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마음’도 없는 사람들 [편집국장의 편지]

변진경 편집국장 2025. 9. 1. 07: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주, 삼풍백화점 참사 30주기 이야기를 취재한 신선영 기자에게서 두꺼운 기록물 하나를 전달받았다.

당시 서울시는 보상안이나 잔해 처리 과정 등을 두고 유가족들과 갈등을 빚고 있었는데, 부시장의 말에 따르면 당시 참사는 "어디까지나 삼풍이란 개인회사가 일으킨 사고이기에 그쪽에서 이 문제를 전부 처리해야 하는데 너무 피해가 큰 사고이기 때문에, 서울시 입장에서도 이것을 사회적 충격을 줄이면서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해서, 이렇게 앞장서서, 나서서, 처리해드리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난해 9월3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 판결에 항의하며 오열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지난주, 삼풍백화점 참사 30주기 이야기를 취재한 신선영 기자에게서 두꺼운 기록물 하나를 전달받았다. 1996년 6월 서울시가 발간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백서〉였다. 760쪽에 달하는 백서 속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내용은 놀랍게도 ‘자화자찬’이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한날한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다친 참사 현장에서 얼마나 빛나는 ‘시정(市政)’이 발휘되었는지 꼼꼼하고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555쪽 ‘방송보도대응 내용’으로 소개된 서울시 부시장의 TBS 라디오 인터뷰 내용이 압권이다. 당시 서울시는 보상안이나 잔해 처리 과정 등을 두고 유가족들과 갈등을 빚고 있었는데, 부시장의 말에 따르면 당시 참사는 “어디까지나 삼풍이란 개인회사가 일으킨 사고이기에 그쪽에서 이 문제를 전부 처리해야 하는데 너무 피해가 큰 사고이기 때문에, 서울시 입장에서도 이것을 사회적 충격을 줄이면서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해서, 이렇게 앞장서서, 나서서, 처리해드리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서울시는 가해자가 아니라 조정자”로서 “솔직히 말씀해서 서울시 공무원인 저나 많은 공무원들이 이분들(희생자와 유가족)을 도와주려고 일하는 것이지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어서 그 죄책감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책임이 한 톨도 없고 다만 도와주고 있는데 왜 우리에게 뭐라고 하느냐’는 항변이다. 참사 현장은 추모비 하나 없이 값비싼 아파트로 바뀌고, 피붙이의 유해조차 찾지 못한 유가족들이 허공에 대고 술을 뿌리는 지금의 현실에는 유래가 있었다.

삼풍 참사 30년 그리고 이태원 참사 3년 후, 서울시는 2025년 지역축제 안전관리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열었다. 대상(1등) 수상자로 용산구를 선정했다. 용산구청은 수상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대회 본선에서 ‘용산이 함께하는 핼러윈 대비 다중운집 인파 안전관리’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2024년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에서 추진한 종합 안전대책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수상 패널을 들고 활짝 웃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진이 첨부됐다. 이태원 참사 직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 봐야 한다”라던 그 박 구청장이었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뒤늦게 수상을 취소했지만 이미 유가족과 시민의 멍든 가슴은 또 한번 치명타를 입은 뒤였다.

2025년 박희영 용산구청장(오른쪽)이 지역축제 안전관리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용산구 제공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이번 〈시사IN〉 커버스토리는 참사 현장 구조에 참여한 대응 인력이 겪는 트라우마 문제를 다루었다. 사람을 구해놓고도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보통의 마음’조차 없는 이들의 면피와 대비돼 더욱 처절하게 읽힌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