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냐 법무부냐'... 대통령까지 중재 나선 중수청 논란 대체 뭐길래

이유지 2025. 9. 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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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관건은 설계다]
<7> 합리적 토론의 쟁점들
이재명 대통령 "합리적 토론" 주문에도
임은정 "정성호 장관 검찰에 장악" 맹폭
檢 노하우 이관? 중수청 필요성부터 의문
"제2 윤석열 나오면…" 행안부 쏠림 우려
"검경 다 기피하는 천덕꾸러기 기관 될라"
편집자주
다시 ‘검찰 개혁’의 시간이다. 검찰권 남용을 막아 일그러진 검찰 국가를 바로 세우면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범죄 피해자 약자들을 대변해 온 변호사, 일선 형사부 검사, 현장 경찰, 법률 전문가의 진단과 제언을 종합해 성공적인 검찰 개혁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시스템 구축의 방향과 조건을 모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 개혁 논의와 관련해 거듭 "합리적 토론"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은 이 대통령(왼쪽부터)이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29일 촛불행동 등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 호남발전특위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 이 대통령 SNS · 강예진 기자 · 뉴시스 · 정다빈 기자

검찰 개혁 논의가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합리적 토론"을 주문한 데 이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정밀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자, 일부 여권 강성 지지층에서 격앙된 분위기가 형성됐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 장관이 검찰에 장악돼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인사가 참사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권 남용 피해 당사자이자 검찰 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이 대통령과 그의 38년 동지로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 장관이 '정교하고 신중한 개혁'을 언급했다가 강경파로부터 개혁 진정성을 의심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보여주기식은 안 된다. 실질적 안을 도출해야 하고 토론의 장에서 합리적, 이성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재차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이번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곧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기를 놓치면 실망한 지지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전광석화처럼 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다만 정 대표는 31일 SNS에 "당정대 간 이견은 없다. 파열음, 암투, 반발, 엇박자도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부는 성공적 개혁 수단을 놓고 "보여주기식 말고 합리적 대안"을 고민하지만, 당 강경파는 '지지층 열망'을 언급하며 위태롭게 마주한 모양새다. 법률 전문가들은 감정적으로 치닫는 논의에 우려를 표하면서 이번 입법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시스템 설계 과정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설치 방안'과 관련한 쟁점을 살펴봤다.

이재명 정부 ‘검찰 개혁’ 논의 타임라인. 그래픽=송정근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이 꼭 필요?

당정 구상대로 추석 전 국회가 정부조직법 입법을 추진하면 △신설 중수청의 필요성, 역할, 소속 △국무총리 산하 국가수사위원회의 기능 △검찰청 명칭 변경의 위헌성 논란 등이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수사권 운용 방안 각론인 △'사건 핑퐁 대란' 및 법률 비용 증가 대책 △전건송치 폐지 후 부작용 관련 대책 △보완수사권 부여 및 견제 방안 정교화 등은 이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중수청은 민형배·김용민·장경태 민주당 의원 주도로 설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수사관 인력을 옮겨와 검찰에 쌓인 중대·광역·조직 범죄 수사 노하우를 이관하되,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두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당론으로 확정한 바는 없다.

우선 중수청 설치 필요성부터 논란이다. 검찰개혁 논의에 앞장서온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과연 좋은 제안인지 누구도 판단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며 "검찰 수사관들이 검찰 조직을 떠나 마약, 금융, 세관 수사만 따로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고민했는지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일단 필요성 의문을 딛고 '중수청 설치'를 밀어붙인다 해도 문제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국가수사본부에서 중대범죄 수사를 맡되 검찰이 제대로 감독, 보완수사만 할 수 있게 하면 굳이 별도 기관 신설 없이도 해결될 일"이라고 평가했다. 무리하게 검사의 권한을 뺏으려다 보니 제도가 불필요하게 복잡해졌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권의 계획대로 '추석 전 정부조직을 설계하고, 이후 수사권 운용 방식을 정한다'는 시간표로는 중수청 설치 여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쉽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 개혁’ 주요 발언. 그래픽=송정근 기자

행안부 몰아넣고 권력분산?

중수청을 설치한다면 소속도 관건이다. 행안부와 법무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행안부 설치를 주장하는 쪽은 기존 검찰 인사들과의 연결 고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인적 연결을 끊고 검찰 수사 역량만을 도려내듯 옮겨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활동한 임은정 지검장은 29일 국회 토론회에서 "(처음엔 법무부 산하를 주장했으나) 칸막이가 없으면 '검사들이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냐'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며 "(법무부) 인적 청산이 안 된 상황에선 행안부에 두는 안에 찬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력 분산의 퇴행' 우려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잉여 수사인력을 중수청으로 재편해 국가 수사역량을 강화하겠다면 법무부 소속이 바람직하다"며 "행안부가 일반 행정경찰, 사법경찰, 특별수사청까지 산하에 두게 되면 권력의 과도한 집중으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검찰권 남용 우려는 검찰청과 중수청 간의 인사교류 금지 등으로 막을 수 있지만, 행안부 권력 집중은 '제2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막을 방법조차 없다는 것이다.

여권이 '수사 기소 분리'를 추진하며 모델로 삼은 영국에서도 광역·특수범죄 수사를 위한 특별기관은 △내무부 산하 국가범죄수사국(NCA·National Crime Agency)과 △법무총재 산하 중대비리수사청(SFO·Serious Fraud Office)으로 분리 설치돼 있다. 범죄 억지를 위한 공소기관의 보완수사권을 완전 폐지한 해외 사례가 거의 없는 데다, 영국에서도 여러 수사 기능의 관할이 행안부(내무부)에 몰려 있진 않다.

‘검찰 개혁’ 논의 주요 쟁점. 그래픽=송정근 기자

수사 노하우는 사멸?

또 다른 관건은 검찰에 쌓인 △내란·외환 △부패 △경제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마약 범죄 수사 역량을 누가 어떻게 이어받아 수사 공백을 최소화하느냐다. 검찰청에 재직 중인 수사관 6,000여 명의 인사이동이 문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수청이 행안부에 설치되면 검사와 수사관이 옮겨가길 기피하거나 퇴직해버려 수사 노하우가 사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일각에선 '일단 법으로 정하면 공무원들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지만, 반발과 부작용만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수사 경력이 풍부한 인력들은 대우가 좋은 로펌으로 빠져나가고, 그렇게 되면 검경 출신이 모두 기피하는 천덕꾸러기 기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뒷전으로 밀린 현장 대란
    1. • 검경 '사건 핑퐁'에 수사 하세월… 6개월 걸리던 사건 2,3년씩 떠돌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2380003217)
    2. • "현재 검찰 개혁안, 범죄자만 살판나는 세상 될 우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5050000097)
  2. ② 보완수사 막으면, 진실은
    1. • 성폭행, 뇌물, 무고… 경찰 수사종결 억울해도 구제할 길 막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13430003540)
    2. • "수사 지연 심각... 검찰 개혁하려면 제대로 된 현장 조사부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0510002047)
  3. ③ 역할 커진 경찰도 비상
    1. • 수사관은 안 늘었는데… 쏟아지는 사건에 경찰 베테랑도 떠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1110003606)
    2. • "국가수사본부가 중요 수사 전담해야… 중수청 신설보다 효율적"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201380005295)
  4. ④ 핵심은 권력남용 방지
    1. • 경찰·중수청·공수처 통제 방안 미흡... 검찰 개혁 성패, 설계에 달렸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1913330005588)
    2. • "검경 수사 '2인 3각' 절실… 검찰 해체에만 몰두하면 국민만 피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322590005123)
  5. ⑤ 국민 피해 없는 개혁안은
    1. • 검찰 개혁 찬성론자들도 우려 "10대 쟁점 고민 없이 밀어붙여선 안 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509270002994)
    2. • "검찰 개혁 논의 지나치게 진영화... 조사, 검증, 평가 없어 답답"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413390004960)
  6. ⑥ 피해자가 남긴 당부
    1. • '8번 검경 조사' 끝에 밝혀진 집단 성학대… 현실판 '더 글로리' 피해자의 울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608580004214)
  7. ⑦ 합리적 토론의 쟁점들
    1. • '행안부냐 법무부냐'... 대통령까지 중재 나선 중수청 논란 대체 뭐길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09150004758)
    2. • '검찰총장' '검사' 법률로 폐지? 대통령실 "네이밍보다 대안" 언급 이유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12350002935)
  8. ⑧ 쏟아진 전문가 우려
    1. • "괴물 만들기" "손목 아픈데 어깨 잘라" 검찰 개혁안 성토 쏟아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507300002765)
  9. ⑨ 검찰청 폐지, 직면 난제는
    1. • 신설 '중수청'… 누가 이끄나? 인력 확보는? 산적한 과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6580002098)
    2. • 검찰청 폐지 예정에 "사명감으로 버틴 형사부 검사가 무슨 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5230002566)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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