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요직 섭렵한 기후 마스터… 남다른 추진력으로 ‘미선 파서블’[Leadership]
지진·위성·총괄예보 등 두루 거치며 경험 쌓아
“AI 등 과학기반 첨단기술 적극 활용할 것” 선언
기후과학국장 땐 ‘기후변화 감시법’ 제정 성과
“할 일 먼저 찾는 분”… 선제적 재난 대응책 기대
취약계층 위한 예보 개편 등 ‘안전리더십’ 펼 듯

1948년 정부 수립 후 첫 여성 기상청장에 발탁된 이미선(59) 청장은 강한 추진력으로 기상청 내에서 ‘미선 파서블’로 불린다. 기상청 내에서 흔치 않게 기후·관측·지진·위성·총괄예보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통 이공계 출신인 그는 기상 예보에 있어 첨단 분석 도입을 강조하며 ‘과학기반의 기후위기 대응’을 기본으로 꼽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등 국제적 감각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상청은 과거 외부 인사가 청장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내부 인사 발탁이 많다. 유희동 전 청장 이후 이 청장까지 세 번 연속 내부에서 청장을 배출했다. 기상청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추세지만, 그만큼 기후변화 대응은 큰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정확한 예보뿐 아니라 전달까지 만만치 않은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기상청 내에선 이 청장이 그동안 보였던 선제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소통 능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첫 여성 기상청장 이미선의 ‘선제 대응 리더십’= 지난달 18일 취임한 이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첨단기술들을 이용해 기상·기후 감시·예측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인공지능(AI)과 고해상도 수치 모델, 위성·레이더 관측망 등 첨단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를 잘 아는 기상청 직원들은 일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찾아 해결하겠다는 뜻을 이 청장이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청장은 2021년부터 기후과학국장으로 재직하며 2023년 만들어진 ‘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 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한 과학적 감시와 예측을 통한 대비를 목적으로 하는 해당 법안은 다른 기관과 이견이 많았으나, 당시 주무국장이던 이 청장이 기상청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적인 대외 소통을 통해 법안 제정을 성사시켰다. 기상청을 기후변화 대응의 주무 기관으로 각인시킨 순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기상청을 예보 중심의 소극적인 부처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청장은 해야 할 일을 먼저 찾는 스타일”이라며 “기후변화와 기상 예보 부문에서도 대응해야 할 부문을 먼저 찾아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재난 대응과 관련해서도 선제적인 움직임을 강조한다. 그는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을 당시 지진화산국장으로 근무했는데, 긴급재난문자 전달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조기경보 발령 시간을 단축시켰다. 또한 지진분석평가위원회 및 단층 분석 사업을 도입하며 국내 지진 위험 요소 진단도 병행했다.

◇‘극한’ 기후의 시대, 풀기 어려운 숙제 ‘송곳 폭우’= 이 청장의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기후위기’(11번)다. 그리고 ‘안전’(6번)과 ‘과학’(5번)이 뒤를 이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그리고 극한기후에 따른 ‘송곳 폭우’는 이 청장의 과제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 예보는 갈수록 난제로 꼽힌다. 과거 장마 기간에는 도 단위에서 도시들마다 내리는 비의 양이 균등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같은 도시 내에서도 20㎞ 차이를 두고 하루 사이 강수량 차이가 100㎜를 넘기는 일이 흔하다. 이를 가리켜 흔히 ‘송곳 폭우’라고 부르는데, 지도상의 넓은 면이 아닌 특정 점에 강한 비가 집중되는 현상이다. 지형과 대기 상층의 공기 충돌 지점의 차이로 인해 기상 예보는 더 어렵게 변하고 있다.
이 청장 또한 이를 의식하고 취임사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국가적 기후적응은 필연”이라며 “기상청은 단순히 날씨를 예보하는 기관을 넘어, 농업·산업·에너지·보건 등 각 분야 기후 리스크를 사전에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국가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청 내에선 이 청장 체제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과학적 대응’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최근 극한 폭우와 폭염으로 인해 국민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 정부 내에서 기상청의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 국가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 개발과 수치예보 고도화와 AI를 기반으로 한 기상자원지도 등 기상청의 업무 영역이 고도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취약계층까지 닿아야 할 안전 리더십= 극한 폭우와 폭설, 폭염을 일상의 ‘불편’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취약계층에게는 ‘생존’이 걸려있다. 2022년 8월 서울 지역에 시간당 최대 141.5㎜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때 신림동과 상도동 반지하 주택에서는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매년 여름철 폭염 기록을 새로 쓰는 상황에서 농촌과 건설현장에서는 고령층·근로자 사망도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은 기존 예보 체계를 개선해 극한기후에 대응한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한 전달 체계 개편도 강조되고 있다. 기상청은 2022년 경남 창원시 대산면의 한 마을 노인 25명을 대상으로 ‘자녀 경보’ 서비스를 처음 실시한 바 있다. 노인들이 폭염에도 밭일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폭염시 타지에 거주하는 노인의 자녀들에게도 폭염 문자를 보내 ‘설득 문자’를 유도한 것인데, ‘자녀 경보’ 지역의 온열질환자 수가 크게 줄었다. 기존에는 노인들이 폭염 문자를 받아도 밭일에 나갔지만 자녀의 문자를 받고는 집에 머물렀던 것이다.
기상청은 2023년부터 경남 창녕군 지역에 시범사업을 벌였고 내년에는 이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 청장은 지역 근무 경험이 있어 실제 현장에서 국민들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사안을 보고 있어 취약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기후위기 시대 취약계층에 대한 기상 정보 제공은 기상청 외에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업무 협조 사항이 많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지자체와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지방청의 역할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966년생(부산) △숙명여고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서울대 대학원 대기과학과 석사·박사 △기상청 기상연구사 △예보상황과장 △총괄예보관 △예보정책과장 △국가기상위성센터장 △지진화산국장 △광주지방기상청장 △기후과학국장 △수도권기상청장
정철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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