락과 비극적 파멸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근원적으로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예언이었다. 어쩌면 백 씨는 이렇게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권력을 차지하는 귀한 관상이라고 말해줬을 뿐 그것을 야욕으로 키운 건 당사자 책임이라고. 더욱이 파멸까지 내가 책임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과연 그럴까?

백 씨는 2023년 6월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을 가리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희귀한 관상”이라며 “국가에 큰 공적을 남긴다”고 예언(?)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해괴하기 짝이 없는 불법 비상계엄을 일으켰다가 실패함으로써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하게 하고, 검찰권력의 위험성과 검찰정권의 야만성을 온몸으로 드러냄으로써 많은 국민에게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으니 말이다.

뉴스타파 조성식 전문위원 / 전 신동아 기자 bluein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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