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10억, 철회할 이유 없다 [세상읽기]

한겨레 2025. 9. 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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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7월29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세제개편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찬 |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경영대 교수

8월1일, 코스피는 3.88%, 코스닥은 4.03%나 폭락했다. 정부가 2025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주식 유튜버들은 일제히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변경을 폭락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과세 기준이 50억원에서 10억원 이상 보유로 낮춰지면 세금 회피 목적의 연말 매도 물량이 더 쏟아져 주가가 더욱 하락한다는 논리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구상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대통령 지지율도 흔들렸다. 급기야 여당 지도부까지 나서 정부안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날의 폭락이 주식양도세 강화 때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개인 주주의 영향력이 큰 코스닥시장에서 2016~2024년 개인 주주의 월별 순매수 거래대금을 보면, 12월은 낮고 1월은 높은 경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코스닥지수 수익률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12월에 순매도가 있었던 8개 해 가운데 12월에 지수가 하락한 경우는 두번뿐이었다. 또 1월에 순매수가 있었던 9개 해 중에서 1월에 지수가 상승한 해도 4개에 그쳤다. 이는 과세 대상이 아닌 기관과 외국인이 12월에는 저가에 매수하고 1월에는 고가 매도에 나서기 때문이다. 큰손들의 매물 폭탄 때문에 개미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또 주식을 매도한다면 과세 대상인 개인이 주도해야 했는데, 이날 매도를 이끈 것은 기관과 외국인이었다.

8월1일의 주가 하락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주주 충실의무 도입과 함께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양대 축으로 꼽혀왔다. 현재는 배당과 이자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최고 49.5% 세율을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배당소득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지배주주의 반대가 과소 배당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배당소득을 다른 소득으로부터 분리해 최고 27.5% 세율만 적용하면 과소 배당 문제가 완화되어 주식의 내재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정부는 최고 세율이 38.5%이고 내년도 소득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설령 최고 세율을 27.5%로 낮추고, 올해 소득분부터 영구적으로 적용하더라도 실제로 배당을 통한 주주 환원이 늘어날지는 불확실하다. 자칫 지배주주의 세금만 깎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팽배했다면, 이번 세제 개편안 발표만으로도 주가 폭락을 가져오기에 충분하다.

주식양도세 강화는 다른 각도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첫째, 주식 10억원 보유자는 14억원인 서울 아파트 한채 평균 가격을 고려했을 때 결코 부자가 아니라는 반론이다. 하지만 10억원은 종목당 기준 금액이다. 전체 재산을 주식 한 종목에만 투자하지는 않으므로 전체 재산은 훨씬 많을 것이다. 개인이 평균 5.8종목을 보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종목에 10억원 투자한 개인은 최소 58억원, 50억원 투자한 개인은 최소 290억원의 자산가일 가능성이 크다.

둘째, 이들이 부자이긴 해도 대주주는 아니며, 연말 매각으로 세금 회피가 가능하고, 단기 투자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대주주 주식양도세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만든 과도기적 세금으로 금투세가 도입되면 대주주 기준이 더 이상 필요 없어져 위의 문제들도 모두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 뒤 자본시장의 담세 여력이 확보되면 금투세를 도입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란다.

셋째, 주식양도세 강화가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국내 투자자금을 옮기려는 정책 방향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국내주식형 이티에프(ETF)는 애초에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또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주식 투자에 대한 감세가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시점에는 더욱 그렇다. 선제적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야 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을 억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집값이 치솟은 뒤 뒤늦게 보유세를 올려 세금 폭탄만 퍼붓고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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