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70대인데 왜 누군 취미생활 즐기고 누군 일상조차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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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수술이 잘 됐는데, 퇴원 후가 더 걱정이에요."
최근 수술받은 80대 환자의 가족이 한 말이다.
노쇠는 노년 환자의 기능과 예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단순히 수치로 표현되는 나이나 진단명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섬망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환경과 약물 조정을, 근력이 약한 환자에게는 조기 재활을, 영양 불균형이 있는 환자에게는 개별 영양 상담을 시행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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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M 고루 살펴야 삶의 질도 향상 가능
노쇠 정도 따라 병원 안팎 통합돌봄을

“아버지는 수술이 잘 됐는데, 퇴원 후가 더 걱정이에요.”
최근 수술받은 80대 환자의 가족이 한 말이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환자는 근력이 떨어져 혼자 걷기 힘들고, 밤마다 불안해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집에 가면 누가 돌봐드리죠?”라는 보호자의 물음은 많은 고령 환자 가족들이 공통으로 겪는 현실 고민이기도 하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환자의 건강 상태는 단순히 나이나 질병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75세라도 어떤 이는 활발히 생활하는 반면, 다른 이는 일상조차 힘겹게 버티며 지낸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노쇠’다. 노쇠는 노년 환자의 기능과 예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단순히 수치로 표현되는 나이나 진단명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필자는 원래 내분비·대사내과 전문의로 당뇨병 환자들을 주로 진료했다. 환자들을 보다 보면 당화혈색소가 정상 범위인데도 늘 피곤하고 기운이 없으며, 여기저기 아프다고 호소하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혈당은 괜찮은데 무엇이 문제일까’ 하는 질문은 결국 나이와 질병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노년기 건강의 복잡성을 보여줬고, 노인의학에서 말하는 노쇠라는 개념을 통해서야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 미국의료개선연구소(IHI)는 노인 진료에서 단순한 질환 치료를 넘어 네 가지 영역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안한다. △삶에서 중요한 것 △이동 능력 △약물 관리 △정신 기능으로, 이른바 ‘4M’이라 불리는 항목들이다. 이 영역들이 고르게 다뤄질 때 비로소 노인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이 의미 있게 향상될 수 있다.
개별 의사가 이 네 가지를 모두 충실히 다루기는 쉽지 않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인지 기능과 이동 능력을 함께 관리하려면 간호사와 약사, 사회복지사, 재활치료사 등 여러 직역의 협력이 필요하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선 ‘위드원(WithONE)’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65세 이상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노쇠 정도를 조기에 평가하고, 고위험군으로 선별되면 다학제 팀이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운다. 섬망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환경과 약물 조정을, 근력이 약한 환자에게는 조기 재활을, 영양 불균형이 있는 환자에게는 개별 영양 상담을 시행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퇴원 이후에도 가정간호나 지역사회 복지와 연계해 진료의 연속성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위드원은 아직 걸음을 뗀 단계이지만 고령 환자를 위한 새로운 의료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수술을 잘 마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자가 합병증 없이 회복해 수술 전 기능을 되찾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안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이런 통합 돌봄이 특정 병원의 실험적 시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노인 진료는 병원 안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의료와 복지, 가족과 사회가 함께 어깨를 맞대야 가능하다.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언젠가 환자이자 보호자가 된다. 노인을 위한 통합 돌봄은 결국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안전망이다. 더 나아가 누구든 나이가 들어도 존중받으며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앞으로 이런 체계가 정책적으로 뒷받침되고 전국 곳곳으로 확산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길이 모두에게 열리길 바란다.

백지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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