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농산물] 쫀득쫀득 고소한 매력, 옥수수 | 전원생활
껍질과 수염까지 버릴 것 하나 없어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9월호 기사입니다.
‘옥수수 하모니카’라는 동요의 한 구절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하모니카 불 듯 옥수수를 먹던 달콤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친근한 작물인 옥수수는 햇살과 수분을 머금고 무럭무럭 자란다. 푸른 계절, 옥수수밭에 들어서면 큰 키를 자랑하는 옥수수들이 우뚝 서 있다. 그래선지 밭 사이를 가로지를 때 마치 정글을 누비는 듯한 착각이 든다.

연녹색 껍질을 두른 옥수수는 속에 동그란 알갱이가 촘촘히 박혀 있다. 품종에 따라 알갱이 색은 흰색·노란색·보라색 등 다양하다. 보는 재미만큼 맛과 식감도 훌륭한데, 갓 수확한 옥수수를 삶거나 찌거나 구워 먹으면 특유의 단맛과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맛과 향에 이끌려 한 입 두 입 먹다 보면, 알갱이가 빠진 자리엔 작은 구멍이 ‘숭숭’ 뚫려 옥수수 속대가 드러난다.
그 근거로 남미 전설에는 신이 사람을 옥수숫가루로 빚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야문명에서는 옥수수 신을 인간의 시조로 믿었다는 설도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옥수수가 가져온 풍요 덕분에 잉여 시간이 생겨 마야와 아즈텍의 피라미드, 마추픽추 등 남미 문화가 한층 발달할 수 있었다고.
시간이 흘러 유럽에서 온 콜럼버스가 옥수수를 발견했을 땐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재배되는 작물로 자리 잡은 뒤였다. 콜럼버스는 유럽에 옥수수를 전했고, 이후 옥수수는 아프리카·아시아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오늘날 옥수수는 밀·쌀과 함께 세계 3대 곡물로 꼽힌다.

우리나라와 옥수수의 인연은 16세기 조선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처음 들여온 옥수수는 쌀이나 보리를 재배하기 어려운 산간지대에서 식량 대용으로 재배됐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1970년대, 축산업과 옥수수 가공산업이 발달하면서 옥수수 알곡 수요가 증가하고, 재배면적도 크게 늘어났다. 다만 양이 부족해 여전히 수입 옥수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생긴다. 찰옥수수 ‘찰옥 1호’가 개발되면서 주산지였던 강원도를 넘어 남부 지역을 포함한 전국으로 재배지가 확산된 것이다. 이후 품질과 상품성이 우수한 ‘미백찰’ ‘일미찰’ 등 다양한 찰옥수수가 개발되고 보급되며 국산 옥수수의 입지가 견고해졌다. 최근에는 단맛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져 초당옥수수 품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는 ‘국민 작물’이 되어 강원 평창과 홍천, 충북 괴산 등 전국 곳곳에서 옥수수들이 수확을 기다리며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높은 활용도만큼 효능 또한 뛰어나다. 옥수수 속대에는 베타시토스테롤 성분이 있어 치통이나 염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잇몸 치료제 개발에도 옥수수에 포함된 유효성분이 활용되곤 한다. 또, 옥수수에는 항산화 성분인 페룰산이 들어 있어 항암이나 항염, 노화 예방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미국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페룰산 함량은 고온에서 찌거나 삶아 섭취할 때 크게 증가했으며, 조리 시간에 따라 함량이 달랐다.
이 외에도 철과 엽산이 풍부해 빈혈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옥수수수염이 배뇨장애나 신장 기능 개선에 효과적인 약재로 기록돼 있다. 그늘에 말린 수염을 달여 마시면 다량 함유된 칼륨이 이뇨 작용을 도와 부종을 완화해준단다. 혈관 건강에도 기여하는데, 옥수수수염 추출물에 포함된 메이신 계통 물질이 혈관질환을 개선하거나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국식품영양학회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자색 옥수수 추출물은 혈당 조절과 당 대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옥수수는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오해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많은 양을 먹으면 탈이 나거나 체중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옥수수 100g의 열량은 100~160㎉이다. 비타민 B1·B2·E, 칼륨 등의 무기질과 식이섬유 또한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적당량 섭취는 다이어트와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되니, 멀어진 옥수수와의 거리를 좁혀보자.
옥수수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한 몇 가지 팁이 있다. 우선 옥수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떨어지니 수확 직후 조리해 바로 먹는 게 가장 좋다.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옥수수를 한 번 삶거나 쪄서 열기를 식힌 뒤, 굳기 전에 냉동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으면 된다. 냉동실에서 꺼낸 옥수수에서 알갱이를 떼어 밥 지을 때 넣으면 은은한 단맛과 쫀득한 식감이 더해진다. 이때 알갱이는 손이나 숟가락을 이용해 빼내야 영양분을 많이 함유한 배아를 보존할 수 있다.
옥수수의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는 또 다른 방법은 옥수수 껍질을 조리하기 직전에 벗기는 것이다. 옥수수 조리 방법은 삶기·찌기·굽기 등 다양한데, 특히 찰옥수수는 쪄 먹을 때 특유의 맛과 식감이 살아난다. 속껍질을 2~3장 남기고 찌면 풍미가 깊어지고 수분이 유지되면서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이 완성된다.
준비하기(1인분)
옥수수 1개, 양파 ½개, 버터 15g, 우유 200㎖, 밥 130g, 그라나 파다노 치즈 20g, 올리브오일 20g, 파슬리 가루 3g, 후추 2g
만들기
1 흐르는 물에 옥수수를 씻은 후 알갱이를 떼어내고, 양파를 다진다.
2 프라이팬에 버터와 ①을 넣고 볶는다.
3 ②에 우유·밥을 넣고 우유가 밥에 스며들어 꾸덕꾸덕할 정도로 졸인 다음, 그라나 파다노 치즈와 함께 섞어준다.
4 ③을 그릇에 담고 올리브오일을 두른 후 파슬리 가루, 후추를 뿌려 완성한다.

옥수수 수프
준비하기(1인분)
옥수수·양파 ½개씩, 우유 150㎖, 버터 10g, 그라나 파다노 치즈 5g, 올리브오일 1작은술, 후추 약간
만들기
1 흐르는 물에 옥수수를 씻은 후 알갱이를 떼어내고, 양파는 0.5㎝ 두께로 채 썬다.
2 냄비에 버터와 ①을 넣고 약 2분간 볶는다.
3 ②에 우유를 붓고 핸드믹서로 거칠게 간 다음,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넣고 약 10분간 끓인다.
4 ③을 그릇에 담은 후, 올리브오일과 후추를 뿌려 완성한다.

옥수수 컵케이크
준비하기(2인분)
옥수수 1과 ½개(반죽용 1개, 토핑용 ½개), 핫케이크가루 180g, 우유 150㎖, 달걀 1개, 종이컵 2개
만들기
1 옥수수를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예열한 찜기에 넣고 10분간 찐다.
2 ①에서 알갱이를 떼어내고 반죽용과 토핑용으로 나눈 뒤, 옥수수 껍질 중 여린 잎을 고른다.
3 유리 볼에 핫케이크가루, 우유, 달걀, 반죽용 옥수수를 넣고 잘 섞어 반죽을 만든다.
4 종이컵 바닥에 ②의 옥수수 껍질을 깔고 그 안에 ③을 부은 다음, 전자레인지에서 약 8분간 익힌다.
5 ④를 종이컵에서 꺼내 그릇에 담고, 위에 토핑용 옥수수를 올려 완성한다.

옥수수 폴렌타
준비하기(2인분)
옥수수 2개, 올리브오일 30g, 폴렌타 가루 100g, 토마토퓌레 300g, 파프리카 가루 5g, 물 300g, 레몬즙 20g, 이탈리안 파슬리 10g
만들기
1 흐르는 물에 옥수수를 씻은 후 알갱이를 떼어내고, 이탈리안 파슬리는 다진다.
2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른 뒤, ①의 옥수수 알갱이를 넣고 볶는다.
3 ②에 폴렌타 가루, ①의 다진 이탈리안 파슬리, 토마토퓌레, 파프리카 가루, 레몬즙, 물을 넣고 걸쭉할 정도로 섞어 졸인 후 오븐용 그릇에 담는다.
4 ③을 180℃에서 15분간 구운 후 그릇을 꺼내 한 김 식혀 완성한다.
*폴렌타는 옥수숫가루 등 곡물 가루를 쑤어 만드는 죽 형태의 이탈리아 요리이다.

글 김민선 기자 | 사진 고승범(사진가) | 요리&스타일링 김나민·안지현(핀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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