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무기 원소 측정,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는 든든한 기반

주기율표에는 118개의 원소가 있다. 이 가운데 방사성 동위원소만 존재하는 원소와 비활성가스, 그리고 유기화합물을 구성하는 탄소(C), 수소(H), 산소(O), 질소(N)를 제외한 70여 개의 원소를 일반적으로 '무기 원소'라 부른다. 무기 원소는 우리 몸과 음식, 생활 도구는 물론 반도체와 리튬이차전지 같은 첨단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와 농도로 존재한다.
무기 원소는 인체 건강과 직결된다. 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은 체내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면 전해질이 손실되어 일사병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이온 음료나 식염 포도당을 섭취한다.
하지만 과다 섭취는 또 다른 위험을 부른다. 대표적으로 나트륨은 고혈압과 심뇌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어 우리 사회가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크로뮴처럼 대사에 필요한 원소가 특정 상태에서는 발암물질로 변하기도 하고, 망간·셀레늄은 미량은 필요하지만 과하면 독성을 보인다. 비소, 납, 카드뮴, 수은은 대표적인 유해 원소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산업 활동은 무기 원소의 활용을 넓히는 동시에 환경 오염이라는 대가를 남겼다. 20세기 초 유연휘발유 사용은 납 오염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고, 망간은 합금·안료·용접 등 다양한 산업에서 쓰이며 작업자 건강을 위협했다. 여기에 니켈 역시 도금과 합금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지만, 장기간 노출될 경우 호흡기 질환이나 피부 알레르기를 유발해 산업 보건의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에서 원소의 불순물이 제품 성능과 직결되고,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프로세스 케미칼과 초순수는 극미량의 금속 불순물도 성능 저하와 수율 감소를 초래할 수 있어 정밀 분석이 더욱 절실하다. 산업 발전이 불가피하다면 그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과학적 관리와 사회적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측정'이다. 무기 원소의 농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일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국민 안전과 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기초이다. 식품 안전 기준, 환경 규제, 산업 품질 관리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측정 기반 위에서 성립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기측정그룹은 이러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쌀, 배추, 돼지고기, 굴 같은 다소비 식품은 물론 인삼, 김치 등 한국 특화 식품의 영양성분과 유해 원소를 분석할 수 있는 인증표준물질(CRM)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또한 작업자 건강 관리를 돕는 인공 소변 CRM,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미세먼지 CRM도 제공하며 국민 생활 전반과 맞닿아 있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역할은 크다. 리튬이차전지의 양극재 조성은 배터리 용량과 출력, 수명과 안정성에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기측정그룹은 단일 원소 표준용액 CRM과 양극재 인증표준물질을 개발해 배터리 산업의 분석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고순도 프로세스 케미칼과 초순수의 불순물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측정 기술을 제공하여,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무기 원소의 안전한 관리와 정밀한 측정은 단순한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환경 보전, 그리고 국가 산업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우리가 먹는 음식, 마시는 물, 사용하는 제품까지 모두 무기 원소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앞으로도 무기 원소 측정의 국제적 동등성과 신뢰성을 선도하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생활 환경과 국가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꾸준히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국제협력을 통해 한국의 측정 역량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국민 삶의 질 향상에도 한층 더 이바지할 계획이다. 허성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기측정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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