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파국으로 치닫는 인천공항-신라·신세계면세점

김주엽 2025. 8. 3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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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고수 vs 경영난 가중… 임대료 협상 ‘결렬’

법원, 강제 조정안 내놓을 가능성 커
인천공항 이의제기 시 본격 소송전
다음 입찰 롯데·CDFG 유력 후보로
공모·기존 영업방식 변화 목소리 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5월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는 내용의 조정 신청을 제기했고, 두 차례 열린 조정기일에 인천공항공사가 불참하면서 법원이 강제 조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사진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보안구역 내 면세구역에서 이동하는 이용객들의 모습. /경인일보DB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둘러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면세점 간 조정 협상이 결국 결렬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5월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는 내용의 조정 신청을 제기했고, 두 차례 열린 조정기일에 인천공항공사가 불참하면서 법원이 강제 조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조정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임대료와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거나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 판매 구역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4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낙찰받았다. 당시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든 시기였던 만큼, 여객 수 회복에 따라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도 회복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기대했다.

인천공항공사 역시 코로나19 이후 면세점 임대료 산정 방식을 여객 수와 연동한 객단가를 근거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여객 수가 줄더라도 면세점이 최소한 내야 하는 임대료 금액이 정해져 있어 면세점들의 부담이 컸다. 여객 1인당 객단가도 코로나19 이전 매출액과 비교해 절반 정도 금액으로 정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기존보다 임대료 부담이 완화되자 2023년 면세점 입찰 당시 국내 주요 면세업체뿐 아니라 중국계 대형 면세점까지 입찰에 참여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입찰 가격을 최저 수용 금액의 160~170% 수준으로 높게 써내면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여행객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면세점 매출이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았다. 인천공항 이용객은 크게 증가했지만 면세점 매출이 이와 비례해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면세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중국 단체관광객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 또한 면세점 대신 ‘다이소’나 ‘올리브영’과 같은 로드 숍을 많이 찾아 면세 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법원은 임대료 인하 방안이 담긴 강제 조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공사는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면세점 측이 스스로 제시한 임대료”라며 “조정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가 이의를 제기하면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하게 된다. 소송 기간에도 영업해야 하는 이들 면세점은 매달 60억∼80억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철수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 폐점이 이뤄지면 각 면세점은 1천900억원 수준의 위약금을 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철수하면 다음 입찰에는 국내 1위 면세업체인 롯데면세점이 낙찰받을 가능성이 높다. 2023년 4월 입찰에 참여했던 중국계 대형 면세점인 CDFG도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CDFG가 높은 금액을 써내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을 가져가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사업권 공모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게 면세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업계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으므로, 국내 업체들은 CDFG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가격에 대한 배점을 낮추고, 우리나라 시장에서의 영업 실적이나 국내 업체와의 거래량 등 다른 부분에 점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업체들 또한 기존 영업방식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이전처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나 이른바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소상공인에 의존한 영업 방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한세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오지은 교수는 “면세업체들이 판매 상품이나 면세점 운영 방식을 재점검하고,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토대로 여러 면세점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엽 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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