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는 동물들 삶의 질을 얼마나 바꿔놓을까

이재명 정부가 출범 2개월 만인 지난 20일, 123개 국정과제를 내놓았다. 동물 정책은 123개 국정과제 중 80번째로 제시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에 담겼다.
국정과제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관점의 전환이다. 정부는 정책 기본방향을 기존 동물 보호에서 복지로 바꿀 것을 천명했다. 또한 반려동물 양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취약계층·지역의 동물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도 과제 목표로 제시됐다. 그 외에도 ▲동물복지 정책 기반 강화, ▲건강한 반려문화 확산, ▲연관산업 육성이 언급됐다. 모두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동물복지 정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2027년까지 '동물복지기본법'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지금 동물과 관련해 40개가 넘는 법률이 제정돼 있고, 이를 다양한 부처에서 관장하고 있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도 각자 동물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복지의 개념이 무엇이고 어떤 원칙과 목표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편의와 동물복지가 혼동되기도 하고, 동물복지라는 명목으로 동물의 이익과는 별반 상관없는 정책이 추진되기도 한다. 심지어 동물보호 취지로 개최된 축제에서 동물을 판매하는 등 사업이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다.
동물이 물건이나 식물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즐거움이나 고통을 주관적으로 경험할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동물은 종별마다 필요로 하는 요소가 있다. 그렇기에 동물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동물을 돌보는 의무를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나 돼지, 야생동물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호주 수도 행정특별자치구역(Australian Capital Territory·ACT)는 2019년 동물복지법을 개정해 법률상 동물복지의 의미와 입법 목적을 재정의했다. ACT 동물복지법은 동물을 '주변 세계를 주관적으로 느끼고 인식할 수 있는 감응력 있는 존재'로 정의했다. 그리고 동물은 내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공감을 통해 대우받을 자격이 있고, 내재적 가치를 반영하는 '삶의 질'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은 동물의 신체적, 정신적 복지를 돌볼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을 법의 주요 목적으로 명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은 동물복지 증진, 동물에게 인도적인 보살핌 제공, 동물학대 및 방치의 예방 등을 통해 달성돼야 함을 규정했다.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명확히 하고 사회가 공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에서 그치지 않고, 동물보호법, 축산법, 실험동물법 등 다양한 법률들도 동물복지기본법에 담긴 동물복지 원칙을 실현하도록 재정비돼야 한다. 그래야 이번 국정과제 중 농장동물·동물원·실험·봉사·레저동물 등 복지 개선 및 관리체계를 마련한다는 세부계획도 실현할 수 있다.
반려동물 진료비 관련 정책이 동물의료 혜택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동물 위주로 설계되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취약계층 지역 등 지원하기 위한 공공동물병원을 조성하고, 공익형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고 민간에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공공동물병원을 통해 밖에서 길러지며 번식을 반복하는 마당개의 중성화 수술을 확대하고 동물보호센터의 보호동물 치료를 지원하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하는 동물과 안락사되는 동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강아지 공장' 등 반려동물 생산업 규제 방안으로는 생산업 허가 갱신제를 도입하고, 시설·인력기준을 단계적으로 향상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1년에 10만 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허가 번식장에서도 동물학대가 만연한 현실을 고려하면 다소 소극적인 계획이다. 생산업 기준을 강화하고 일정 기준에 미달되는 시설들은 문을 닫게 하는 수준으로 허가 갱신제를 운용해야 '건강한 반려문화 확산'이라는 과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듯하다. 반려동물을 매매하는 대신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도 필요하다.

다만, 동물원 동물복지 개선 계획은 다소 아쉽다. 이미 2022년 단행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동물원 허가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허가제의 전면 적용'만 제시된 까닭이다. 법이 개정되었지만 새로 허가받아 운영되는 동물원의 동물복지 수준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열악하다. 개정된 법에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동물 체험을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되었지만, 형식적인 교육 프로그램 계획만 제공하면 체험을 허가하도록 해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
한편, 환경부문의 '생물다양성 회복' 과제는 유입주의 생물 지정 확대 등으로 생물안보를 강화하고 멸종위기종 종 보전에 더해 서식지까지 보전하도록 체계를 강화해 생물다양성을 회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을 하려 한다. 동물원 관리는 환경부 소관인 만큼, 생물다양성 과제와 동물원 관리는 연동돼야 한다. 동물원·수족관이 단순한 전시 기능에서 벗어나 생물다양성 보전 기능을 하는 기관으로 변화하도록 하고, 체험동물원처럼 동물복지에 위해를 가하는 상업시설은 규제를 강화해 단계적으로 퇴출시키는 수준의 적극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정부는 앞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다듬어나간다고 한다. 토마스 에디슨은 "실행 없는 비전은 환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제도는 꾸준히 개선됐지만 정작 현장에서 만나는 동물의 삶에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5년 동안 국정과제에 담긴 포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옮겨지고, 효과적으로 집행되어 실질적으로 동물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과 동물이 행복한 사회에 한 걸음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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