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통일교, '정교일치' 이념 위해 김건희·권성동에 금품"
"한학자 총재 뜻 따라 국가 운영해야" 교리
권성동·건진법사 '투트랙'으로 尹 부부 접근
"권, 尹-윤영호 만남 주선·통일교 내사 알려"
김건희, 건진 통해 '교인 국힘 입당' 요청도
한 총재 "불법 청탁 및 금전 거래 지시 안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측이 한학자 총재의 '정교일치' 이념에 따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 접근했고 김 여사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선교 활동비' 명목으로 금품을 건넸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한 총재와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지낸 윤영호(48)씨 부부가 이를 공모했다고 보고, 한 총재를 상대로 지시·승인 여부를 확인할 전망이다.
1일 한국일보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윤씨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 재판에 넘겨진 '통일교 의혹의 키맨' 윤씨의 범행 배경에 한 총재의 정교일치 이념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2012년 사망한 문선명 초대 총재에 이어 통일교 단독 지도자가 된 한 총재는 '하나님의 독생녀로서 하나님과 직접 통하는 존재이자 재림 메시아'라는 새 교리를 내놨다. '참부모(한 총재)의 뜻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도 강조했다. 통일교는 종교적 이권과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캄보디아 메콩피스파크(MPP) 사업 등을 추진하게 되자 정부 조직과 예산, 인사 등에 영향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윤씨가 이 무렵 한 총재 지시에 따라 통일교와 우호적 관계를 맺을 대선 후보를 물색하던 중 윤 전 대통령 측에 접근했다는 게 특검팀 시각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와 윤씨 등이 금품 공세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건진법사 전성배(64)씨, 권 의원 등 정치인과 그 배우자, 측근 등이 대상이 됐다. 비용은 '선교특별지원' '선교활동지원비' 등 명목으로 꾸몄다. 통일교 재정국장인 윤씨의 아내가 총무처장 검토를 거쳐 윤씨의 결재를 받았고, 윤씨는 한 총재 비서실장인 정모씨의 검토와 총재 승인을 거쳐 자금을 집행했다. 그간 통일교는 윤씨가 6,200만 원 상당의 그라프(Graff)사 목걸이, 샤넬 가방 2개 등 김 여사 선물을 건진법사 전씨에게 건넨 것을 두고 '개인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특검팀은 윗선 승인이 있었다고 봤다.

윤씨가 '투트랙'으로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윤핵관(윤 전 대통령 핵심 측근)'인 권 의원을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전씨를 통해선 김 여사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윤씨가 2022년 1월 5일 권 의원을 만나 직접 현금 1억 원을 전달하며 '내달 열리는 통일교 행사(한반도 평화서밋)에 유력 대선 후보인 윤 전 대통령 참석'을 부탁했다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권 의원이 윤 전 대통령 당선 전인 2022년 2월 통일교 천정궁을 찾아오자 한 총재는 권 의원에게 "앞으로 통일교는 윤 후보를 돕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윤 전 대통령 당선 뒤인 2022년 3월 22일에도 한 총재를 찾아가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권 의원은 이날 당선인 사무실로 윤씨를 데려가 윤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통일교 숙원 사업을 언급하는 윤씨에게는 "향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혔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2022년 10월 3일 윤씨에게 연락해 '통일교 간부 원정 도박' 관련 경찰 내사 사실을 알리며 "2013, 2014년 자금 출처가 문제가 된다. 압수수색에 대비하라"고 언급해 증거 인멸을 도운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권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현재 체포동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권 의원은 한 총재와의 만남은 인정하면서도 금품을 받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윤씨가 한 총재 승인하에 권 의원과 별개로 또 다른 소통창구를 뒀다고 봤다. 2022년 3월 윤씨는 김 여사와 가까운 전씨를 소개받았고 '윤 정권에서 김 여사가 굉장히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같은 달 말 김 여사가 윤씨에게 연락해 "전 고문(전씨)이 전화를 주라고 했다.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한 총재의 안부를 묻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여사는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넉달 전에 전씨를 통해 윤씨에게 '교인들을 입당시켜 특정 후보를 밀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정치권 로비에 한 총재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한 총재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지원을 위한 교인들의 무더기 입당 역시 한 총재가 승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 총재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나의 지시로 우리 교회가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면서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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