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새마을금고? 지역소멸 '방패 금융'으로 제2 전성기 맞을 것"

정민승 2025. 9. 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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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 인터뷰>
새마을금고 상반기 1조3000억 사상최대 적자
"부실 털어내는 과정에서 생긴 불가피한 상처,
향후 지역과 소멸위기 함께 대응, 재부상할 것"
"상호금융 특례는 지역경제활성화 큰 지렛대"
"지역환원금융 새마을금고, 가계 대출 강해야"
부실우려금고 지속합병...건전성 경쟁력 키울것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가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중앙회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 중 새마을금고 건전성 강화 방안에 대해 밝히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새마을금고가 최악의 적자를 냈다. 1조3,287억 원. 반기 실적 기준 1963년 창립 이후 최대 규모다. 2023년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 사태 이후 정부가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경영혁신을 위한 대대적인 제도개선에 나섰음에도 받아 든 성적표라 뼈아프다.

이 정도면 애물단지로 불릴 법도 한데,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는 "누적 부실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피하기 어려웠던 현상"이라고 짚었다. 특히 그는 "경제 여건만 개선되면 '턴어라운드' 뒤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지역 기반 특성의 서민금융, 상호금융을 십분 활용하면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방곡곡 포진한 새마을금고가 지역공동체 재건에 기여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이사는 행정안전부 지방세제정책관, 기획조정실장,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등을 역임한 정통 관료다. 1,200여 지역 금고를 관리하는 지도이사는 내부 출신이 맡던 자리지만 경영진 비리 등으로 경영 정상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지난해 3월 그가 '첫 영입 외부 인사' 타이틀을 달고 취임했다. '행안부 낙하산'으로 찍혀 처음에는 출근길이 막혔어도 빠른 업무 장악력과 공감력, 포용적 리더십으로 안착했고, 어려운 합병 작업을 무난하게 해냈다는 평가를 중앙회 안팎에서 받는다.

지역 금고 안정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균형발전의 한 수단으로 '새마을금고 역할론'을 띄우고 있는 최 이사를 지난달 20일 서울 삼성동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만났다. 이후 31일까지 유선으로 보충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8월 29일 나온 상반기 실적을 보면 희망이 없을 것 같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싸게 정리하면서 손실이 커졌다. 잠재 리스크를 실현손실로 확정해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과정인 만큼 조금만 지나면 안정을 되찾고 대표 서민금융, 상호금융기관으로 빠르게 다시 자리 잡을 것이다."

-지난 1년 반을 평가한다면.
"전국 1,200여 새마을금고를 감독하는 일인데, 과거 차관보 시절 등 전국 지자체와 업무 조율하고 협업하는 것 같았다. 그 덕에 작년에 12개, 올해 상반기에 11개가 합병을 이뤄냈다. 모두가 위기를 인식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눈에 띄게 변할 것이다. 화살이 표적에 가닿게 하려면 일단 뒤로 잡아당겨야 한다. 새마을금고는 지금 그 과정에 있다고 본다. 조금만 관심 가져주면 쏜살같이 목표를 향해 갈 것이다."

-그 표적은 무엇인가.
"가계 대출에 강한, 상부상조 정신의 새마을금고 설립 당시의 모습과 초심을 되찾는 것이다. 시중은행과 경쟁하느라 무리하게 권역 외 대출을 했고, 그 부실이 지금 위기의 근원이다. 초심을 찾는 것은 시대 요구에도 부응한다. 출범 60년이 넘어 존재 이유를 재설정하거나 설립 취지를 현대화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인구감소, 지역소멸 문제가 새마을금고의 존재 이유와 맞아떨어진다. 지역 기반의 서민금융 새마을금고가 지역을 살리고, 국가 균형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2023년 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새마을금고중앙회 1층 로비에 전시됐던 금고 출범 60주년 관련 기록 사진. 새마을금고는 한국전쟁 뒤 지역 경제 재건을 위해 1963년 경남 산청군 생초면 등지에서 향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되기 시작했다. 대표적 상호금융기관으로 재직증명서나 담보가 없는 소상공인과 서민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해당 지역민, 지역기업과 성장했다. 지역 기반 금융기관 새마을금고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극복 수단으로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정민승 기자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기본적으로 각 금고가 해당 지역에 남아서 지역 조합원, 지역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89개 인구감소지역에서 점포를 빼도 87개 지역에서 461개 지점을 운영 중인 새마을금고다. 여기선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경제 활동을 통해 공동체 구심점 역할도 한다. 고령화, 소멸 문제를 앞서 겪은 일본 신용금고가 '지역사회 발전=고객 증가' 관점에서 지역에 기여하고 있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것도 수익이 나야 가능한 일이다.
"맞다. 지역민이 저축하고 지역민이 대출해가는 상호금융기관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됐던 다양한 특례도 이 같은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내년부터 연간총급여 5,000만 원 이상 조합원 이자·배당 소득에 대해 비과세 특례를 줄이겠다고 한다. 보통 충격이 아니다."

-얼마나 큰 타격인가.
"금리가 3%라고 했을 때 3,000만 원을 시중은행에 맡기면 이자소득세(15.4%)로 연 13만8,600원의 세금을 낸다. 그런데 새마을금고에 맡기면 농어촌특별세(1.4%) 명목으로 1만2,600원만 내면 된다. 월 1만 원꼴이지만, 이게 사라지면 새마을금고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특례를 줘서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상호금융'으로 키운다면 새마을금고는 지역 발전의 지렛대, 지역소멸의 방패가 될 수 있다."

-어떤 특례가 필요한가.
"최소한 현 특례는 유지돼야 한다. 새마을금고 같은 상호금융이 가계금융을 담당하고, 시중은행은 보다 큰 도전이 필요한 투자나 기업금융에 집중하도록 하는 구조가 된다면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대출 규제 완화 시 상호금융에 대해 우선적으로 풀고, 과거 그랬던 것처럼 상호금융에 담보인정비율(LTV)을 더 주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해서 상호금융에 양질의 대출이 늘고, 경영이 안정되면 시중은행이 지역사회에서 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지분이 과반이고, 그 때문에 수익이 커질수록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부가 많아진다는 현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들이 역차별을 주장하고 나설 수 있다.
"전면적인 실시는 쉽지 않다고 본다. 현재 인구감소지역에 무수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지방세제 개편안만 봐도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에 취득세, 재산세 감면 혜택이 주겠다고 하지 않나. 그 연장선에서 인구감소지역에서라도 지역 토착 금융, 지역 상공인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역 기반 상호금융은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 지역경제 활성화,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적이 있는 정부라면 택할 수 있는 카드다."

-전체 연체율이 8.37%로 작년 말 대비, 1.56%포인트나 상승했다. 급선무는 우선 스스로 적자와 연체율을 줄여 신뢰를 다지는 것이다.
"그렇다. 연초 다른 상호금융권과 더불어 새마을금고 연체율도 상승했지만 적극적인 연체채권 매각 등을 통해 전년 동기(+2.17P) 대비해 연체율 증가 폭은 감소했다. 예수금은 작년 말 258조4,000억 원에서 지난 6월 말 260조6,000억 원으로 늘었고, 가용유동성도 68조8,000억 원에서 70조4,000억 원으로 늘어 시장 충격 대응력이 커졌다. 부실 우려 금고를 꾸준히 합병해서 건전성과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금고가 합쳐지더라도 점포 수가 줄어드는 일은 최소화해서 새마을금고는 서민 곁에 남도록 할 것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한국일보 자료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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