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락페’ 활발한데 제주는 예산 앞 휘청…지속가능한 축제 어떻게?

김찬우 기자 2025. 9. 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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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운 페스티벌 초석 쌓은 20년 스테핑스톤 올해 ‘미개최’

제주만의 특색을 갖추고 20년 동안 전국 관객들을 끌어들인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이 올해 예산상 이유로 개최하지 못하게 된 가운데 지속가능한 문화축제를 위한 토론장이 마련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고태민)가 주최하고 박두화 의원실이 주관한 '지속가능한 문화예술축제 제도와 여건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1일 오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20년 동안 제주 함덕에서 열린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축제로 20년 동안 자생하며 문화예술 변방으로 여겨진 제주에서 지리적 한계를 딛고 타 시도 관객을 끌어들이며 큰 획을 그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올해 페스티벌은 예산상 문제로 개최하지 않는다. 고정된 예산지원 없이 자발적인 후원과 참여로 이어져 왔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어려워져 개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20회째를 맞는 상황에서 취소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주최 측은 "예산도움을 준 기관 등의 예산삭감으로 현실적 제약이 많아 부득이 열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 첫 순서로 나선 김명수 (사)스테핑스톤 이사장은 "축제를 지키기 위해 달려온 아티스트와 관객, 그리고 자발적 후원으로 20년이라는 시간을 채워왔다"며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할까 고민해본 결과 중요한 게 민관 협력인 것 같다. 단순히 보조금을 주고 받는 구조는 문화적 자산을 깎아먹는 일"이라며 "민간 거버넌스를 구축하되 정말 정책적 파트너로서 존중하고 같이 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에 일본 밴드가 함덕 바다 사진을 찍고 스테핑스톤이라는 이름의 라이브 앨범을 냈다"며 "이런 네트워크를 계속 연결시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제주에 와야만 하는 그런 이유들을 계속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핑스톤은 그냥 축제가 아니라 제주의 문화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년간 약 300팀 이상이 왔다 갔다"며 "스테핑스톤은 디딤돌이라는 뜻이다. 초석을 놓고 20년을 견뎠으니 그 돌 위에서 함께 뛰고 놀아달라"고 덧붙였다.

다음 토론에 나선 김세훈 DMZ 피스트레인 운영 감독은 "지역에서 페스티벌을 만들어가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메시지와 특성을 가질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특히 지역 특성을 잘 담아 오랫동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제주는 4.3이나 해녀 같은 문화적 콘텐츠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자원이 너무 많다"며 "또 스테핑스톤 같은 페스티벌이 20년간 이어진 건 누구나 하기 어려운 축제의 원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축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수년간 녹여내는 그 브랜드 메시지와 핵심 자산, 역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콘텐츠를 만드는 민간과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지역, 그리고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상권과 지역사회가 공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마다 스테핑스톤 기간에 맞춰 제주를 찾고 싶어하는 육지 사람들이 많다. 이 지역에서 오랜 시간 만들어 온 민간의 콘텐츠와 제주만이 가진 특성, 관광지의 매력이 결합된다면 성공적인 지역 축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석 TGC(The Grateful Camp) 총괄 디렉터는 "스테핑스톤처럼 20년 동안 무료로 진행된 페스티벌은 기획자로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행정 지원도 없이 개인이 여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런데 올해 페스티벌이 무산된 것은 그 취약성이 드러나면서"라고 했다.

이어 "무료 페스티벌은 진짜 행정적 지원 없이 할 수 없다. 그래서 커뮤니티에서는 당연히 제주도가 도와주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개인이 하는 것이었냐는 반응이었다"며 "이에 축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거버넌스나 중장기적 지원 조례가 필요해보인다"고 주장했다.

좌희선 제주관광공사 연구조사팀장은 제주에서 대형 음악 축제를 육성할 때의 고민을 풀어냈다. 입찰을 통해 민간 기획사를 정해 행사를 개최하다보니 기획사 성향에 따라 행사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좌 팀장은 "또 예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체 후원을 알아봤는데 공공기관 행사에 대한 사기업 후원이 청탁금지법 또는 기부금품법으로 제한돼 행사 규모를 확대하는 데도 제약이 따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자체나 기업, 관광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제주형 민간 협력 거버넌스 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제주의 가치를 담은 콘텐츠를 강화해서 축제를 핵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봉설 제주콘텐츠진흥원 콘텐츠기반팀장은 "전국 지자체가 유명한 페스티벌을 만들어가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이 생기면 숙박이나 식음료, 유통, 쇼핑 등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스테핑스톤과 같은 뮤직 페스티벌이 있어 진흥원 음악창작소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뮤지션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라며 "지역 뮤지션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자부심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토론자 발언 이후 패널에서는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나서 "행정과 예술 현장 간 불협화음이 오랫동안 축적되면서 지속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자문기구가 아니라 사실상 거수기구로 전락한 문화협력위원회의 도의회 위원 추천 몫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산 지원 명목으로 모든 행사에 대해 관료들이 주도관을 갖고 있어 문제다. 그러나 이는 관료 개인이 아닌 제도의 문제"리며 "예술 현장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조례 개정 등이 필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 대표 밴드로 꼽히는 사우스카니발 리더 강경환씨는 "스테핑스톤 덕분에 일본 후지락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공연을 했다"며 "제주가 지역 뮤지션들이 전국, 그리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예산만 지원받았다고 좋은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게 아니라 좋은 뮤지션들을 만나 좋은 음악을 하고 성장하는 게 크다"며 "이번 행사도 열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취소돼 개탄스럽다. 또 민관 협력이 아니라 민이 주도하고 관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 "버스킹 공연 좀 그만 열면 좋겠다. 왜 자꾸 공연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나. 관광객들을 위해 소비되는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게 정말 속상하다"며 "단발성 가수들 좀 그만 불러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