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끝판왕… 매탄고, 8년 만에 왕좌 되찾았다

안동/김동현 기자 2025. 9. 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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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 정상
매탄고가 지난 30일 끝난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에서 승부차기 끝에 금호고를 물리치고 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매탄고 공격수 김동연이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리자 선수단이 함께 환호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매탄고가 ‘승부차기 신화’를 쓰며 고교 축구 최정상에 올랐다. K리그 수원삼성 유스팀 매탄고는 30일 안동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80회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 겸 2025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사·대한축구협회·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결승에서 광주FC 유스팀 금호고를 꺾고 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양 팀은 연장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 끝에 매탄고가 5대4로 승리했다.

매탄고는 이번 대회 내내 ‘잡초 같은 근성’으로 버텼다. 16강부터 결승까지 4경기 연속 승부차기를 치르면서 모두 승리를 거머쥐었다. 준결승(경북자연과학고전)을 제외하면 늘 선제골을 내주고도 끈질기게 따라붙어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역전극을 완성했다. 이 극적인 여정의 중심엔 매 경기 선방 퍼레이드를 펼친 3학년 수문장 이진혁이 있었다.

지난 24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치른 보인고, 부천FC, 경북자연과학고와 승부차기 대결에서 모두 선방으로 승리를 이끈 이진혁은 이날 결승전에서도 금호고 세 번째 키커의 슈팅을 막아냈다. 선방 비결을 묻자 이진혁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승부차기 훈련은 솔직히 따로 안 했어요. 이상하게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이면 자신감이 차오르고 대담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승부차기를 앞두고는 긴장한 팀 동료들을 일일이 포옹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무조건 막을 테니, 너희는 편하게 차라.” 결국 그는 약속을 지켰고, 매탄고 키커들은 모두 골망을 갈랐다.

이진혁은 ‘저니맨(journeyman·한 팀에 자리 잡지 못하고 여러 팀을 떠도는 선수)’이다. 포항 스틸러스 U-12, 안성 G스포츠클럽 U-15, 충남 신평고를 거쳐 지난해 매탄고로 전학 왔다. 그는 “많은 팀을 옮겨 다닌 건 내 실력이 부족했던 탓”이라며 “그럼에도 저를 믿고 기용해 준 학교에 보답한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의 활약은 ‘골키퍼상’이라는 개인 영예로도 이어졌다.

매탄고 선수단은 이날 우승의 공을 배기종 감독에게 돌렸다. 14년간 K리그 수원, 제주, 경남 등에서 뛰며 프로 통산 49골 34도움을 올린 배 감독은 지난 1월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특정 포지션에 선수를 고정하지 않고 경기 흐름에 맞춰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덕분에 취임 첫해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고교축구대회 준우승, K리그 U-18 챔피언십 4강에 이어 이번 전국고교축구선수권 우승까지 큰 성과를 냈다. 그는 “프로 지명을 앞둔 3학년들에게 마지막 대회라는 점이 큰 동기 부여였다”며 “한 경기 한 경기 힘들게 올라온 것이 팀엔 오히려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날 매탄고의 우승을 이끈 숨은 주인공은 1학년 막내였다. 전반 13분 금호고 이수빈의 중거리슛에 실점한 매탄고는 후반 6분 코너킥 상황에서 중앙 수비수 최다훈이 침착한 헤더로 동점골을 넣었다. 키 189㎝의 큰 체격을 자랑하는 그는 이날 그라운드에 선 양 팀 선발 중 유일한 1학년이었다. 배 감독은 “최다훈은 어린 나이에도 침착함이 돋보이는 선수”라며 “앞으로 매탄고의 미래를 밝혀줄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최수용 감독이 이끄는 금호고는 6년 만의 고교 축구 정상 탈환을 노렸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1995년부터 금호고를 지휘하며 두 번의 전국고교축구선수권 우승(2010·2019)을 달성한 최 감독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난다. 30년간 금호고 지휘봉을 잡은 그는 후배 코치에게 역할을 물려준 뒤 광주광역시 축구협회장직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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