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그리고 ‘문명의 이웃들’…예술로 물드는 ‘남도’
‘삶과 미래’에 초점 둔 작품 다채
‘송정역’ 포용디자인으로 재구성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전통·채색·설치 등 창제작 풍성
목포·해남·진도 등서 수묵 향연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제4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지난 30일 개막식을 열고 두 달여의 일정에 돌입했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11월 2일까지 펼쳐지는 디자인비엔날레, 10월 31일까지 목포와 해남, 진도에서 진행되는 수묵비엔날레는 가을날 예향을 물들이는 문화 대축제다. 각각 포용 디자인으로 구현된 4개의 주제관, 고아한 수묵의 향기가 발하는 남도의 전시장을 소개한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4개의 주제관은 각각 ‘세계’(1전시관), ‘삶’(2전시관), ‘모빌리티’(3전시관), ‘미래’(4전시관)를 모티브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이번 행사의 기획 의도와 전시관 구성 취지, 다채로운 작품 등을 접하며 디자인이 어떻게 우리 삶을 바꾸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1전시관에는 여러 나라들이 실천해 온 포용 디자인의 흐름과 사례, 디자인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켜왔는지 알 수 있는 작품들이 비치돼 있다.
밀라노공과대학의 ‘부유하는 둥지’는 기후 위기가 초래한 해수면 상승에 대응해 만든 작품이다. ‘지식의 도서관’ 개념으로 10개 수상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베네치아, 이스탄불 등 지리적·문화적 맥락에 따라 설계됐다.
‘삶’에 초점을 둔 2전시관은 ‘나’, ‘나와 우리’, ‘나와 사회’라는 세 가지 시선에 토대를 두고 있다. 토스 유니버셜 디자인팀의 ‘일상을 잇는 도구들’은 시각장애인 5명의 인터뷰로 구성됐다. 장애들이 저마다의 필요에 따라 한 몸처럼 선택한 도구들을 볼 수 있고 관람객도 직접 체험이 가능하다.
3전시관의 주제는 ‘모빌리티’. 단순한 수단을 넘은 모빌리티의 본질을 보여주는 디자인들을 만난다. (주)하이코어의 ‘스마트 로봇체어 에브리고 HC1’는 이동 약자를 위한 이동 보조기기로 세밀한 팔걸이, 등받이 조정, 제자리 회전 등 신체적 부담을 고안해 제작됐다. 방문객들은 로봇체어를 타며 교통 약자의 시선을 가늠할 수 있다.

마지막 4전시관은 미래에 방점이 놓여 있다. 포용디자인이 견인할 기술의 미래를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DLX 디자인 랩과 도쿄대 수의행동학 연구소의 ‘도시 속 쥐’는 1년 동안 도쿄에서 쥐를 관찰한 인터랙티브 설치작품으로 인간과 동물의 공존 등을 생각하게 한다.

올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아시아의 바다를 배경으로 ‘문명의 이웃들’을 주목한다. 다양한 문명이 만개하는 아시아를 상상하고, 한국과 세계를 잇는 문화 플랫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윤재갑 총감독은 “현재 전세계에는 200여 개 비엔날레가 있다. 대부분 서양 미술의 자장 안에 있다”며 “유일하게 아시아적 가치와 비전을 담아내는 비에날레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외에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전남에서 수묵아트센터를 건립해 연구 및 전시를 기획한다면 다양한 콘텐츠 창제작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시 콘셉트는 뿌리의 재발견(해남), 줄기의 생성 및 확장(진도), 수묵의 세계화(목포)로 구성됐다.
해남은 한국 수묵화의 사유적 전통과 조형성이 발현된 장소적 특성을 내재하는 지역이다. 조선 중기 윤두서의 자화상과 인물화는 사실적 묘사가 압권인 작품들이다. 기법적 차원을 넘어 자연과 인간을 사유하는 예술 언어로 자리잡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땅끝 순례문학관에서는 한국 예술사의 주요 지점을 각기 다른 주제와 재료로 오마주한 한국의 홍푸르메 등 7인의 작품을 만난다.
고산윤선도박물관은 사상 첫 윤두서의 ‘세마도’를 공개했다. 321년간 문중 수장고에서 보관돼있던 작품이 이번에 공개된 것. 윤두서 초기 작으로 말 뼈대와 근육, 볼록한 볼뼈 등 특유의 사실적 묘사가 돋보인다.
운림산방이 자리한 진도 남도전통미술관에서는 구상과 추상, 수묵과 채색을 넘나들며 전후 한국 수묵화를 응시했던 거장 5인의 작품을 만난다. 고암 이응노, 내고 박생광, 산정 서세옥, 남천 송수남, 소정 황창배 등이 주인공이다. 남천 송수남의 ‘여름나무’와 소정 황창배의 ‘무제’는 한국 근현대를 수놓은 수묵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근현대 한국 서예의 흐름을 조명하는 전시도 볼 만하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비롯해 손재형의 ‘탁본’ 등에 담긴 작품세계와 깊은 사유는 걸음을 멈추게 한다.

실내체육관의 작품들은 규모나 크기 면에서 압도적이다. 먹, 물, 종이라는 물성을 지닌 수묵의 특성을 동시대 예술 언어로 확장시킨 작품들은 신선한 미학을 전달한다. 프셰미스와프 야시엘스키의 ‘remember(me)’는 기존 수묵 작품의 관념을 깨뜨리는 설치작품이다. 투명한 패널 사이를 검은 액체가 지나는 동안 드로잉이 구현됐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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