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에서] (261) 대구FC 사태로 본 시민구단의 현실
구단 전반 보완 전화위복 계기 필요
대주주 대구시 역할 무엇보다 중요

대구FC는 현재 프로축구 K리그에 참가하는 시민구단 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 구단이다. 시민구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시민 참여를 통해 지역 기반을 든든하게 구축했고 거기다 열정적인 팬 문화 형성, 독립적인 형태의 법인 운영 등으로 그렇게 평가받는 것이다. 그런 대구FC가 최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팀 성적 부진이 발단이 됐다. 지난 7월 27일 대구와 포항의 경기가 벌어진 대구FC 홈구장 iM뱅크파크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이날 관람석에는 대구FC 구단에 대한 항의와 비판을 담은 플래카드가 여러 장 걸렸고, 관람석에 자리한 일부 팬들은 경기 내내 검은색 티를 입고 응원했다. 이들은 대구FC 응원단인 그라지예 회원들로, 팀의 성적 부진에 실력 행사를 한 것이었다. 당시 대구FC는 그날 경기까지 포함해 13경기 무승(4무 9패)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급기야 구단은 며칠 후 성적 부진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했다. 시즌 종료와 동시에 조광래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혁신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팬들과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런데 대구FC 사태를 보면서 든 생각은 팀의 성적 부진을 과연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게 맞는 것이냐는 것이다. 시민구단이라는 한계가 근본 원인이 된 것은 아닌가. 현재 대부분의 프로축구 시민구단은 구단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연간 약 100억 원 안팎의 지자체 지원으로 운영된다. 그걸로 구단 살림살이도 꾸려야 하고 선수 훈련 및 영입 등도 해야 한다. 100억 원이 작지 않은 돈이긴 하지만 프로구단 한 팀을 운영하는 데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각 구단은 자체 수익구조를 만들거나 지역기업 스폰서 유치를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현재 대구FC의 지배구조(DART 공시)를 보면 대구시체육회가 12.57%, (주)아이엠뱅크가 9.19%이고 나머지 78.24%는 소액주주들로 돼 있다. 소액주주야 비율은 높지만 개미투자자일 뿐이다. 결국 대구시체육회가 최대 주주이고, 그 상위 기관인 대구시가 실제 운영 주체인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구단의 한 축이 엔젤클럽이다. 대구FC를 응원하는 시민이 모여서 만들어진 엔젤클럽은, 회원들이 소액주주로도 참여하며 후원금을 모아 연간 10억 원이 넘는 돈을 대구FC의 운영자금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지역의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소상공인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구단들과 비교하면 여러 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게 시민구단의 현실이다. 현재 K리그는 1,2부를 통틀어 전체 26개 구단의 절반이 넘는 14개 구단이 시민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시 단위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민구단 창단이 증가하는 추세라 한다.
프로축구 팀의 증가는 물론 축하할 만한 일이다. 선수들에게 직업선수로 뛸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주는 것이고, 팬들 입장에서는 운동장에서 여러 선수의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늘어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프로축구 전체 리그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본다면 마냥 기뻐만 할 일은 아닐 것이다. 프로스포츠는 종목 불문하고 현재 자본시장의 정점에 서 있다. 돈 많은 팀이 인기도 많고 성적도 잘 나온다. 그만큼 시민 구단은 설 자리가 좁아들고 있다는 말이다. 몸값 비싼(?) 선수를 데려올 처지가 안 되는 구단들이 언제까지 애향심에만 의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대구FC의 시즌 중 대표 사퇴라는 이번 파동은 대표 사퇴로만 끝날 일은 아니다. 구단 전반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전환위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팬들도 시민구단이라는 팀 성격을 고려해 단기 성적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대주주인 대구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크다.
박준우 온라인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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