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社에 부동산 팔아 넉달만에 190억 남기고 CB 투자 [로봇개 의혹③]

최한종 2025. 9. 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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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얼리 도소매업체 제모피아인베스트
2022년 말 삼성동 부지 340억에 사들인 뒤
이듬해 4월 케이알엠에 530억 매각 계약
부동산으로 번 돈 케이알엠 CB에 재투자
이 기사는 08월 29일 07: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에서 대통령실 앞뜰을 지키는 로봇개가 이동하고 있다. 한경DB

제모피아는 오랜 업력을 가진 주얼리 도소매업체다.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제모피아인베스트는 10년 여전부터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나섰다. 코스닥 시장에 투자한 건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인수한 케이알엠이 처음이다. 

제모피아인베스트는 부동산 거래로 케이알엠 전환사채(CB) 투자금을 마련했다. 투자 대상인 케이알엠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를 팔아 상당 부분의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문제는 거래 가격이다. 2년 여 전 케이알엠에 삼성동 부지를 530억원에 넘기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해당 부지는 불과 넉달 전에 제모피아인베스트가 340억원에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짧은 기간에 55% 비싸게 팔아 190억원 차익을 거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제모피아인베스트는 2023년 4월 서울 삼성동 부지 720.4㎡(218평)를 보유한 자회사 제모피아인베스트5호를 146억원에 케이알엠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는 같은해 7월 마무리됐다. 부동산 거래가격은 530억원이었다. 토지를 담보로 한 채무 390억원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제모피아인베스트5호는 이에 앞서 2022년 12월 서울 삼성동 부지를 총 339억8000만원에 사들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제모피아인베스트5호는 403.9㎡(122평) 부지를 190억4000만원에, 316.5㎡(96평) 부지를 149억4000만원에 샀다. 케이알엠과의 매각 계약으로 약 7개월만에 190억원이 넘는 달하는 차익을 거둔 것이다. 

토지 평당 거래가격은 2억4300만원 수준에 이른다. 한 강남구 부동산 거래 전문가는 "인근 삼성동이나 청담동 준주거지역이나 2종일반주거지역 부지가 1억2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50% 안팎 비싸게 거래된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과의 거래라는 점에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모피아인베스트는 토지 매각 대금을 바탕으로 케이알엠에 투자했다. 2023년 7월 14일 케이알엠 전환사채(CB) 14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날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케이알엠 CB도 인수했다. 제모피아인베스트는 이날 케이알엠 주식 11만1400주도 주당 8988원(총 10억원)에 장내 매수했다. 총 투자금은 300억원에 이른다.

케이알엠은 투자금을 마련하는 데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후광’으로 활용한 회사여서 온갖 의혹이 제기됐다. 케이알엠이 인수한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지난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고액 후원자인 서성빈 전 드론돔 회장을 통해 대통령실에 로봇개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모피아인베스트도 윤석열 정부 시절 급성장했다. 2021년 788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2022년 1403억원, 2023년 1618억원, 2024년 1752억원으로 불어냈다. 제모피아인베스트는 2022년 6월 임영규 대표가 윤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에 동행했다고 언론에 홍보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로는 제모피아인베스트의 자회사인 아송인베스트 대표가 베트남 순방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알엠이 제모피아인베스트로부터 사들인 서울 삼성동 부지는 방치되고 있다. 케이알엠은 이 부지에 사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무산됐다. 국내 로봇 사업이 부진해 자금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알엠은 제모피아인베스트5호의 사명을 케이알에이아이로 변경했다. 업종도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으로 바꿨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 임직원 수는 0명이다. 작년 매출을 내지 못했고 5억3832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케이알엠의 로봇 사업 실적은 내리막이다. 로봇 사업 매출은 2023년 1100만원, 작년 28억2200만원에 그쳤다. 서 전 회장이 윤 대통령의 고액 후원자라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난 뒤 대통령실에 로봇개를 장기 공급하는 것도 무산됐다. 케이알엠의 주가는 작년에 반토막이 난 후 횡보하고 있다. 제모피아인베스트는 CB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한 상황이다. 

제모피아인베스트 관계자는 “서울 삼성동 부지는 오래된 공동주택 건축물이었고, 매입 후 임차인 명도, 멸실 등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아졌다”면서 “당시 주변 토지 거래가도 급등해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케이알엠을 인수한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를 둘러싼 불법 자금 조달 의혹과 대통령실 로비 의혹은 알지 못했다”면서 “케이알엠 측에 법률 위반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보장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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