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시설 없고 규제 ‘발목’… 힘든 삶, 달라진 게 없다
주민들 생활인프라 확충·일자리 창출 등 한목소리
“접경지역 발전·중복 규제 해소, 법령 체계 정비해야”
분단 70년을 넘어 노년기로 접어 든 파주 민통선 북쪽 마을 주민들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마을인데 예나 지금이나 삶이 나아진 게 없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과 법안 등이 쏟아지면서 주민 지원을 위한 제도적인 노력이 지속돼 왔지만 규제 완화, 기초 및 생활인프라 확충,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불만으로 풀이된다.
■ 분단 72년 주민들의 삶,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일보가 파주 민통선 북쪽 마을(대성동마을, 통일촌, 해마루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은 병원이나 편의시설 등 사회기반시설 미비 등으로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민통선 마을에 거주하면서 제일 불편한 점은 병원과 편의시설 등 사회기반시설 미비(35명·66%), 군 관련 통제·각종 규제 완화(11명·20%) 등으로 조사됐다.
민통선 마을 미래발전방안에 대해선 젊은 세대들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 확충(21명·40%), 사회기반시설 등 인프라 확충(20명·38%), 민통선 마을 지원 확대 (10명·19%) 등을 꼽았다. 파주 민통선 북쪽마을 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과 관련해 응답자의 28%인 15명은 ‘보통’이라고 대답했고 58%인 31명은 ‘부족하다’고 응답해 현행 법이나 제도 등의 실질적 효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접경지역(비무장지대, 민통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주민 복지를 향상 시키기 위해 2011년 제정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주민들의 체감 온도는 크게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민통선 마을에 대한 규제가 심했다는 응답자도 62%(33명)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 발전 대안으로 거론되는 민통선 북상과 관련, 찬성한다는 주민은 44%(23명), 반대한다는 주민은 36%(19명) 등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은 북상, 통제된 민통선 삶에 익숙한 노년층은 현실 안주 성향이 강하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박영민 교수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 민통선 북상 등 주민들의 속마음이 드러난 만큼 정부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거미줄 중복 규제, 통합관리해야 민통선이 산다
학계에선 접경지역 관련 법률을 두 가지로 나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자연환경보전법, 문화재보호법 등은 규제 법률이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개정을 건의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행안부 소관 법률) 외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등은 지원 법률이다.
지원 법률인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은 그러나 이 법 제3조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접경지역 이용, 개발, 보전 등에 관해 우선 적용한다. 하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국토부 소관 법률),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국방부 소관 법률), 국토기본법(국토부 소관 법률) 등에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해 한계성을 보이고 있다.
김효은 박사(전 경기도 평화대변인)는 “DMZ와 면한 파주시는 군시시설보호구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적용을 통한 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수도권 북부 접경지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외에 수도권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등으로 중복 규제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 근거해 사업을 추진하려다 해당 사업지에 군부대 초소 등이 있어 계획을 변경한 사례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컨트롤타워가 없어 정부 부처마다 소관 법률을 각자 집행해 시너지 효과가 떨어져 민통선 지원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효은 박사는 “접경지역사업 추진은 행안부, 국토부, 통일부, 문체부, 환경부 등의 협조와 조정이 필수적이지만 접경지역정책에 관한 별도 통합조직이 없어 (부처 이해충돌로) 사업 취소나 변경이 잦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처마다 접경지역 사업 관련 예산 및 규제사항 등을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접경지역심의위원회로 이관해 체계적인 사업 구상 및 관리감독시스템 일원화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72)은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마을의 지속이 가능하다”며 “농업 외에 쌀과 콩 등을 활용한 막걸리 분말 등 상품을 특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0년째 이장을 하고 있다. 그동안 마을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한 걸음씩 변화가 일고 있다”며 “남북교류 협력이 이뤄져 평화관광이 활성화되면 민통선이지만 풍성해질 것이다. 아울러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이 실질적인 마을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동구 대성동마을 이장(56)은 “지금 농업 말고는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없다”며 “농업도 고가의 장비 운영 등으로 수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대안으로 DMZ 라이스칩(남한의 벼와 북한의 벼를 교배해 만드는 쌀과자)이나 마을방문 징표인 대성동 코인을 만들어 마을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성동마을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관광테마형태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도 토로했다. 김 이장은 “대성동마을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해 관광테마나 박물관 형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홍정식 해마루촌 이장(55)은 “마을에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테마상품을 개발 중으로 젊은이들이 마을로 돌아와 마음껏 기질을 발휘하고 끼를 펼칠 수 있는 생태환경을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 이장은 이를 위해 통일촌처럼 마을 자체를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우리 마을은 허준묘 등 역사적인 장소도 많아 생태관광을 하기에 적합하다”며 “관광버스 등이 오고갈 수 있도록 규제가 풀렸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관련기사 :
‘분단’ 수렁에 갇힌 72년… 마을 존폐 위기 [파주 민북마을, 격동과 파란의 70년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0819580259
대북정책 따라 통제·개방 반복… 긴장·불안 일상화 [파주 민북마을, 격동과 파란의 70년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0819580110
김요섭 기자 yoseopkim@kyeonggi.com
김영호 기자 ho392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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