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역사 간직한 부평공장의 기록 [한국지엠 아카이빙 프로젝트·(1)]

한달수 2025. 8. 3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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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문화재단 공동기획>
다시 불켜지고… 마지막 차종 생산 시작점으로 되돌아갔다

쉐보레 트랙스 1세대 해체 작업
작가들 8대 카메라로 영상 담아
철수설속 노동자들 비장한 손길
“미래 지속 가능성 찾는게 목표”

한국지엠 부평2공장의 산업사적 가치를 조명하기 위한 아카이빙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올해 8월 초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된 차량 해체 작업. /경인일보DB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한국지엠 부평2공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완성차 생산 공장이다. 부평2공장 생산 설비는 3년째 가동을 멈춘 채 폐쇄돼 있다. 부평2공장의 산업적·역사적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아카이빙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이다. 경인일보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한 부평공장의 60여년 역사와 가치를 5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인천 부평2공장 내 조립직장(완성차를 최종 검수하는 공간)에서는 한국지엠 정비교육센터 소속 정비 노동자들이 작가들과 함께 지난달 6일부터 5일간 ‘쉐보레 트랙스’ 1세대 모델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부평2공장이 폐쇄되기 직전인 2022년 11월까지 이곳에서 생산된 트랙스를 조립 순서와 정반대로 분해하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인콜렉티브’ 작가들은 8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차량 한 대가 수만 개의 부품으로 분해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차량 해체 작업은 지난해부터 추진된 부평자동차공장 아카이빙 전시 프로젝트 ‘모터타임즈 2025’의 일정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 부평구문화재단, 경인콜렉티브가 손을 잡았다. 1962년 국내 최초의 현대식 완성차 생산공장으로 문을 연 부평2공장을 산업문화유산으로 기록하기 위해 시각예술과 접목한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회사의 주인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자동차 생산은 계속되고 있다. 부평공장 역사에 대한 기록은 물론 이곳에서 일한 노동자들과 공장 주변 주민들의 기억을 다룬 이야기도 아카이빙 프로젝트에 포함된다. 산업화 시기 인천 경제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부평지역 역사까지 짚어본다.

공교롭게도 올해 한국지엠이 정비사업소와 유휴부지를 매각하는 계획을 밝히는 등 ‘철수설’에 휩싸이면서 아카이빙 프로젝트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문이 닫히고 불이 꺼진 부평2공장 역시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는 운명에 처했지만, 이 공장과 함께 생활하는 노동자, 시민들은 ‘공장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들 역시 비장한 마음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인콜렉티브 김은희 대표는 “한국지엠 정비사업소도 매각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번 해체 작업을 통해 한국지엠 소속 정비사들의 기술력을 보여줄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며 “다들 열정적으로 작업에 참여한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아카이빙은 역사적 기록이 담긴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번 아카이빙 프로젝트는 부평2공장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300만 인구가 모여 사는 대도시 인천의 한복판에 자동차 공장이 폐쇄돼 있다는 사실을 전시를 통해 알리고, 지속적인 아카이빙을 이어나가기 위한 첫걸음에 해당한다. 이번 전시회 명칭을 ‘멈춘 곳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지은 이유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사업을 처음 추진할 당시 노조 내부에서 아카이빙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나왔다. 어려운 회사 상황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부평2공장의 가치를 알리고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연대해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로 논의하면서 진행했다”며 “과거를 통해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찾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했다.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해체 작업 영상 기록과 부평2공장의 역사를 담은 자료는 오는 26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리는 1차 전시회에서 공개된다.

또 10월 중 부평2공장 내 조립공정 라인에서 ‘키네틱 아트’(기계 장치 등을 이용해 작품을 움직이는 예술)와 결합한 창작물도 공개된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양정욱 작가가 작품 제작에 참여해 가동을 멈춘 부평2공장에 숨결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한달수 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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