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란 "박찬욱과 같은 한국어 쓰는 게 자랑스럽다"… 베니스 빛낸 조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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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과 같은 한국어를 쓰고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 리도섬의 여름밤을 뜨겁게 달군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조연 이성민·염혜란·박희순의 눈이 벅찬 자부심으로 빛났다.
박희순은 "요즘 여러 플랫폼에서 영화를 보는데 우리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왜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 새삼 느꼈다"면서 "근사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영상, 멋진 음악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게 영화의 본질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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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실직자가 된 제지업계 베테랑
이성민 "실직으로 인한 가족 붕괴 다뤄"
박희순 "극장에 왜 가는지 새삼 알게 돼"

“감독님과 같은 한국어를 쓰고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배우 염혜란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 리도섬의 여름밤을 뜨겁게 달군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조연 이성민·염혜란·박희순의 눈이 벅찬 자부심으로 빛났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이 영화에 8분여간 쏟아진 1,000여 관객의 환호와 박수에 이들은 서로를 축하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찬욱 감독, 주연배우 이병헌, 손예진과 함께한 지난달 29일 밤(현지시간) 프리미어 상영이 열린 살라 그란데에서 이들은 한마음으로 베니스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매혹적인 블랙 코미디”(미국 버라이어티) 등 외신의 호평이 쏟아진 이튿날 리도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세 배우는 현지 관객의 뜨거운 찬사에 활짝 웃으며 “자랑스럽다”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베니스와 캐나다 토론토를 거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첫 상영 후 이달 중 개봉 예정인 ‘어쩔수가없다’는 박 감독의 최근작 가운데에선 유머의 농도가 가장 진한 작품이다. 25년간 제지회사에서 근무하다 갑자기 해고된 주인공 만수(이병헌)가 동종업계 취직을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러 나서는 과정이 코믹하고도 씁쓸하게 펼쳐진다.

세 배우가 연기한 인물은 모두 블랙 코미디의 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성민은 만수처럼 실직자가 된 제지업계 베테랑 구범모를, 박희순은 제지회사 중간 관리자 최선출을 연기했다. 염혜란은 구범모의 아내이자 무명 배우인 아라로 출연해 관객의 허를 찌르는 역할을 맡았다. 박찬욱 감독이 캐스팅 제안을 했을 때 염혜란은 "기존 연기 이미지와 정반대의 역할이라 '도대체 왜 저를 쓰려는 거냐'고 물었다"며 "감독님이 예상하지 못한 배우를 쓰고 싶었다고 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성민은 “캐릭터가 뚜렷한 직업군이 아닌 평범하고 무기력한 중년 남자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박찬욱식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도 고민스러웠다”고 했다. ‘박찬욱’이라는 이름만으로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는 박희순은 “만수와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친구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경쟁자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범모와 아라 부부는 만수, 미리(손예진) 부부와 대구를 이루며 영화 중반부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특히 만수와 범모·아라 부부가 뒤엉키는 중반부 육탄전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하다. 염혜란은 “그 부분만 3일을 찍었다”면서 “시나리오에선 영화보다 좀 더 파격적으로 묘사됐는데 현장에선 이병헌 선배가 낸 아이디어 등이 추가되면서 더욱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영화는 일자리가 곧 개인의 정체성이 돼버린 자본주의 사회의 잔혹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그로 인해 조금씩 붕괴하는 가족의 여러 모습도 함께 비춘다. 이성민은 “단순히 실직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가족의 붕괴라는 문제를 제시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대형 화면으로 영화관에서 봐야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박희순은 “요즘 여러 플랫폼에서 영화를 보는데 우리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왜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 새삼 느꼈다”면서 “근사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영상, 멋진 음악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게 영화의 본질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니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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