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스튜어드십 코드 좌담회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이행기관 인센티브 필요”
전문가 “감독·정보공개 보완 시급”
“한국의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의 ‘합리적 무관심’에 직면해 있다.”
도입 9년째를 맞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여당 주최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수탁자책임 원칙)는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로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기업가치와 장기 수익률 제고를 도모하고, 이를 국민이나 고객에게 투명하게 보도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이다.

1일 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와 김남근 의원실은 국회에서 ‘스튜어드십코드 개선 및 이행 활성화 방안 모색 좌담회’를 열었다.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연구기관, 금융당국 전문가들이 참여해 제도의 현주소와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가 실질적인 제도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금융당국의 감독·지원 강화 ▲공시·보고 의무 확대 등을 과제로 꼽았다.
◇“한국 스튜어드십코드, 기관투자자들 무관심”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민간 운용사의 경험을 소개하며 기관투자자들의 제도적 제약을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한국의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의 ‘합리적 무관심’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기관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거래관계에 속해있을 수밖에 없는데 금융지주나 대기업에 속한 기관투자자들일수록 지주사나 관계사에 무형의 압력을 받으며 자유로운 주주활동에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2016년 도입됐지만, 기관투자자들이 경영권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기업 의사결정에 반대표를 던지는 경우가 드물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 영국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은 2014년 도입 후 세 차례 개정을 거쳐 기관투자자의 기업 대화 의무를 강화했고, 영국은 ‘투자자 보고 프레임워크’를 마련해 가입 기관의 연차보고서를 전면 공개하고 있다. 특히 2020년 개정에서 ‘ESG 요인 반영 여부’를 가입 요건으로 명시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팀장은 국민연금이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했지만, 기업들이 합병·유상증자의 목적을 추상적으로 공시해 지배주주 권한 강화 목적을 가려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좌담회를 주관한 김남근 의원은 “일본 공적연금(GPIF)은 다른 기관 투자자들과 연합해 독립이사(사외이사)가 3분의 1이 안 되는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집요하게 바꿔낸 사례가 있다”면서 “국민연금도 다른 기관 투자자들과 연합해 지배구조를 변화시킨 구체적인 기업 사례가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9년 간의 성과를 막연하게만 얘기하면 평가를 할 수도 없고 개선책을 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권고적 주주제안·인센티브 제공 필요”
전문가들은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채찍과 당근’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 연구위원은 “우수 참여기관을 시상하는 한편, 이행이 미흡한 기관은 참여기관에서 제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보고·공시 체계를 강화하고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부사장도 “우수 이행기관에는 인센티브를, 부실 기관에는 정정명령을 부과하고 일정기간 이상 정정되지 않을 경우 스튜어드십코드 탈퇴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구소 변호사는 주주제안 문턱을 낮추는 법 개정을 제안했다. 그는 “국내에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제안과 같은 관여할동을 적극적으로 하려 해도 지분요건이나 주주제안의 범위 문제로 인한 현실적 한계가 크다”면서 “미국처럼 주주제안 범위에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구속력 없이 이사회 권한과 재량을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주주 관여활동을 유도하는 제도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민주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 도입 등 논의”
당정은 현행 스튜어드십 코드제도의 한계점에 대해 공감하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최치연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과장은 “스튜어드십코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면서 “연기금을 포함한 주요 기관과 협력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여부에 대한 주기적 점검 등 세부 방안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의를 토대로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을 포함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코스피 5000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일본의 밸류업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지배구조 개선과 스튜어드십코드였으며, 핵심은 경영진이 주주를 진정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데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의 선의에만 기대 제도를 개선하는 게 아닌, 기관 투자자든 일반 투자자든 직접 참여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불균형한 윤동장에서 대화의 통로를 만들어 내는 게 포인트다. 이와 관련한 것들을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 감독 주체 선정, 인센티브 구조 설계 등 과제를 정책 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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