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만 입는 옷 이미지 벗어나…한복, 세계인 입고 싶은 ‘힙한 아이템’

황지원 기자 2025. 9.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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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특별하게 ‘요즘 한복’
전통 복식 바탕에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
특별한 날 아닌 일상복으로 입는 사람 늘어
‘가슴가리개’는 어깨끈 달아 크롭티
‘두루마기’는 짧게 잘라서 재킷으로
영화 신드롬 타고 노리개·갓 소품도 인기
경복궁·국립중앙박물관에 관광객 진풍경
외국인들도 한복의 고유한 매력에 반해
봉황문인문보 패턴이 그려진 치마를 든 디자이너 김단하씨.

예스럽고 낡은 것으로 여겨졌던 한복이 최근 세련되고 ‘힙’한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일생의 특별한 날 고전의 멋을 트렌디하게 변주한 한복을 입는 풍경이 속속 눈에 띈다. 또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복 체험이 한국의 전통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순간으로 자리 잡았다. 한복은 더이상 과거의 옷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만들어가는 문화가 됐다.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 한복=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된 한복을 일상에서나 결혼식 피로연, 돌잔치, 해외 여행 등 특별한 날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흐름을 이끄는 대표 주자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단하’다. 2018년 디자이너 김단하씨가 창업한 단하는 전통 문양과 소재, 복식을 활용해 새로운 한복을 선보인다. 단하의 핵심 디자인은 봉황이 그려진 궁중 보자기 ‘봉황문인문보(鳳凰紋引紋袱)’의 문양에서 착안한 패턴이다. 이 패턴이 그려진 천으로 치마를 만들거나 저고리 소매·고름·깃에 포인트를 준다.

단하에서 판매하는 한국적인 문양의 조끼 ‘배자’와 깃이 둥근 ‘단령 깃’ 볼레로 카디건.

2020년 케이팝(K-Pop) 그룹 ‘블랙핑크’가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 단하의 한복을 입고 등장하며 단하는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블랙핑크는 전통 속옷인 ‘가슴가리개’에 패턴을 넣고 어깨끈을 달아 만든 크롭톱(배가 드러나는 짧은 민소매 상의), 남자 옷인 ‘철릭’(허리선 아래 주름이 잡힌 무관 의복)과 ‘두루마기’를 짧게 잘라 만든 재킷을 입었다. 김씨는 “전통 복식을 바탕으로 하면서 동시에 기존 틀을 깨려고 한다”며 “단하의 한복을 계기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전통 복식도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연합뉴스

궁에서 만난 한복=8월25일 오후 종로구 경복궁 인근.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은 수많은 사람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한복을 입고 궁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즐겨 찾는 인기 체험이자,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국 여행 필수 코스가 됐다. 경복궁 인근에는 한복대여업체 약 50곳이 성업 중인데, 이들 업체의 여성 한복은 화려한 색감과 금박 장식을 특징으로 한다. 머리를 땋아 댕기를 매고 자개 핀을 꽂는 헤어서비스까지 더해져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인다. 미국인 관광객 매디슨 테일러씨(21)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복을 꼭 입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날이 덥기는 하지만 예쁜 사진을 위해 참을 수 있다”고 웃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갓을 쓰고 춤추는 ‘사자보이즈’. 넷플릭스

남성 체험객에게 요즘 가장 핫한 아이템은 ‘갓’이다. 갓이 인기를 끈 배경엔 조회수 2억회를 돌파하며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자리한다. 영화에서 남성 5인조 아이돌 그룹 ‘사자보이즈’가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채 저승사자 콘셉트로 춤을 춘 장면이 화제를 모은 것이다.

체험객이 만든 노리개.

한복, 다양한 소품으로=한복을 입지 않더라도 관련 소품을 통해 전통의 멋을 즐길 수 있다. ‘노리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주인공이 허리춤에 차고 등장해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 관광 예약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서는 6월1일∼8월17일 두달 반 동안 노리개 만들기 클래스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133% 증가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진행된 8월23일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는 일본 총리의 부인 이시바 요시코 여사와 함께 노리개를 만들고 교환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복을 입은 고양이. 네이버 블로그 앵알이네

‘뮷즈’ 열풍을 일으킨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숍에서도 한복을 모티브로 한 소품이 인기다. 커다란 수건에 금색 용 무늬를 새긴 ‘곤룡포 비치 타월’은 연일 동나며 판매일엔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을 빚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일월오봉도 앞치마, 갓 모양 잔, 색동저고리 가방 등이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생활용품 업체 다이소는 반려동물 한복을 5000원에 출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이소 한복을 입은 고양이를 본 누리꾼들은 “정말 귀엽다” “우리 집 강아지에게도 입히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복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매년 한복박람회 ‘한복상점’을 개최한다. 8월7∼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한복상점’엔 150개 업체가 참여해 매출액 2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수치다. 권순재 문체부 전통문화과 사무관은 “문체부는 2024 파리올림픽 기간에 프랑스 파리에서 한복 패션쇼를 개최하고, 배우 박보검씨를 글로벌 한복 홍보 모델로 섭외하는 등 한복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복만의 고유한 매력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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