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공천개입 논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대통령들

한기호 2025. 9. 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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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력 명멸·특검 때마다 공천개입 도마위
尹부부, 억대 대선 여론조사 무상 공여 의혹 등
공천거래 정황마다 영부인… 尹 사전 인지 관건
朴은 국정원 특활비로 靑 공천 여론조사 ‘덜미’
公的지위 이용, 물증 확실때 선거법 기소 전망
정권 교체돼도 당정일체론… 당무·공천 늘 ‘민감’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10년이 채 안 돼 대통령 탄핵과 특별검사 도입이 반복되면서 ‘대통령의 공천개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천개입과 관련해서는 2016년말부터 ‘윤석열 검사’를 투입한 특검 수사와 재판을 거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단죄된 첫 전례를 남겼다. ‘1호 당원’이라는 대통령이지만 당무개입과 공천개입은 이제 민감한 문제가 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전 대통령 시대에는 당무개입과 공천개입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박 전 대통령의 형사처벌 이후 이번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관련 죄목으로 수사받고 있다. 법적 신분이 민간인에 불과한 김건희씨의 경우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이 문제는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명 현 대통령도 비켜갈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사상 최초 대통령 부인의 공천개입 파문=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달 2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를 구속 기소했다. 적용된 혐의 중에는 국민의힘 관련 ‘정치 브로커’로 불린 명태균씨를 매개로 한 국회의원 후보 공천 개입,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한 통일교 간부 비례대표 공천 약속 의혹이 큰 줄기를 이룬다.

먼저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경선·본선 국면에서 명씨로부터 총 2억7000만원어치 공표·비공표 여론조사 58회를 무상 기부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공천개입과 관련해서는 2022년 6월1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른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공개한 통화 녹취엔 2022년 5월 9일 당선인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이 명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대선)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음성이 담겼다. 이후 김건희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명 선생님’ 민원 처리를 독촉했단 정황을 명씨가 지인에게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씨가 2024년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김상민 전 검사를 창원의창에 출마시키려 힘을 썼다는 의혹도 명씨 측의 통화록에 담겼다. 2023년 3·8 국민의힘 전대를 앞두고 건진법사 전씨를 통해 통일교 교인들을 집단 입당시켜 경선에 개입하게 하고 이를 대가로 통일교 2인자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23년 11월 전씨에게 “여사님(김씨)이 당대표 선거 지원 관련해 약속하신 건 유효하냐” 등 ‘대통령 당선 보답’ 독촉 문자를 보내자 전씨가 “인물을 추천해주면 될 것”이라고 답변한 내역도 불거졌다.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8월 민주평통 고위직에 통일교 인사를 임명한 배경도 의혹의 한 줄기다.

김씨의 공천·인사청탁 개입이 확인되면 ‘국정농단’으로 지탄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리적 쟁점은 별개일 수 있단 해석이 나온다. 김씨가 공무원이 아닌 데다, 윤 전 대통령과 금품수수와 청탁 이행 등 계획을 사전에 공유한 것으로 밝혀지지 않으면 ‘뇌물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달 6일 특검에 소환되면서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자칭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공천개입 첫 사례 朴 전 대통령은 ‘불법 여론조사’로 처벌=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명씨는 추가 수사 필요성이 있다”며 공모관계인 김씨를 우선 기소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천개입을 명목으로 사법처리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적잖은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우선 거대양당은 군부정권(박정희·전두환·노태우)부터 3김의 김영삼·김대중 정권까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하는’ 제왕적 리더십 하에 집권한 경험도 있다. 대통령이 선출직 공천에 관해 의중을 드러내는 정도가 아닌, 대통령이 실제로 공천권을 행사했던 시대였다. 다만 이를 사법적으로 단죄하지 않았을 뿐이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다. 노 전 대통령은 당정분리를 천명했고, 이는 대통령이 당무나 공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통용됐다. 노 전 대통령은 제17대 총선 직전인 2004년 2월 열린우리당 지지선언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소추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와 공직선거법 위반을 인정하되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법률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공천개입 문제로 형사처벌된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4·13 총선 당시 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2018년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당초 30억원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관련 뇌물·국고손실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는 2021년 국고손실죄 유죄 확정까지 다투게 된 부분이다. 친박계 후보자들의 당선을 위한 공천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이 별도 선고됐고, 2심에서 상고 포기로 조기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8년 11월 28일 선거법 47조(선거운동의 정의) 및 86조(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 255조(부정선거운동죄) 등 위반으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2016년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선임된 것에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고,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친박 당선을 위해 여론조사 등을 벌인 것도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에서 비롯됐단 게 법원 판단이다.

이 중 국정원 특활비에서 청와대로 전용(轉用)된 예산 중 5억원이 특정 예비후보 여론조사 비용으로 충당된 정황이 덜미를 잡혔다. 선거법 86조 2항과 3항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 정당·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조사·발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57조의6(공무원 등의 당내경선운동 금지) 2항에 따라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당내 경선에서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는 판단도 대통령에게 적용됐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경우 1일 현재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진 않은 상태다.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경선운동에 개입하는 행위를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모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선 보선 전략공천’의 경우 윤 전 대통령이 명문 규정이 없는 당선인 신분(2022년 5월 9일까지)일 때 연루된 정황이 혼재돼 사법적 판단이 명료하지 않을 수 있다.

당내 공천개입과는 거리가 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선거법 위반 등 1심 유죄 판단을 받았다가 최종 무죄 선고를 받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송철호 시장 당선)개입 사건의 경우 2심부터 직접적인 증거와 핵심 증인의 신빙성이 부족하단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 8월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에 참석한 박찬대(왼쪽부터)·정청래 당시 당대표 후보가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정청래 후보가 이재명 정부 첫 여당 대표로 선출됐다.<공동취재·연합뉴스>


◇‘윤심’ 뜨거웠던 국힘, ‘명심’ 달아오른 민주= 현직 대통령의 의중은 집권세력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곤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집권 1~2년차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축출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체리 따봉’ 문자, 2023년 3·8 전대 안철수 당대표 후보에 대한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아무 일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는 압박, 2023년 11월 ‘인요한 혁신위’ 출범을 통한 대통령 핵심측근 총선 불출마 요구까지 당무 개입 논란을 불렀다.

‘윤핵관’으로 불린 대통령 핵심 측근들은 ‘당정일체론’으로 윤심(尹心)을 밀어붙이려 했다. “미국은 대통령이 특정 대표 후보를 지지하고, 프랑스는 대통령이 명예당수로 활동한다”(고 장제원 전 의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 집권 이후로도 명심(明心)이 당·정 권력의 민감 요소로 떠올랐다. 민주당 8·2 전대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친명(親이재명) 핵심 박찬대 의원이 “자기를 내세우지 않을 사람”이라며 “한치의 오차도 없는 확실한 ‘원팀 당정대’”를 약속했다.

박 의원은 경선에 패배한 이후로도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우표 사진에 정치인 중 유일하게 등장하는 등 관심을 불러모았다. 4선 중진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역임으로 ‘존재감’을 쌓고, 당심(黨心)에서 압도한 정청래 현 민주당 대표는 경선 초기부터 ‘공천혁명’을 약속했다. 특히 “억울한 컷오프는 없어야 한다”며 “노컷 당대표”를 자임했다. 공천관리위를 사실상 단독 구성할 권한을 정 대표가 갖게 됐기도 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부터 대통령실과의 불협화음이 생긴다면 공천개입 시비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 다만 형사상 이슈로까지 번질지는 불투명하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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