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골절로 "이젠 못 일어난다"던 97세 할머니, 다시 걷게까지 된 것은

윤성철 2025. 9. 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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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부민병원 석상윤 과장, “보통이라면 포기했을 나이,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경북 안동에 사는 97세 할머니. 환갑 지나고서부터 허리뼈(요추)에 협착증이 생겨 늘 허리가 불편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등(흉추)까지 아파 더 이상 걷지 못하고 몸져눕게 됐다. 아들은 어머니가 왜 못 걷게 됐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다며 부산 병원으로 모시고 왔다.

수술? 보통은 포기한다

게다가 할머니는 심장 부정맥 때문에 몸 속에 심장박동기(heart pacemaker)까지 심어놓고 있었다. 오랫동안 당뇨도 있었다.

이런 경우, 의사들은 대부분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이런 고령 환자에겐 출혈, 감염, 합병증 위험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년 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도 척추 수술을 시도하다가, 심장 문제로 결국 중단한 경험도 있었다.

"그래도 걷고 싶다"

MRI 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흉추 11번에 골절까지 있었다. 그제서야 할머니는 "몇 달 전에 한번 주저 앉았는데, 그것 때문인가"라고 했다. 골다공증으로 골밀도까지 낮아진, 즉 뼈가 충분히 단단하지 않은 고령의 여성이라면, 이런 때 뾰족한 수가 없다.

그때 할머니가 말했다. "살아 있는 날까지는 내 발로 화장실이라도 가야겠다." 옆에 있던 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집에 누워만 있으면 폐렴이나 욕창 같은 합병증 위험도 함께 커진다.

부산부민병원 척추센터 석상윤 과장(정형외과)은 마취과, 순환기내과와 긴밀히 협의했다. 너무 고령이라 전신마취는 고려 대상에서 아예 뺐다. 그나마 가능성은 부분마취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느냐는 것. 게다가 뼈 상태가 척추성형술로는 쉽지 않은 상태다. 불안정성 골절 상태여서 치료 후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

부분마취로 1시간 반

결국 문은 연 수술실. 석 과장은 수술실 마취과 의사와 계속 환자 바이탈사인(vital sign)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부분마취를 이어갔다. 고령 환자에겐 부분 마취를 이어가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 기술적으로도 까다롭다.

전신 마취는 위험이 너무 커서 부분 마취를 이어가며 골절이 된 할머니 척추를 다시 고쳐 놓았다. 척추센터 석상윤 과장이 나사를 박으며 척추고정술을 펼치고 있다. [사진=부산 부민병원]

석 과장은 "등쪽에 작은 구멍을 내고 들어가 골절 부위 위 아래 뼈에 나사를 박고 금속막대로 연결해 척추를 안정화하는 '경피적 척추 나사고정술'이 그나마 남은 선택지"였다며 "하지만 이 역시도 리스크가 없지 않은 데다 기술적으로도 까다로운 수술이었다"고 했다. 골절이 생긴 부위는 골 시멘트(골강화제)로 메웠다.

부분마취여서 수술 중에도 환자는 어느 정도 의식은 있었다. "많이 아프세요?"라고 묻자, "아파요"라는 힘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의료진은 할머니 손을 꼭 잡아주며 버텨낼 수 있게 도왔다. 1시간 30분 후, 수술은 끝났다.

"다시 걷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할머니는 회복실을 거쳐 일반 병실로 옮겼다. 며칠 지나자 병상에서 일어나 다시 걷을 수 있게 됐다. 아직 보조기에 의탁해야 하는 정도지만, 그래도 이젠 화장실도 가고, 병원 복도도 왕래한다. 앞으로 하루가 다르게 더 나아질 것이다.

"아프기 전보다 몸놀림이 더 편하다"고도 했다. 아들도, 딸도 할머니 손을 잡으며 반색했다. 보통이라면 포기했을 나이의 환자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수술을 이겨낸 97세 할머니 환자가 집도의 석상윤 과장(오른쪽)과 함께 한발 한발 천천히 걸어보고 있다. [사진=부산 부민병원]

석 과장도 "사실 이 연세에 수술이 꼭 성공할 거라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 "환자의 강한 의지에다 가족의 헌신, 의료진의 협력이 어우러져 가능해진 결과"라고 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 척추센터 출신으로 척추내시경 수술, 특히 난도가 높은 경추(목뼈) 치료에 남다른 전문성을 보여왔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해외 연수를 통해 다양한 케이스를 경험한 데다, 대한척추외과학회 등 여러 학회에선 논문상, 연구자상 등을 잇따라 받는 등 학계의 주목도 받아왔다.

그래도 남은 과제

수술을 마치고도 벌써 1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직 퇴원을 못하고 있다. 추가로 신장내과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어서다. 이 치료까지 마치고 나면, 이제 할머니를 괴롭혀온 큰 질환들은 웬만큼 정리되는 셈이다. 여생동안 스스로 자신의 몸을 가누며, 활동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다만, 재활치료와 재(再)골절 예방이 앞으로 남은 관건. 석 과장은 1일 "나이가 많을수록 다시 골절이 일어날 위험이 2~10배 높다"면서 "이를 막으려면 골밀도가 더 낮아지지 않도록 골흡수억제제 등 골다공증 약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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