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장이 법무장관 공격, 검찰개혁 둘러싼 희대의 세력 갈등

검찰 개혁 문제를 둘러싸고 희한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한 세미나에서 정성호 법무장관의 개혁안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라며 “정 장관이 검찰에 장악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진수 법무부 차관,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 등을 거론하면서 “찐윤 검사” “인사 참사” “검찰 개혁 5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했다. 일선 지검장이 법무장관은 물론 대통령의 인사까지 공개 비판한 것이다.
자신과 뜻이 맞지 않으면 홍위병처럼 행동하는 임 지검장의 처신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검사 신분으로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를 비판하고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을 수사 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등 여러 차례 좌충우돌했다. 그 결과 정치적으로 유명해졌지만, 검찰 안팎에선 공무원으로서 자격과 능력 미달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그가 검사 일을 제대로 했다면 할 수 없는 발언이란 비판이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 발언을 개인의 소양과 자질 문제로 넘길 수 없다. 공권력 재편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세력 싸움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강경파들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권은 물론 수사 통제 기능까지 박탈하는 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또 검찰 기존 수사권을 가져가는 중수청을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은 수사권 통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 검사장의 원색적 비난은 이들에게 ‘찐윤’ 낙인을 찍어 재갈을 물리겠다는 강경파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형사사법의 기본 원칙은 공권력 간 견제와 균형이다. 민주당 방안대로 보완 수사 요구 등 검찰의 수사 통제 기능을 없애고 경찰은 물론 중수청까지 사법 행정과 상관없는 행안부 산하에 둔다면 1차 수사에 대한 견제와 통제 장치는 사실상 사라진다. 경찰, 공수처에 중수청까지, 책임 전가와 과잉 경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사기관 난립 문제도 재검토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정부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과잉 수사, 수사 지연, 부실 기소, 부실 재판 등 문제를 일으켜 온갖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여권의 의견이 갈리자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형사사법의 원칙을 바꾸고 국민 인권에 직결되는 문제는 당연히 공론화가 필요하다. 급하게 다룰 과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한풀이하듯 다뤄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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