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재단 수장들의 중도 사퇴로 흔들리는 인천문화

인천 지역문화의 창달(暢達)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문화재단의 수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임명장을 받은 김영덕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이달 중순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내달 중 사직하기로 했다. 원래 주어진 임기는 오는 2027년 2월 20일까지. 임기를 절반가량 보낸 시점에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인천시장이 교체된 이후 문화재단 대표가 물갈이되는 일이 최근에만 벌써 세 번째다.
김 대표의 전임이었던 이종구 당시 대표이사는 임기를 1년 남짓 남겨둔 시점인 지난 2023년 12월 사직했다. 물러나면서 현 유정복 인천시장 취임 이후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놓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2018년에는 당시 최진용 대표이사가 박남춘 인천시장 취임 4개월여 만에 임기를 1년 2개월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역문화 수장의 반복되는 중도사퇴에 대해 지역문화계는 정치적인 배경과 원인을 염려한다.
이번에 자진사퇴하는 김 대표이사는 재단 내부 회의에서 ‘일신상의 이유’를 내세우곤 일체의 상세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인천과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김 대표이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부원장을 지냈고,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을 역임한 문화콘텐츠 전문가다. 그런 그가 지역 정서를 바탕으로 정치적 움직임에 반응하는 재단 내외부 인사들의 입김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싶다.
비단 인천문화재단뿐만 아니라 인천지역의 군·구 문화재단까지 포함해 새로 취임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측근이나 선거캠프 출신 인사가 이사진에 포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각 문화재단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중도 사퇴가 되풀이되면서 재단의 전문성과 신뢰도가 떨어지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코드인사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마침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 연동 방안을 강구하자 지자체들도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과 산하 출자·출연기관장 임기를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부터 착수해 새 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뽑는다 해도 임기는 6개월 정도뿐이다. 인천문화재단이 후임 대표를 곧바로 선출하지 못하고 직무대행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인천의 문화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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