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중고 의류 시장… 백화점도 뛰어들었다

김윤주 기자 2025. 9. 1. 00: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들렌메모리’ 물류센터 가보니

중고 패션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달 26일 회원 1500만명을 대상으로 중고 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를 시작했다. 또 다른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는 해외 유명 빈티지숍이 입점했고, 이커머스의 질주를 이끌고 있는 쿠팡은 최근 명품 플랫폼 ‘알럭스’를 통해 중고 명품 판매를 시작했다.

중고 의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온라인몰 디파트도 지난달 판매를 시작했다. 디파트는 중고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고객들이 내놓은 제품을 취급한다. 중고 의류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주로 새 옷만 취급하던 업체들까지 중고 거래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고객들도 뛰어든 중고 의류 시장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최근 백화점 고객들이 입던 브랜드 의류를 매입하고 이를 백화점 포인트로 돌려주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두 백화점이 매입한 의류를 검수하여 재판매하는 리세일 전문 스타트업 ‘마들렌메모리’ 물류센터에는 한 달 만에 띠어리, 산드로, 꼼데가르송 등 백화점 브랜드 의류 수천 벌이 접수됐다.

지난달 12일 경기 성남에 있는 이 회사 물류센터에 가보니 입구부터 고객들이 보내온 택배 상자가 100개 넘게 쌓여 있었다. 마들렌메모리는 2021년 리세일 사업을 시작한 뒤 이듬해부터 코오롱FnC의 중고 의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부터는 백화점에서 매입한 의류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

중고 거래 과정은 간단하다. 고객은 입던 옷을 이곳 물류센터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의류, 디자인 업체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직원 8명이 이를 꼼꼼히 검수해 매입 여부를 판단한다. 옷의 라벨 부착 여부, 생산 연도, 얼룩의 심한 정도 등을 확인해 검수를 통과한 옷만 세탁 업체로 보낸다. 업체 관계자는 “보통 세탁으로 얼룩을 지울 수 없거나 정품 여부 확인이 어려운 20%의 옷이 이 단계에서 걸러진다”고 말했다.

이날 센터에는 세탁이 끝난 옷 50여 벌이 도착했다. 하나씩 개별 포장돼 있어 새 옷처럼 보이는 옷이 대부분이었다. 종류는 원피스부터 겨울 코트, 반팔, 치마 등 다양했다. 이 옷들은 정가의 20~30% 수준인 가격표를 달고 새 주인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물류센터 내 창고에는 이런 옷 수천 벌이 마치 창고형 매장처럼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전문 세탁 업체의 세탁을 거친 옷이어서 중고 의류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나지 않았고 얼룩이나 뜯어짐도 없었다. 업체 관계자는 “개인 간 중고 거래나 구제 의류숍에서 구입한 옷과의 가장 큰 차이는 새 옷 같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2일 경기 성남에 있는 리세일 전문 스타트업 ‘마들렌메모리’ 물류센터 내 창고에서 직원이 세탁을 마친 옷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 옷들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게 된다. / 고운호 기자

◇가격·편리함에 40~60대도 호응

백화점 고객들이 내놓은 옷 수천 벌은 최근 전용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가 시작됐다. 업체는 그간 중고 의류 거래의 중심이었던 ‘MZ세대’보다는 40~60대가 주 고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Z세대는 한정판 리셀(되팔기)이나 친환경 소비가 중고 거래의 주목적이라면, 40~60대는 새 상품과 비슷한 수준의 옷을 아웃렛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더 크다. 더 이상 안 입는 옷을 백화점 포인트로 돌려받으려는 사람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해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팔 때 백화점 포인트를 받는 등 경제적 이득이 있다는 게 중고 의류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인기 많은 브랜드의 경우 중고 시장 재고율이 5% 미만이라고 한다. 중고 옷 100벌을 매입하면 그중 95벌은 새 주인을 찾아간다는 뜻이다. 정가의 30% 수준으로 옷을 살 수 있어 수요가 몰린다. 중고로 옷을 구입한 뒤 깨끗이 입고 다시 되파는 경우도 있어 옷 한 벌이 2~3회씩 회전하기도 한다.

2022년 7월부터 백화점 매입이 시작되기 전인 올해 1분기까지 이 회사에서 매입한 옷은 총 4만벌로, 이 중 3만1000벌이 판매 완료됐다. 재고 소진율은 한 달간 59%, 1년으로는 92%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새 옷 중심이던 백화점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중고 거래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품의 종류나 유통 경로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지난해 국내 중고 의류 시장 규모를 5조6000억원대로 추산한다. 연평균 16.5%씩 성장해 2027년에는 전체 패션 시장에 유통되는 옷 4벌 중 1벌(24.3%)이 중고 의류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