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검사' 법률로 폐지? 대통령실 "네이밍보다 대안" 언급 이유는

이서현 2025. 9. 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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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관건은 설계다]
<7> 합리적 토론의 쟁점들
이 대통령 "보여주기식은 안 돼"
"명명이나 네이밍보다는 대안"
학계 "위헌 리스크 굳이 왜 지나"
충격 요법보다 실용적 개혁안을
편집자주
다시 ‘검찰 개혁’의 시간이다. 검찰권 남용을 막아 일그러진 검찰 국가를 바로 세우면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범죄 피해자 약자들을 대변해 온 변호사, 일선 형사부 검사, 현장 경찰, 법률 전문가의 진단과 제언을 종합해 성공적인 검찰 개혁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시스템 구축의 방향과 조건을 모색했다.
임은정(오른쪽 세 번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 검찰개혁의 쟁점은 무엇인가? -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향에서 손뼉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임 검사장, 황운하 의원. 뉴스1

"보여주기식은 안 된다. 명명이나 네이밍보다는 대안과 함께 공개적인 토론의 장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검찰 개혁 대안을 내놓는 게 좋지 않을까. 대통령도 열린 자세로 토론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당부사항을 전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국회에는 6월에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김용민 · 민형배 ·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됐다. 당론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등 현장 전문가들이 "국민과 약자 피해 등 현장 혼란이 극심해질 것"이라며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합리적 검찰 개혁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특히 '공론화'를 주문했던 이 대통령이 재차 우려를 표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이 있고,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대통령의 공론화 주문과 맥락이 유사하다.

이재명 대통령 ‘검찰 개혁’ 주요 발언. 그래픽=송정근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약속 드린 대로 추석 전에 검찰청 해체 소식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관 명칭 변경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당정의 속내는 복잡하다. '검찰청 폐지' '검찰 해체' 법안에 깔린 위헌 리스크 때문이다. 우리 헌법에선 '검찰총장' 임명 절차(재89조)와 검사의 영장청구권(제12조, 16조)을 명시하고 있다. 개헌 절차 없이 법률만으로 '검사'나 '검찰총장'의 존재를 지우거나 해체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국회에 발의된 '검찰개혁 4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꾼다면 직책명도 검찰총장에서 공소청장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 부분이 헌법 제89조 제16조와 충돌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일부에선 실체만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식이면 '앞으로 대통령을 총통이라고 부르자'는 법률을 국회가 통과시키면 그걸 합헌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헌법에 적시된 '검찰총장'과 '검사'. 그래픽=송정근 기자

'검찰청 폐지'를 앞세우다 실용적 개혁 대안을 놓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 개혁 논의에 앞장 서온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역할을 잘 설계하면 되는데 왜 명칭에 매달려 헌법 문제로까지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실질화하고 기소배심제를 도입하는 등 시민 참여와 감시, 통제를 늘리는 수단은 엄청나게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내 기수 문화 혁파 등 고쳐나갈 게 많은데 지금이 충격 요법을 고집할 때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불법계엄 이후 추진되는 개혁 작업이기에 위헌 리스크를 안고 가면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 내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헌법의 역할이 아주 컸는데, 헌법에 명시적으로 나온 명칭을 국회가 법률로 재단해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국회 발의안이) 검찰총장을 수장으로 한 검사를 수사와 소추의 주체로 설정한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가장 좋은 것은 네이밍은 그냥 두고 내용적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박탈하면 영장 청구권도 쟁점이 된다. 장영수 교수는 "개헌 없이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박탈이 불가능한데, 검사를 수사에서 완전 배제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 강경파가 위헌 리스크를 감수하고 '검찰청 폐지'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이 사안이 헌법재판소까지 가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깔려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나 대검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검찰청 폐지로 자신의 권한이 침해당했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할 주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개혁’ 논의 주요 쟁점. 그래픽=송정근 기자

 

■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뒷전으로 밀린 현장 대란
    1. • 검경 '사건 핑퐁'에 수사 하세월… 6개월 걸리던 사건 2,3년씩 떠돌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2380003217)
    2. • "현재 검찰 개혁안, 범죄자만 살판나는 세상 될 우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5050000097)
  2. ② 보완수사 막으면, 진실은
    1. • 성폭행, 뇌물, 무고… 경찰 수사종결 억울해도 구제할 길 막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13430003540)
    2. • "수사 지연 심각... 검찰 개혁하려면 제대로 된 현장 조사부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0510002047)
  3. ③ 역할 커진 경찰도 비상
    1. • 수사관은 안 늘었는데… 쏟아지는 사건에 경찰 베테랑도 떠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1110003606)
    2. • "국가수사본부가 중요 수사 전담해야… 중수청 신설보다 효율적"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201380005295)
  4. ④ 핵심은 권력남용 방지
    1. • 경찰·중수청·공수처 통제 방안 미흡... 검찰 개혁 성패, 설계에 달렸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1913330005588)
    2. • "검경 수사 '2인 3각' 절실… 검찰 해체에만 몰두하면 국민만 피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322590005123)
  5. ⑤ 국민 피해 없는 개혁안은
    1. • 검찰 개혁 찬성론자들도 우려 "10대 쟁점 고민 없이 밀어붙여선 안 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509270002994)
    2. • "검찰 개혁 논의 지나치게 진영화... 조사, 검증, 평가 없어 답답"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413390004960)
  6. ⑥ 피해자가 남긴 당부
    1. • '8번 검경 조사' 끝에 밝혀진 집단 성학대… 현실판 '더 글로리' 피해자의 울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608580004214)
  7. ⑦ 합리적 토론의 쟁점들
    1. • '행안부냐 법무부냐'... 대통령까지 중재 나선 중수청 논란 대체 뭐길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09150004758)
    2. • '검찰총장' '검사' 법률로 폐지? 대통령실 "네이밍보다 대안" 언급 이유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12350002935)
  8. ⑧ 쏟아진 전문가 우려
    1. • "괴물 만들기" "손목 아픈데 어깨 잘라" 검찰 개혁안 성토 쏟아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507300002765)
  9. ⑨ 검찰청 폐지, 직면 난제는
    1. • 신설 '중수청'… 누가 이끄나? 인력 확보는? 산적한 과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6580002098)
    2. • 검찰청 폐지 예정에 "사명감으로 버틴 형사부 검사가 무슨 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5230002566)

 

이재명 정부 ‘검찰 개혁’ 논의 타임라인.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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