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이후가 진짜 시작”…글로벌 문화도시 비상 꿈꾸는 경주
(시사저널=이승표 영남본부 기자)
10월31일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개최 도시 경주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주는 단순한 개최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품격을 보여줄 외교 무대로 부상하면서 지역 경제와 문화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8월2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빈틈없는 준비로 정상회의를 치러내겠다"며 회의장 인프라·숙박·교통·경호·미디어까지 준비 현황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동시에 그는 APEC 이후 경주의 청사진으로 디지털 헤리티지 사업, 글로벌 문화도시 전략, 'K-MISO CITY' 비전을 제시하며 "이번 행사 이후가 진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첨성대 등 유산 재해석 프로젝트 적극 추진"
현재까지 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은 어떤가.
"APEC 정상회의는 경주만의 행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걸린 외교 무대이기에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빈틈 0%'라는 원칙하에 회의장부터 시민의 삶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다. 주요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HICO)와 만찬장, 정상급 숙소 등은 1차 점검을 이미 마쳤고, 국무총리실·외교부·경찰청·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부처와 유기적 협업 체계 속에서 부족한 보완 사항을 계속 정비하고 있다. 정상과 각국 대표단이 머무르는 중요한 공간이니만큼, 방호·보안·동선·서비스·주변 경관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촘촘히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숙박 업계와도 상시 소통 창구를 열어 '품질 관리'와 '서비스 표준'을 공유하고 있다. 경호와 교통 통제, 언론센터 운영, 시민 불편 최소화 대책 등은 총리실 중심 태스크포스(TF)와 우리 경주시 그리고 경북도·경찰·소방이 합동 테이블을 가동해 시나리오별로 리허설과 보완을 병행하고 있다.
준비는 이미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정상회의가 열릴 HICO는 총 120억원을 투입, 전면 개·보수 중이며 현재까지의 공정률도 약 60%에 이른다. 정상회의 전용 공간을 별도로 신설한 데 이어, 1층 수행원 라운지부터 4층 고위급 회담 공간까지 '용도별 맞춤형'으로 조성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센터(70%)·전시장(70%)·만찬장(50%) 등 주요 기반 시설도 9월 완공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루 최대 7700명과 연인원 2만 명 수준 규모를 수용하기 위해 숙박 1만6000실 이상을 사전에 확보했다. 여기에다 '피크 타임 분산 대책'까지 마련했다."
행사 준비 과정에서 중앙정부 및 산업계와의 협력도 중요할 듯한데.
대통령실·국무총리실·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김민석 국무총리도 경주를 세 차례나 직접 찾아 준비 상황을 세심하게 점검했다. 경주 APEC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의전·경호·통역·보안처럼 국가 표준과 연계해야 하는 영역은 부처별 컨트롤타워와 우리 시 TF가 '같은 지도'를 보며 움직이고 있다. 민간 협력도 활발하다. 대한상공회의소·KOTRA·경북경제진흥원·지역 기업들과 함께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고 있다. 경제 분야인 관광·문화·에너지 등 경주의 핵심 산업이 APEC을 매개로 글로벌 네트워크에 접속될 수 있도록 투자 상담, 산학연 포럼, 지역 강소기업 쇼케이스 같은 '실전형 세션'까지 총체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중요한 건 '행사 당일의 쇼'가 아니라, 기업들에 사후까지 이어지게 하는 '파이프라인'을 남겨주는 것이다."
APEC이 경주시에 안겨줄 경제적·문화적 파급 효과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하루 최대 7700명, 연인원 약 2만 명의 참가단이 경주에 체류한다. 대표단·경제인·취재진이 여기서 숙박과 식사를 한다. 숙박·외식·대중교통은 물론 전통시장·문화상품·도시투어 등 지역 상권 전반의 매출도 훌쩍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딜로이트 컨설팅에 의뢰한 분석에서도, 이번 경주 APEC의 총 경제효과는 7조4000억원, 고용유발효과 2만2634명을 예상했다. 문화적 파급력은 더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본다. 2012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2017년 베트남 다낭의 사례에서 보듯, APEC 이후 개최 도시의 위상과 정체성이 재정립됐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정상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로컬의 식음료·공간·경관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2016년 하노이의 '분짜 오바마'처럼 그 상징적 장면이 '글로벌 스토리텔링'의 촉매가 됐음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경주에도 이와 다를 바 없는 '제2의 분짜 오바마' 식당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APEC을 계기로 천년 고도 경주가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그 구체적인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APEC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이후까지 설계하고 있다. 첫째, '국제회의 복합지구 지정'을 추진해 회의장·숙박·문화·상업·녹지를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겠다. 아울러 유엔기후총회(COP) 같은 대형 국제회의 유치도 단계적으로 시도할 계획이다. 둘째, 'K-MISO CITY' 비전을 실천하고자 한다. 혁신적이고, 스마트하며 개방적인 나의 도시라는 뜻이다. 경주의 정체성은 '천년 고도'지만 오늘날에 와서 표현 방식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셋째, '디지털 헤리티지(digital heritage)'로 세계와 소통한다. 황룡사의 디지털 복원, 월성 XR(확장 현실), 첨성대 메타버스 등 유산 재해석 프로젝트를 가속화해 '관람'에서 '체험'으로, '정보'에서 '몰입'으로 넘어가게 한다. 이건 단순한 전시가 아닌, 콘텐츠·관광·교육·게임·디자인 산업과도 연결되는 빼놓을 수 없는 '신성장축'이다. 경주는 이번 APEC을 통해 '과거에 머무르는 도시에서 벗어나 과거를 미래 언어로 재해석하는 새로운 도시'로 탄생하고자 한다."

"'경주의 서사', 세계인의 기억에 남을 것"
해외 손님들에게 특별히 선보일 경주의 전통문화는.
"전통은 형식이 아니라 경험이기에 APEC에 '경주의 서사'를 입히고자 한다. 경주는 흔히들 말하는 '유적 박물관'만이 아니다. 신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와 숭고한 정신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살아있는 고도'다. 유산을 단순하게 나열하지 않고자 한다. 정상 숙소·회의장·만찬장의 공간 디자인에 '신라의 문양과 한옥의 미학을 접목'하고 있다. 환영 공연도 퓨전 국악·탈춤과 첨단 미디어아트를 결합해 동시대 언어로 풀어낼 생각이다. 이는 '경주의 서사'가 회의 포맷이 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행사를 치르려면 먹는 음식도 상당히 중요하다. 지역산 식재료와 스토리를 담아 한 끼 한 끼를 경험으로 만들어낼 계획이다. 어느 전통 음식이 세계 정상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를 두고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이유다. 이렇듯 공간·사운드·빛·맛이 함께 구성되는 총체적 경험을 통해, 경주의 문화가 세계인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이번 행사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APEC 행사 성공을 위해 경주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시민이 곧 도시의 품격이다. 때문에 불편은 최소화하고 자부심은 극대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세계 21개국 리더와 대표단이 우리 도시를 걸으며 경주의 문화와 일상, 시민 의식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도시의 품격'은 행정이 아닌 시민이 완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교통 통제 등 일부 불편을 들 수 있다. 시민들이 이해하고 성원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교통 분산, 대중교통 증편, 혼잡 알림 시스템 등을 병행하고, 상가·숙박 업계와의 안내 협조 체계도 세심히 점검하고 있다. 행사가 끝난 뒤 '시민과 함께 만든 APEC이 경주의 미래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다음 세대에게도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제 경주는 APEC에 힘입어 더 이상 지방도시가 아닌, 세계와 대화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역사·문화·관광도시로 승화하고 있다. 그 무대를 경주 시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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