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과학자의 언어는 대중의 언어가 아니다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이며, 기술은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아니러니하게도, 현대 사회에서 과학자와 대중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보와 기술은 넘쳐나지만, 이해와 공감은 오히려 부족하다. 이 간극의 중심에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실패가 존재한다.
마누엘 카스텔은 '커뮤니케이션 권력'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정보의 교환을 통해 의미를 공유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말은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그 정보를 통해 서로 같은 의미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에 있음을 짚어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카스텔의 정의는 과학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무리 정확한 설명이라도, 일반 대중이나 정책 담당자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설명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문제는 과학자의 언어가 대중의 언어와 다르다는 데 있다. 전문 용어, 수치, 논리적 개념들이 중요한 만큼, 그것을 수신자의 사고방식과 인지 수준에 맞춰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과학자의 커뮤니케이션은 '쉽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도록' 말하는 능력이다. 자기중심적인 설명은 단순히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뿐, 오히려 해석 오류나 오해를 키우기 쉽다.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일과 기술의 경영'에서 "듣는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도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단지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이 환경 문제든, 백신과 같은 보건 이슈든, 유전자 조작이나 AI 기술에 관한 것이든, 결국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존 맥스웰은 '리더의 조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목표가 '행하는데' 있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 단순 수용이 아닌, 반응을 유도하여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과학자의 설명이 사회적 결정을 이끌지 못한다면, 그 설명은 실패한 것이다. 과학자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중에게 과학의 의미를 연결해 주고 해석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설명의 논리뿐만 아니라, 설명자의 신뢰다. 신뢰가 없으면 설득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맥스웰은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신뢰감이라고 말한다. 과학자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많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해관계나 연구 배경을 투명하게 밝히며, 듣는 이의 감정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과도한 자신감이나 방어적인 태도는 오히려 신뢰를 해친다. 때로는 "이 부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는 말이 더 큰 신뢰를 형성한다. 나아가 겸손한 자세와 일관된 태도, 그리고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상호적 소통을 통해 '이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태도, 감정적 소통, 겸손함과 같은 '비과학적 요소'들이 커뮤니케이션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과학적 사실의 설득력은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인격적 신뢰와 함께 구축된다는 점에서, 과학자의 말은 언제나 '지식'과 '신뢰'라는 두 기둥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사회는 '정보의 홍수' 속에 있다. 과학은 점점 더 전문화되고, 대중은 점점 더 피로해진다. 이 속에서 과학자는 단순한 연구자가 아니라, 과학이 담고 있는 사회적 의미를 대중의 언어로 번역해 주는 해석자가 돼야 한다. 정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직 커뮤니케이션만이 변화를 일으킨다. 과학자는 이제 지식의 보관자가 아니라, 사회적 반응에 귀 기울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통을 이어가는 연결자가 돼야 할 때다. 그것이 곧, 과학이 사회와 함께 가는 길이다. 최호철 한국화학연구원 국가전략기술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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