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와 예의 사이… 내가 주인공인 ‘인생 쇼’, 남을 위한 ‘룰’은 지켜야[주철환의 음악동네]

2025. 9. 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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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참견 시점'에선 매니저가 메인이고 연예인이 서브다.

누가 메인이고 누가 서브랄 것도 없이 작사(서동욱)·작곡(김동률)을 사이좋게 분담한 동기동창 두 친구는 1993년 12월 11일 생방송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에 특별상까지 거머쥐며 스타 탄생의 골든벨을 울렸다.

'쇼 룰은 없는 거야 내가 만들어 가는 거야 난 할 수 있을 거야 언제까지나.'

창의와 예의는 메인 서브 관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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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김원준 ‘쇼’

‘전지적 참견 시점’에선 매니저가 메인이고 연예인이 서브다. 동고동락하는 모습을 보면 흥미롭기도 하고 애틋할 때도 있다. 1990년대 가수 매니저들은 지금보다 시간을 알뜰하게 쓸 수 있었다. 방송 3사(KBS·MBC·SBS)가 한곳(여의도)에 모여 있어서 반나절이면 방송사를 두루 다니며 음반을 배급하고 신인들도 소개할 수 있었다.

‘일밤’ 연출하던 때다. 나른한 오후를 번쩍 깨울 만한 ‘자체 발광’ 가수가 제작국에 나타났다. “빛이 나네 빛이 나.” 사무실 멀리 안쪽에 있던 드라마 PD까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배우 해도 되겠는데.” 이 가수의 이름은 김원준. 눈에 띄는 비주얼에 음반 타이틀조차 ‘눈에 띄고 싶어’였다. 1집에 수록된 자작곡 ‘모두 잠든 후에’는 이듬해(1993) 3월 둘째 주부터 ‘가요톱10’ 연속 4주 1위를 했다.

대학생이던 김원준이 여의도 황태자로 대우받던 시절 평범한(?) 대학생 두 명이 잠실체육관 무대에서 이런 노래를 불렀다. ‘어두운 세상은 모두 잠들고 나의 숨소리뿐 난 취해가는데 깨워주는 사람은 없네.’ 서브타이틀을 ‘모두 잠든 후에’라고 붙여도 손색없을 이 노래 제목은 ‘꿈속에서’다. 누가 메인이고 누가 서브랄 것도 없이 작사(서동욱)·작곡(김동률)을 사이좋게 분담한 동기동창 두 친구는 1993년 12월 11일 생방송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에 특별상까지 거머쥐며 스타 탄생의 골든벨을 울렸다.

그들을 엮어준 건 오롯이 음악의 힘이다. 김동률은 고등학생 때 TV쇼에서 춤추는 김원준을 보고 노래 하나를 만들게 된다. 제목은 그냥 ‘쇼’였다. ‘쇼 끝은 없는 거야 지금 순간만 있는 거야 난 주인공인 거야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노래채집가가 주목하는 건 다음 소절이다. ‘쇼 룰은 없는 거야 내가 만들어 가는 거야 난 할 수 있을 거야 언제까지나.’

내가 찾은 두 개의 핵심어는 창의(Show)와 예의(Rule)다. 창의적 아이템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골든’에 ‘룰’을 붙이면 황금률(Golden Rule), 즉 네가 싫어할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누가 나에게 특별히 선호하는 라면이 있냐고 물었을 때 내 대답은 ‘내가 너라면’이었다. 지금은 아재 개그 목록에도 못 끼지만 나름대로 내겐 황금률이었다.

김원준의 1집 타이틀 ‘눈에 띄고 싶어’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모두가 다 다르네. 자기 기분대로야.’ 그렇다. 각자 기분이 다르니까 조심해야 한다. “그게 뭐 기분 상할 일인가. 웃자고 한 얘긴데.” 중요한 건 누가 웃었느냐다. 말한 사람은 웃었는데 듣는 사람 기분이 상했다면 그건 실패한 유머다. 졸지에 웃음거리가 된 사람은 뭐가 되나.

교훈은 책에도 많이 있지만 현실에서도 수두룩하다. 가수 장윤정의 남편 도경완에게 후배 아나운서가 리얼리티 예능에서 “결례일 수 있지만 나는 선배처럼 누군가의 서브로는 못 산다”고 말한 게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결례인 줄 알면서, 결국은 사과할 거면서 그런 말을 왜 던졌을까. 제작진은 왜 편집으로 걸러내지 않았을까. 꼬이고 꼬여 복잡해질 수 있는 과정을 장윤정은 슬기롭게 정리했다. “가족 사이에 서브는 없다. 그래도 사과했으니 긴말 하지 않겠다. 앞날에 여유, 행복,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

행운은 만나는 것이고 행복은 만드는 것이다. 교수 시절 대학 후문에 ‘존재의 이유’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밑에 이런 설명이 붙어 있었다. ‘잘 먹고 잘 살아남기.’ 밥도 잘 먹어야 하지만 마음도 잘 먹어야 빛이 나고 오래 살아남는다. 창의와 예의는 메인 서브 관계가 아니다. 쇼에는 끝이 없어도 삶에는 룰이 있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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