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만 돼도 숨이 턱”…불볕 피해 하루 두 번 출근
어둠 걷힐 무렵부터 잡초 뽑기 등 시작
30분만에 땀 범벅…5시간여 작업 지속
오후 4시 이후 잔업…침수 피해 ‘한숨’
“수확·재배기 걱정…대책 시급”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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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만 돼도 더워서 숨이 막혀. 해가 좀 떨어지면 다시 나와야지.”
폭염 경보가 내려진 31일 오전 7시께 광주 북구 용전동 한 논에서 만난 김옥순(73·여)씨는 무릎까지 오는 긴 장화와 손만 내놓은 긴팔 차림으로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뽑고 있었다.
어둠이 완전히 걷힌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었지만 체감온도는 벌써 27.9도에 달해 김씨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온 힘을 줘도 벼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잡초가 좀처럼 뽑히지 않자 김씨는 낫을 꺼내 들어 베어내기 시작했다.
허리를 숙인 채 작업을 이어가던 김씨가 고개를 든 건 잠시 땀을 닦아내기 위해서였다.
그 틈에 조금 쉬어갈 법도 했지만 곧바로 다시 낫을 손에 든 김씨는 “덜 더울 때 조금이라도 더 해둬야 한다”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김씨가 뽑은 잡초가 성인 남성 허벅지 높이까지 쌓이자 그는 낫을 내려놓고 주변 수로로 다가가 막혀 있던 둑을 열었다.
조금씩 논으로 흘러 들어온 물이 찰랑거릴 정도까지 되자 김씨는 다시 둑을 닫았고, 그제서야 바닥에 앉아 숨을 골랐다.
김씨는 “8월이 끝나가는 데도 더위가 여전해 앞이 조금이라도 보이기 시작하면 바로 나온다”며 “오전 10시 정도가 되면 들어가서 쉬고, 오후 4시 이후에나 다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하루 두 번 출근’에 대해 김씨는 “농사를 하는 주민들 대부분 여름 내내 이래왔다”며 “그나마 괜찮은 이른 아침에도 30분만 지나면 숨이 헐떡거린다”고 부연했다.
늘 맞이한 여름이지만, 올해는 유독 가혹했던 날씨로 인한 시름도 깊었다.
1천600평 남짓한 김씨의 논에 심어진 벼들은 겉으론 멀쩡해 보였다. 그러나 중앙에 있는 것들일수록 낱알의 색은 거무튀튀했고 이삭 자체가 맺히지 않은 것도 다수였다.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는 벼들에 대해 김씨는 “지난 ‘괴물 폭우’로 인해 병해를 입은 탓”이라며 “주변의 이동식 화장실이 떠내려갈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던 터라 올해 수확이 제일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논 인근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정길영(43)씨 역시 “아직까지 침수 피해를 다 복구하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물에 잠긴 것들은 대부분 썩어 치운 뒤 새로 심어야 하는데, 한여름 비닐하우스는 그야말로 찜통”이라며 “새벽이 아니면 들어가기조차 어려워 완전 정비까진 한참 걸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해가 중천을 향해 가면서 태양에서 오는 열기도 강해지자 묵묵히 작업을 이어가던 김씨도 “더는 안되겠다”며 주변을 정리했다.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 김씨는 “농사를 최고로 잘 지었을 때 한 마지기(150-300평)에서 나오는 게 150만원 남짓인데, 농약값이나 기계 대금을 빼면 얼마 남지도 않는다”며 “올해처럼 폭우와 폭염이 겹치면 풍작은커녕 상품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에서 나락값이라도 보장해 줘야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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