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칼럼] 담배도 안 피우는 내가 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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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도 피우지 않는 중년 여성들이 폐암에 걸린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흔히 폐 질환은 흡연과 직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병원 현장에서는 담배와 전혀 상관이 없는 환자들이 폐렴, 폐암, 만성 폐질환 등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중년 여성들이 이런 위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폐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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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도 피우지 않는 중년 여성들이 폐암에 걸린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흔히 폐 질환은 흡연과 직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병원 현장에서는 담배와 전혀 상관이 없는 환자들이 폐렴, 폐암, 만성 폐질환 등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요즘 비흡연자인데도 폐 질환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집안일을 하면서 락스와 각종 세제를 함께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화장실 청소를 할 때 락스로 소독한 뒤에 세제를 따로 덧씌워 문질러 닦는 것이 더 깨끗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방식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폐를 위협하는 심각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세제를 여러 개 섞으면 더 강력하고 깨끗해진다’고 착각하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산성과 염기성을 구분하지 않고 무심코 섞어 쓰는 행위는 집안을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집 안 공기를 독성 물질로 가득 채우는 일이 된다.
사람들은 락스를 뜨거운 물에 쓰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본다. 실제로 락스가 60도 이상의 뜨거운 물과 닿으면 염소가스가 발생해 호흡기를 손상시킨다. 그런데 정작 더 치명적인 위험, 즉 세제를 섞는 행위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몇 가지 경우는 특히 경계해야 한다.
첫째, 락스와 산성 물질을 절대 함께 쓰면 안 된다. 식초, 구연산, 변기 세정제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콜라나 케첩 같은 산성 성질을 띠는 음식물까지도 마찬가지다. 이 조합은 염소가스를 발생시켜 폐에 직접적인 손상을 준다. 눈과 목이 따갑고 숨이 막히는 정도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만성 폐질환이나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락스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는 안 된다. 청소를 빨리 끝내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붓고 소독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독가스를 들이마시는 것이나 다름없다. 청소 후 한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면 이미 호흡기가 손상됐다는 신호다. 락스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찬물로 헹궈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락스와 손소독제를 절대 함께 쓰지 않아야 한다. 손소독제에는 보통 아이소프로필 알코올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락스와 만나면 클로로폼이라는 극독성 물질이 만들어진다. 클로로폼은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물질이다. 반복 노출 시에는 장기 손상이나 심각한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상에서 쉽게 사용하는 손소독제가 락스와 만나면 일급 독성물질이 된다는 사실은 대부분 전혀 알지 못한다. 청소 과정에서 무심코 저지르는 행동이 폐를 병들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특히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중년 여성들이 이런 위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폐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흡연도 하지 않고 술도 즐기지 않는데 폐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 가스를 오랜 세월 흡입해 왔던 것이다. 청소는 방법을 잘못 선택하면 가족의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된다. ‘더 깨끗하게’라는 생각보다 ‘더 안전하게’라는 생각을 먼저 가져야 한다. 깨끗한 집은 건강을 위한 것이지, 독성을 들이마시는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용태 (창원제일종합병원 내과 1과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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