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영화관도 넷플처럼 ‘구독’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시민과 함께 영화 ‘독립군 : 끝나지 않은 전쟁’을 관람했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문승욱 감독을 비롯해 내레이터로 참여한 배우 조진웅, 정종민 CJ CGV 대표이사 등이 동석했는데요. 이 대통령은 영화관 입장 전 정 대표에게 “정부가 지급한 영화관 할인 쿠폰이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됐나” “남은 발행량은 얼마나 되느냐” 등의 질문을 했습니다. 정 대표는 “450만 장이 발행됐다”고 말했고요. 전체의 40%가량이 소진됐다는 취지로 답했죠.
여기서 이 대통령이 언급한 영화관 할인 쿠폰은 정부가 지난달 25일부터 영화 관람 활성화를 목표로 배포한 ‘영화관 6000원 할인권’을 말합니다.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271억 원을 편성해 총 450만 장의 할인권을 선착순으로 배포했습니다. 할인권 발급 첫날 오전에는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예매 사이트에 서버 마비 현상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고요. 배포 사흘 만인 지난달 28일 모두 소진됐습니다.
이후 극장에는 아주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습니다. ‘문화의 날’인 지난달 30일 극장을 찾은 전국 관객 수는 86만 명.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하루 최다 관객 수를 경신한 것인데요. 할인권 배포와 영화를 7000원에 관람할 수 있는 문화의 날이 겹치면서 단돈 1000원에 영화를 보는 루트가 뚫린 게 주효했습니다. 이어진 주말인 지난 2일에 약 89만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으면서 올해 최다 관객 기록은 사흘 만에 깨졌죠.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7월 누적 관객 수는 1173만7324명으로 전월보다 402만6595명 증가했고요. 지난 28일 기준 8월 누적 관객 수도 1207만1035명을 기록했습니다.
▮할인권은 응급 수혈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영화 관람 할인 사업에 관해 “예매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로 소비자가 좋아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단비처럼 영화계에 가고 있는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계속 챙겨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계 안팎에서는 단기적 수요 자극형 정책을 반복한다고 극장 침체가 풀리진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할인권은 일시적 대책일 뿐, 정부의 장기적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영화계에서 입을 모아 요구하는 시급한 정책 개입은 무너진 ‘홀드백’ 질서의 복원입니다. 과거에는 극장 개봉 영화가 IPTV, OTT 등 다른 플랫폼에 공개되기까지 일정한 시간(홀드백)이 걸렸습니다. 홀드백 관례에 따라 극장 개봉 후 통상적으로 6개월은 지나야 플랫폼에 편입시킬 수 있었는데요. 팬데믹을 거치면서 홀드백 관례가 차츰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극장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치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판권을 빠르게 2차 시장으로 판매하게 된 것이죠.
애초 홀드백 제도 자체가 극장 상영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홀드백 기간이 급속도로 단축되면서, 관객 사이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개봉 영화를 편하게 집에서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고요. 이는 극장을 찾지 않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습니다. 전문가들이 홀드백 법제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극장도 넷플릭스처럼
한편 극장계를 향해서도 관객이 극장을 자주 찾을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에 넷플릭스처럼 극장도 ‘구독제’를 운영하자는 제안이 나왔는데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구독한 관객은 ‘본전’을 생각하며 꾸준히 극장을 찾을 수밖에 없고요. 관객이 다음에 볼 영화가 필요하기에 극장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작품을 상영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영화 산업의 위기와 극장 침체기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셈이죠.
노철환(영화평론가)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젊은 세대를 극장으로 이끄는 것이 구독제의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시네마 붐이 일면서 젊은 층이 자연스럽게 극장을 찾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요. 극장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가 부담 없이 꾸준히 극장을 찾는 방법은 구독제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꾸준히 극장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극장 가는 재미, 영화 보는 재미를 알게 될 겁니다. 이 친구들이 나중에 자식들 데리고 영화 보러 다니면 새로운 시네필 층을 탄탄하게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 관객을 육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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