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수준” 자꾸 늦어지는 재판, 윤석열 구속 만료되면?

“첫 번째 전화를 받았을 때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고, 두 번째 전화를 받았을 때는···.” 8월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증인석에 앉은 이민수 중사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윤석열이) ‘총’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계엄을 다시 하면 된다’라고.” 이 중사는 12·3 쿠데타 당시 이진우 수방사령관의 차를 몰았던 운전관이다. 그가 이야기한 ‘두 차례 전화’는 계엄군이 국회 봉쇄·침탈을 시도하던 당시 이진우 전 사령관 차 안에서 오간 윤석열과 이 전 사령관의 통화를 가리킨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측도, 피고인 윤석열 측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같은 차에 타고 있던 오상배 당시 수방사령관 수행부관(대위)은 5월12일 같은 법정에서, 윤석열이 이진우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4명이 한 명씩 들쳐 업고 나와라’ ‘아직도 못 들어갔냐.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 ‘계속해라. (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되어도 두 번 세 번 계엄하면 되니까’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그 차를 운전하던 이민수 중사는 2024년 12월16일과 12월24일 수사기관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두 사람 사이 통화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당초 윤석열 변호인단은 오상배 대위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기 위해 내란 특검 계획보다 이르게 이민수 중사 증인 출석을 요청했다. 정작 법정에 선 이 중사는 수사기관 진술 때와 달리 감춰둔 ‘기억’을 꺼내 보였다. 말을 시작하기 전 한숨을 쉬고는,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진술을 바꾸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때 당시에는 저한테 피해가 올까 봐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누군가한테 말하지 못하니까 혼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이런 일이 있었던 후로 잠을 못 자고, 혼자서 끙끙대는 제 자신을 보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수사기관에 거짓된 진술을 해 죄송하다.”
1월26일 윤석열은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가 사건을 맡았다. 417호 법정에서는 윤석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기존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대한 특검과 피고인 측의 공방이 벌어지는 한편, 이민수 중사의 증언처럼 새로운 사실도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내란은 미수범은 물론이고 예비·음모·선전·선동을 저지른 이들까지 처벌하는 중범죄다. 그런데 재판 초기 사진·영상 촬영을 불허한 결정부터 지귀연 재판부는 피고인 윤석열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았다.

이러다 윤석열 구속 만료되면?
대표적으로 재판이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석열 내란 1심 재판은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기소 후 석 달이 지난 4월14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8월21일 현재까지 14차례 공판이 열렸고, 증인 19명이 출석했다. 윤석열 변호인단의 일정 등을 고려해 한 달에 두 번에서 네 번꼴로 공판이 열리고 있다. 내란 특검이 현재까지 신청한 증인은 110명에 달한다. 윤석열 측이 모든 공소사실(검사가 법원에 심판을 청구하는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만큼 재판에서 다툴 쟁점도 많다. 특검은 재판을 서두르기 위해 법원 여름 휴정기(7월28일~8월8일)에도 공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 측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혐의 등 1심 재판과 비교해보자. 2017년 4월17일 기소된 박 전 대통령 재판은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친 뒤 기소 한 달여가 지난 5월23일 시작됐다. 증인만 133명에 달했다. 당시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신속한 재판을 위해 주 3일 공판을 열었고, 6월12일부터는 주 4일로 늘렸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체력 부담과 품위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당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법원 여름 휴정기와 연말연시에도 재판을 진행했다. 2018년 2월27일 107차(결심) 공판 끝에, 같은 해 4월6일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이 선고됐다. 재판 시작부터 선고까지 318일이 걸렸다.
반면 윤석열 내란 재판은 약 130일 동안 14차 공판에 그치고 있다. 재판이 지연돼 선고가 미뤄지면, 지난 7월10일 재구속된 윤석열이 6개월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1월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두고 손익찬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2·3 내란 진상규명·재발방지 TF)는 8월19일 열린 ‘12·3 내란 재판의 현주소와 제언’ 기자 브리핑에서 “지귀연 재판부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사건, 조지호 경찰청장 등 사건을 함께 심리하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느리다. 직무유기 수준이다. 재구속일인 7월10일부터 6개월이 지나면 석방인데, 거기에 대한 플랜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재판부가 윤석열 사건만 전담하게 하는 방안을 통해 최소 주 3회 이상의 심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을 재판에 출석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은 건강상 이유를 들며 재구속된 이후 열린 다섯 차례 재판에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8월18일 재판에 출석한 윤석열 측 변호인 김홍일 변호사는 ‘윤석열이 향후에도 불출석하나’ ‘건강이 안 좋다는데 어떤 상태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석열이 세 번 연속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동안 재판부는 ‘기일 외 증거조사’ 방식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그러다 8월11일 열린 13차 공판부터는 “불출석으로 얻게 될 불이익은 피고인이 감수해야 한다”라며 피고인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때도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자 궐석재판으로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형사재판은 피고인 본인 출석이 의무다. 내란 특검은 윤석열에 대한 구인영장 발부를 요청했지만, 지귀연 재판부는 “인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리력 행사 시 부상과 사고 우려가 있고, 인권 문제나 사회적 파장에 비춰볼 때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라는 구치소 보고서 등을 근거로 발부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277조의2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재판장이 ‘불출석으로 얻게 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윤석열한테 충분히 경고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궐석재판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손익찬 변호사는 “궐석재판이 재판 진행이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제대로 된 (불출석 사유) 조사 없이 궐석재판이 허용되는 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고,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매번 재판에 앞서 강제구인 시도가 있어야 하고 불출석 사유 조사도 매번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계속해 재판에 불출석하는 동안, 윤석열은 “특검이 의도적으로 모욕감을 줘 안 좋은 선택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도 이렇게 내몰리면 안 좋은 선택을 한다. 망신주기 수사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등 여전히 사법절차에 불복하고 저항하겠다는 메시지를 언론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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