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쇼’일지라도…” …우리의 삶에 건넨 위로
독재자의 대역 배우로 부역한 네불라
‘착한 딸’ 연기하는 입양아 수아 만나
내면 상처·진심 직시… 화해 여정 그려
선명한 주제 의식·감동 메시지 ‘여운’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는 흡인력 강한 서사와 선명한 주제의식, 그리고 노래와 춤·무대·조명이 조화를 이루며 감동을 선사하는 보석 같은 뮤지컬이다.
주인공은 가상의 나라 파라디수스를 철권통치하던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로 살다가 미국으로 도망치듯 이주한 네불라. 그리고 한국계 입양인 수아의 외로운 일상이 네불라의 삶과 교차된다.

원래 독재자 대역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모두가 고개를 조아리는 권력의 실체가 인격이 아니라 ‘연기와 장치’임을 드러내며 권력의 본질과 사회 부조리를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체성 상실에서 회복에 이르기까지 대역이 겪는 서사는 흥미진진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1940)’이래 ‘카게무샤’, ‘데블스 더블’ 등에서 우리나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창작물에서 독재자 대역이 활약했다.
‘쇼맨’은 이 계보 위에서 ‘타인의 삶을 비추는 거울’로서 수아를 등장시켜서 새로운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수아는 양부모 밑에서 발달장애를 지닌 동생을 보살피며 ‘굿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자랐다. 동생이 사고로 다친 이후 집을 나와 마트 ‘굿데이’에서 일하며 혼자 산다.

‘쇼맨’은 노래와 춤도 주제의식만큼이나 선명하다. 네불라를 상징하는 트럼펫과 수아를 상징하는 바이올린은 무대 위 한편에서 각자의 테마를 연주하다 극이 진행될수록 하나의 멜로디로 겹쳐지며 두 인물의 연대를 표현한다. 모든 곡이 귀에 잘 꽂히는데 특히 극을 여닫는 ‘인생은 내 키만큼’이 주는 여운이 크다. 푸른 조명이 물결치듯 무대를 채우고 네불라는 숨쉬기 위해 물속에서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노래 부른다.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파도는 계속 쉼 없이 밀려오는데 나는 헤엄칠 줄을 몰라.” 누구나 짊어진 삶의 고단함을 노래하는 대목이 살기 위해 허우적대는 몸짓과 함께 보는 이 마음을 시리게 한다. 시작할 때 네불라만 부르던 노래는 마지막에는 함께하는 합창으로 확장된다. ‘헤엄치는 법은 저마다 다르며, 각자의 방식으로 숨 쉬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네불라의 ‘멍청이 쇼’도 오래도록 기억되는 강력한 노래와 장면이다. 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네불라는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던 죄책감이 폭발하면서 독재자의 죽음을 마음껏 풍자하는 연기로 갈채를 받는다. 자신을 향한 절규와 조롱이 뒤섞인 네불라의 노래와 연기는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2022년 국립정동극장 초연 당시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극본상, 남자주연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의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듬해 바로 장기간 재연된 데 이어 올해 다시 시작된 삼연이 31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토니상을 석권한 ‘어쩌면 해피엔딩’ 이후 K-뮤지컬 차기 대표작으로 거론될 자격도 충분하다. 새로운 제작사를 만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K-뮤지컬’ 영미권 중기 개발 지원작품으로 선정된 상태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임영웅 1억 거절·홍지윤 일당 3000만원, 그들이 직접 쓴 ‘이름 가격표’
- 30억 빚 → 600억 매출…허경환은 ‘아버지 SUV’ 먼저 사러 갔다
- 호적조차 없던 이방인서 수백억원대 저작권주…윤수일, ‘아파트’ 뒤 44년의 고독
- “배경 보다 헌신 택했다”…조은지·라미란·김윤진, 톱배우들의 이유 있는 남편 선택
- “내가 암에 걸릴 줄 몰랐다”…홍진경·박탐희·윤도현의 ‘암 투병’ 기억
- 47세 한다감도 준비했다…40대 임신, 결과 가르는 건 ‘나이’만이 아니었다
- 100억 쓰던 ‘신상녀’ 300원에 ‘덜덜’…서인영 “명품백 대신 가계부 쓴다”
- “통장 깔까?” 1300억 건물주 장근석의 서늘한 응수…암 투병 후 악플러 ‘참교육’한 사연
- "故 전유성, 지금까지 '잘 놀았다'고"…최일순, 유작 작업 중 그리움 드러내
- “깨끗해지려고 썼는데”…물티슈, 항문 더 망가뜨리는 이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