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보다 민초" 스타 연출가가 개인 서사에 집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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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역사의 반복이다.
러시아-우크라니아, 이스라엘-가지지구, 태국-캄보디아. 작든 크든 지난 전쟁 역사의 어느 지점에서 보던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경험한 우리 역사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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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역사의 반복이다. 러시아-우크라니아, 이스라엘-가지지구, 태국-캄보디아…. 작든 크든 지난 전쟁 역사의 어느 지점에서 보던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경험한 우리 역사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임진왜란으로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은 강화협상이 결렬되면서 다시 정유재란으로 이어졌듯,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휴전 협상' 결렬로 재전쟁을 겪는 중이어서 수백 년 전 참상이 결코 과거의 기억으로만 정리되지 않는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오늘의 일상인 셈이다.
지난해 초연에서 호평받았던 연극 '퉁소소리'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경험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과거의 전쟁 이야기가 오늘의 일상을 '실시간' 날카롭게 파고든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연극을 '재연'으로 보기 힘든 이유다.
오는 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다시 무대에 오르는 통소소리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의병으로 참여한 최척과 그의 아내 옥영이 전쟁으로 겪는 이별과 유랑, 해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의 한문 소설 '최척전'을 '스타 연출가' 고선웅(57) 서울시극단 단장이 각색하고 연출을 맡았다.

그가 이끄는 무대의 주인공은 '영웅'이 아닌 '서민'이다. 전쟁의 아웃사이더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고 연출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조금 그렇지만, 이순신 장군 얘기 나오면 재미있나요? 너무 많이 나오기도 했고, 또 아는 얘기들도 많잖아요. 삼국지는 또 어떤가요. 죄다 조조와 장비, 여포 등 영웅들 얘기뿐이잖아요. 병사나 민중, 그 가족들이 얼마나 기구하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요. 저는 그런 개인의 서사들이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연극이 더 실감 있게 다가오는 배경도 명나라와 일본의 협상 결렬에 따른 남의 전쟁에 우리나라 병사가 차출돼 한 가족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이,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에 차출된 북한 병사의 모습처럼 비슷한 에피소드의 데자뷔로 인식돼서다.
고 연출은 "지금 전쟁이 많은 것 같고 세상이 뒤숭숭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영웅의 서사는 이미 많은 분들이 교감하지만, 그 밑에 죽어간 많은 사람들의 서사는 없으니 관점만 조금 바꾸면 그 서사의 울림을 관객과 함께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집중력과 흡인력에서 호평받는다. 그런 관객의 평가에 대해 그는 '순간의 집중'이라는 표현으로 화답했다. "(연습하러)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집중하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걸 느끼고 집중해서 사유하고, 다시 까먹고 사유하고…. 이런 반복을 통해 재미를 주려고 합니다."

배우들이 느끼는 '집중의 미학'도 비슷했다. "연습 시작하자마자, 머리보다 몸으로 그 순간의 상황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줘요. 그 순간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무언가 계산하기보다 순식간에 인물을 대면하게 되고 그러면서 제가 자유로워진다는 걸 느끼게 하거든요."(정새별)
"연출의 가장 큰 장점은 믿음이에요. '넌 이미 최척이야'하고 말씀하시는 순간부터 전 부자연스러워도 이미 그 인물이 돼 있기 때문에 계속 고치면서 그 인물의 동기화가 재빠르게 일어나는 것 같아요. 배우를 편안하게 흘러가는 상태를 만들어주죠."(박영민)
"어린 배우들은 어쩌면 '나를 단순하게 만들어준다'고 오해할 수도 있을텐데, 저는 '나답게 꺼내준다'는 걸 느꼈어요. 준비하지 않고 가면 내가 단순해지고, 준비해 가면 나다운 역할을 만들어준다고 할까요?"(최나라)

재미와 감동을 오가는 빈틈없는 서사의 핵심으로 고 연출은 "의도를 배제한 연출"을 꼽았다. 그는 재미있고 슬프고 긴장된다 같은 감정의 결도 예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어가야 한다며 그 의도가 들키는 순간, 연극도 망가진다고 했다.
"평론하듯 재단하면 제가 다 들키는 것이니, 가장 좋은 접근방식은 배우들과 함께 겉절이 무치듯 즐겁게 작업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교묘하게, 영리하게 할까 생각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 전혀 안 하려고 합니다."
고 연출은 "이 작품이 전쟁을 일으킨 중국과 일본을 거쳐 지구 한 바퀴 돌며 전쟁의 경각심을 전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퉁소소리는 지난해 초연에서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을 받았고 평론가가 뽑은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올랐다. 이 작품은 고 연출이 임기 3년의 단장직을 마치기(9월) 전 올리는 마지막 작품이다.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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