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혜씨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종료… 法 올린다 약속 600일 만에 내려왔다

유혜연 2025. 8. 3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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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기업 먹튀방지법’ 추진에 철수 결정
시민 환호·박수… 고용 회피 현실 드러내
구미 소식에 자매사 평택 니토옵티칼 주목

지난 29일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옥상 농성장에서 600일 만에 고공농성을 마친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크레인에 올라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2025.8.29 구미/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 막을 내렸다. 600일 만에 크레인을 타고 내려온 박정혜씨는 동지들이 건넨 신발을 신고 땅을 디뎠다. 그는 해고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요구를 외면해온 ‘먹튀’ 외투기업에 맞선 투쟁의 상징이었다.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 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고용승계(2월22일 인터넷 보도)를 요구해온 곳은 평택의 한국니토옵티칼. 이곳은 구미 공장의 물량을 이어받고 신규 채용까지 했지만, 해고 노동자 7명의 교섭 요구에는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교섭을 위한 국회 청문회를 열고 외투기업 규제 입법(‘먹튀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평택 공장은 더는 침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600일간 이어진 구미에서의 고공 농성 외침은 이제 이 약속을 등에 업고 평택을 향한다.

지난 29일 오후 3시께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옥상 농성장 아래에서는 ‘600일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29일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옥상에서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2025.8.29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금속노조 조합원과 시민사회 활동가, 정부와 대통령실, 국회의원들이 모여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9m 높이 농성장에서 내려오는 순간을 함께 지켜봤다. 시민들은 그 모습을 휴대폰에 담으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박정혜 한국옵티칼 수석부지회장은 “600일 동안 어떤 날은 힘들기도 했지만 동지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잘못은 니토덴코가 했는데 왜 고통은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승리해서 내려오면 좋았겠지만 두 다리로 내려올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드린다”며 “투쟁이 끝난 게 아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더는 고공에 오르는 이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이야기했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 투쟁의 핵심은 고용승계였다. 한국옵티칼은 지난 2022년 화재 후 폐업했지만 생산 물량은 자매회사인 평택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겨졌다. 그러나 구미 공장 해고노동자 7명은 고용승계에서 제외됐고, 평택 공장은 오히려 156명을 신규 채용했다. 사측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청구액을 4억원대로 늘렸다.

29일 600일 만에 땅을 밟은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동지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8.29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박정혜씨의 고공농성은 외투기업의 고용 회피 현실을 드러내며 교섭과 입법 약속으로 이어졌다. 당·정·대는 이날 노사 교섭을 주선하겠다고 선언했고, 외투기업의 일방적 철수를 막기 위한 이른바 ‘먹튀방지법’ 제정 논의에도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지난 600일 동안 나라가 없었다. 이제 나라가 책임져야 한다”며 “오늘 오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옵티칼 문제를 직접 언급하시며 노동부 장관이 가진 권한을 아끼지 말고 조속히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빠른 시일 내 교섭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미/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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