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는 강릉, 잠기는 전남”…극단적 날씨 양극화 이유는

정성현 기자 2025. 9. 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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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계량기 75% 잠그는 2단계 제한급수
광주·전남 도심 침수·산사태 경보 상시화
"저장·배수시설 등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최악 가뭄에 농업용수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1일 강원 강릉시 한 대파밭에 심어진 파가 말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한반도에서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강원 강릉은 108년 만의 최악 가뭄으로 생활용수가 끊길 위기에 놓였고, 광주·전남은 연이은 폭우로 도심 침수와 산사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의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제한급수가 시행 중인 강릉 오봉저수지를 찾아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사람 목숨을 갖고 실험할 수는 없다. 하늘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이 가뭄 대비 태세와 관련한 답변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자 준비 부족을 질타한 것이다.

정부는 전국에서 소방차 71대를 집결시켜 하루 2500톤 이상을 홍제정수장에 공급하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했다. 강릉시는 5만3000여 가구의 수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2단계 제한급수에 돌입했으며 농업용수 공급도 전면 중단했다. 1일 기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5% 아래로 떨어져 사실상 바닥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하수 저류댐, 해수 담수화, 하수 재이용 시스템 구축 등 장기 대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강릉의 올해 여름 강수량은 187.9㎜로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1917년 이후 두 번째로 적다. 같은 강원도 내에서도 철원·화천은 폭우 피해를 입었지만 강릉은 '돌발 가뭄'이라 불리는 급격한 악화를 겪고 있다.

기상청은 "태백산맥의 지형적 특성과 '푄(Foehn-습한 바람이 산맥을 넘으면서 고온 건조해지는 현상)'으로 비구름이 영동 지역으로 넘어오지 못한 영향이 크다"며 "하천 경사가 급해 비가 내려도 물이 빠르게 바다로 흘러가고, 주요 상수원도 농업용 설계라 도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릉시민의 87%가 사용하는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홍제정수장에서 전국에서 달려 온 소방차들이 운반해 온 물을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로 전남 지역은 올여름 남서기류가 몰고 온 비구름대가 노령산맥과 다도해 해안선을 타고 강하게 상승하면서 집중호우가 잦았다. 고흥·완도·해남 등은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광양·목포 일대에서는 도로와 주택이 침수돼 주민 대피가 이어졌다. 광주 역시 7~8월 사이 누적 강수량이 1000㎜에 육박, 반나절 만에 도심이 물바다로 변하는 등 기록적 폭우에 몸살을 앓았다. 여름철 장마전선이 남해안에 정체하고 태풍 진로까지 겹치면서 남부권 전역에 비 피해가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강릉의 가뭄과 광주·전남의 폭우가 단순한 기상이변이 아니라 구조적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서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고, 비가 내릴 때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강수 편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환경연구원 관계자는 "기온이 1.5~2도 더 오르면 강수 격차가 최대 20%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며 "급수차 동원 같은 응급처치도 필요하지만, 물그릇(저장)을 넓히고 그물망(배수)을 촘촘히 하는 등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극한 가뭄이 3년 이상 이어지면 생활·공업·농업용수 부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조 단위 경제 피해로 번질 수 있다"며 "전국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 물 관리 체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안군을 중심으로 광주·전남 곳곳에 극한호우가 쏟아진 지난달 3일 광주 북구 운암동 도심에서 한 시민이 침수된 거리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