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가뭄’ 강릉... 농민 “벼 타들어간다”, 호텔 사우나·수영장 중단

유병훈 기자 2025. 9. 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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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에 지난달 30일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김봉래 강릉시농민회장은 "4일 전부터 오봉저수지에서 농업용수 공급이 아예 중단됐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말도 못 꺼내고 속앓이 중"이라면서 "채소는 살아남은 게 거의 없고, 벼도 열흘 뒤에는 말라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이 부족해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모노그램 강릉은 수영장·사우나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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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강원 강릉시 한 대파밭에 심어진 파가 말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극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에 지난달 30일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1일 현재 일반 가정에는 수돗물이 나오고는 있지만 수량(水量)은 줄었다고 한다. 단수에 대비해 물을 미리 받아놓는 시민들도 있다. 농업과 관광업도 극한 가뭄에 타격을 입었다.

◇“벼 열흘 뒤엔 말라 죽는다” “아직 빨래·음식은 가능”

강릉시는 지난달 20일부터 수도 계량기를 50% 잠그는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전날부터는 75%까지 잠그기로 했다. 가정에 정상적으로 공급되는 상수도 용량의 4분의 1만 주겠다는 것이다. 강릉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남대천 상류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그동안 식수 공급이 가능한 최저선으로 여겨져 온 15%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봉래 강릉시농민회장은 “4일 전부터 오봉저수지에서 농업용수 공급이 아예 중단됐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말도 못 꺼내고 속앓이 중”이라면서 “채소는 살아남은 게 거의 없고, 벼도 열흘 뒤에는 말라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를 방문해 가뭄 피해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김홍규 강릉시장이 이 대통령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 중이다. /대통령실 제공

강릉 관광업도 타격을 입었다. 물이 부족해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모노그램 강릉은 수영장·사우나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스카이베이 호텔은 사우나 열탕 사용을 중단했다.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는 사우나 내 냉온탕 운영을 중단했고, 썬크루즈 호텔 앤 리조트는 수영장을 한시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씨마크 호텔은 열탕과 노천탕, 야외 수영장 내 자쿠지(체온 유지탕) 이용을 일시 제한했다. 세인트존스 호텔도 오션 인피니티풀 운영을 중단했다. 늦더위 속 피서지인 강릉시를 찾는 국민들이 많은데, 주요 호텔·리조트가 정상 영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강원 강릉시가 지난댤 20일 세대별 계량기를 최대 50% 잠그는 '제한 급수' 조치를 실시했다. 수도 검침원이 계량기 밸브를 절반으로 조절하고 있다. /뉴스1

◇’계량기 75% 잠그기’는 자율… “각 가정에 협조 요청하는 것”

생활용수 공급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안목해변 인근에 사는 이모(61)씨는 “지금은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그래도 나온다”며 “언제 단수가 될지 몰라 예비로 물을 받아 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 노인회관에 있던 어르신은 “농민들은 힘들겠지만, 상수도는 ‘쪼르르’하긴 해도 나온다. 큰 불편은 없다”며 “빨래나 음식은 다 할 수 있다”고 했다.

강릉시는 절수 대책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생활용수를 아껴 쓰는 부분은 자율에 맡겼다. ‘계량기 잠그기’는 각 마을 통장이 개별 가정에 방문해 수도 계량기함을 열어 계량기 밸브를 잠그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 가정이 다시 풀 수 있다.

한 강릉 주민은 “계량기 75% 잠금은 기본적으로 자율”이라며 “다른 집이 지키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개별 가정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밑으로 떨어지면 시간제·격일제로 상수도를 공급하고, 페트병에 든 생수를 모든 시민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1일 오후 강릉시민들이 맨바닥을 드러낸 오봉저수지를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강릉시의 가뭄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봉저수지를 찾아 “정말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계획을 따지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홍규 시장은 “9월에는 비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하나님을 믿으면 안 된다. 사람 목숨을 실험에 맡길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대화를 전한 기사에는 “강릉 가뭄은 인재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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