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케데몬' 매기 강 감독 "서태지와 H.O.T.가 내 영감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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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전 세계를 흔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중심에는 한국계 창작자 매기 강(강민지) 감독이 있다. 픽사와 디즈니를 거쳐 글로벌 무대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언젠가는 꼭 한국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오랜 바람을 이번 작품에 담았다. 서울을 찾은 그를 만나 작품의 비하인드와 '골든'신드롬을 직접 들어봤다.

한국적 디테일을 작품에 담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 내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했을 때조차, 많은 사람들이 지도를 보면서도 한국을 못 찾았어요. 충격이었죠. 그때부터 '언젠가는 꼭 한국을 전 세계에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사명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절대 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한국적이어야 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요?
백자 달항아리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멀리서 보면 완벽한 원인데, 사실은 큰 사발 두 개를 이어 붙여 만든 거잖아요. 그 설명을 듣고 '완벽하지 않은 게 오히려 더 완벽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했어요. 불균형 속의 균형, 여백의 미… 이런 게 제겐 바로 창작 아이디어로 이어졌습니다.
작품 속 세계관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사실 처음부터 케이팝을 다루려던 건 아니었어요. 저는 무당, 저승사자 같은 한국적 이미지에 매력을 느꼈고, 거기서 '데몬 헌터'라는 틀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그다음 케이팝이라는 요소가 얹히면서 지금의 세계관이 완성된 거죠.
굿과 아이돌 무대를 연결한 설정도 화제였는데요.
굿은 노래와 춤으로 악귀를 몰아내는 의식이잖아요. 저는 그것이 최초의 콘서트라고 생각했어요. 그 리듬과 퍼포먼스가 케이팝 아이돌 무대와 연결된다고 봤습니다. '굿=콘서트'라는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작품 속 무대 연출로 이어졌죠.


OST '골든'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골든'은 루미의 소망과 열망을 담은 가장 중요한 곡이에요. 멜로디가 예쁘게 흐르는 것만으론 부족했어요. 캐릭터의 전사를 통째로 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수십 번 고쳤습니다. 밴쿠버에서 차 안에서 데모를 듣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던 순간이 있어요. 그때 '이거다!' 싶었죠. 결국 완성된 '골든'은 저한테도 개인적으로 특별한 노래입니다.
작품이 전 세계에서 신드롬이 된 걸 언제 실감했나요?
공개 직후 열흘 동안은 남편과 둘이 새벽 3시까지 SNS만 봤습니다(웃음). 전 세계 사람들이 커버 영상을 올리고 챌린지를 하는 걸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타임라인 언어가 영어에서 한국어로 바뀌는 걸 보고 '이게 진짜 글로벌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공식적으로 결정된 건 없지만 제 머릿속에는 아직 풀지 못한 백스토리와 아이디어가 많아요. 케이팝뿐 아니라 트로트, 헤비메탈 같은 장르도 언젠가는 해보고 싶습니다. 후속작이 나온다면 완전히 다른 색깔의 작품이 될 거예요.
개인적으로 영감을 받은 콘텐츠가 있다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서태지와 아이들, H.O.T. 같은 1세대 케이팝을 진짜 좋아했어요. 그들의 무대는 제 상상력을 키운 원천이었죠. 또 봉준호 감독님의 <괴물>에서도 큰 영감을 받았어요.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으니까요.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자랐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영화를 좋아하셔서 구로사와, 펠리니, 키에슬로프스키, 왕가위, 채플린 등 세계적인 감독들의 작품을 자주 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과 영화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짧은 단편 시나리오를 쓰거나 캐릭터를 그리며 창작 활동을 즐겼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부모님은 제가 예술에 재능이 있다고 판단하시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습니다.
업계 입문 계기는 뭘까요?
제가 자란 토론토 인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학교인 쉐리던 컬리지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2D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3학년 졸업작품으로 단편 영화를 완성해야 했습니다. 졸업작품 발표 자리인 '인더스트리 데이'에는 캐나다와 미국의 주요 스튜디오가 참여했는데, 제가 졸업할 때는 드림웍스, 블루스카이, 니켈로디언이 찾아왔습니다. 세 곳 모두와 인터뷰를 했고, 드림웍스에서 트레이닝 프로그램 지원 제안을 받았습니다. 수백 명이 지원하는 과정에서 6명만 선발됐는데, 운 좋게 그 안에 뽑혀 애니메이션 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한국 문화가 세계를 사로잡은 힘은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시나요?
한국인들의 가장 큰 힘은 열정과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하든 온 마음을 다해 임하는 에너지가 세계인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거죠. 그래서 요즘은 K-팝, K-뷰티처럼 'K'가 붙기만 해도 미국인들이 열광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 문화가 이제는 전 세계에 영향을 주는 문화가 되었구나'라는 자부심을 느꼈고, 이런 힘을 담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어로 만들어진 작품을 통해서도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북미에서 자라 양쪽 세계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영어로 한국 문화를 전하는 방식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영어로 한국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처음엔 다소 낯설게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미국 스튜디오가 문화적으로 온전히 한국적인 영화를 제작한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문화의 힘을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 문화가 얼마나 발전했고,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그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은정 기자 hah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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