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타당성 결여 ‘경기국제공항’ 추진 중단을

경기국제공항 건설 계획은 군 공항 이전과 결부된 ‘끼워팔기’식 개발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군 공항 이전을 둘러싼 수년간의 논란 속에서 화성 화옹지구에 민간 공항까지 더하려는 시도는 타당한 수요 예측과 유력한 공항 후보지로 거론되는 화성시 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여객 수요는 명확한 타당성이 결여된 채 과장됐고 첨단 전자반도체 제품을 위시한 항공화물의 비중은 전체 수출 물량의 고작 0.05%에 불과하다. 경기도가 발주해 최근 최종 보고회를 마친 ‘경기국제공항 첨단물류공항 개발 전략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별다른 실질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고 반도체, 바이오헬쓰, 콜드체인, 스마트 물류, 수소경제, 복수공항 등 시류에 인기 용어들을 갖다붙여 나열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해 마치 신공항 건설이 필요한 것을 설득하려는 모양새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다수 지자체와 기관들이 첨단산업, 반도체, 스마트 물류, 트라이포트, 로봇, 인공지능, 바이오 등이런 것들이 사업화되고 상용화돼 마치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오고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하고 선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것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모든 지자체가 이런 식으로 일을 추진한다면 이는 국력의 낭비이자 산업 클러스터의 집중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지자체 간 경쟁 관계에서 상대방의 몫을 갉아먹는 카니발라이제이션 효과만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도 경기도지사는 경기국제공항 건설 추진 전담 부서 신설과 운영 및 수차례 외부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3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환경적, 사회적 파장에 대한 진지한 고려는 부족했으며 더욱이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성실한 대화나 소통 그리고 공감은 거의 없었다고 본다.
화옹지구는 여의도 20배 규모의 생태 갯벌로 멸종위기종 25종과 물새 19종을 포함한 150종 이상의 생물이 서식하는 습지다. 해양수산부에선 이미 생물 다양성 보호 가치가 높은 화성시 매향리 갯벌 14.08㎢ 습지를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고 람사르습지 등재 기준에도 부합하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다. 이곳에 대규모 공항을 짓는 발상은 국가가 표방하는 탈탄소 및 생물다양성 보존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경기국제공항과 매우 유사한 입지인 새만금신공항 건설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군산공항과 불과 1.3㎞ 떨어진 곳에 신공항을 추가 건설하는 것은 중복 투자와 비효율의 극치다. 국토부는 2029년 개항을 목표로 8천77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밝혔으나 이미 군산공항은 이용객 수 부족으로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그 이유는 전북 새만금신공항 건설 시 경제적 효과를 위한 여객과 화물의 수요 창출이 매우 부족한 것이라는 점이고 신공항 배후도시나 산업단지와 기업들의 공항 수요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새만금신공항 건설에 대한 타당성 검토 시 2019년의 비용편익(B/C) 분석 결과는 0.479로 기준치인 1.0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는 사업의 경제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사업이 강행되는 배경에는 지역주민에 대한 선심성 공약과 정치적 이해관계, 건설업계와 결탁한 ‘토건 카르텔’ 의혹이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호남지역에 추진됐던 여러 국책 사업은 거의 모조리 실패로 귀결됐고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만 낭비한 채 지금도 매년 운영 적자와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만 지출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KTX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망이 전국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고 ZOOM, 웨비나, 화상회의 및 온라인 업무 등으로 출장 수요는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공항 건설은 수요를 이끌기보단 기존 수요를 갉아먹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을 심화시킬 뿐이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역시 설득력을 잃었다. 전북지역의 인구는 173만명으로 고령화가 심각하고 배후 산업단지나 상권, 정주 여건도 턱없이 부족하다. 새만금신공항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주장은 지나친 낙관이다. 경기국제공항 역시 공항 배후도시와 산업단지 및 기업 등 여객 및 화물의 수요 창출 부족과 함께 신공항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자체에 대한 계획도 정해진 바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항공화물의 수송 실적이 관광 증가로 인한 여객의 수하물을 제외한 순수 화물의 경우에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한다. 이처럼 경제성장률 둔화와 세계 경제 침체 그리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상호 관세 부과, 전자상거래물품에 대한 개인면세제도의 폐지 등으로 인해 오히려 한국의 항공화물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따라서 경기도의 연구용역보고서에서 보듯이 미래에 여객과 항공화물 수요가 증가한다는 식의 막연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곤란하다. 연구용역에서 추가로 언급된 화물터미널이나 물류단지 등에 대한 수요도 지난 10여년간 경기도 일원에 대규모 물류단지와 화물터미널 등 허가 면적의 급증 및 건설과 반대로 수요 부족 탓에 공실률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따라서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주요 교역국인 미국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기 힘든 전망에서 경기도 일원에 화물터미널과 물류 단지 수요는 오히려 감소할 것이고 기존에 건설된 것들은 수익성 측면에서 적신호가 켜질 것이다. 더욱이 각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이러한 물류단지를 개발해 왔기 때문에 더더욱 국내 물류단지 총량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내지는 감소 추세를 비춰 볼 때 향후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화물 터미널이나 물류 단지와 연계된 경기국제공항 건설 논리는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경기도뿐만이 아니라 경북, 경남, 부산, 전북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신공항과 화물터미널, 물류단지를 연계하려는 계획 때문에 서로 수요가 중첩이 되고 결국 상대의 수요를 뺏어와야만 하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청주국제공항의 여객 및 화물 처리 시설 확대와 연결 광역 교통망 확대를 감안한다면 여객과 화물 수요가 중복 경쟁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경기국제공항에 대한 건설 필요성은 더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기존 인천공항의 경우에는 향후 여객과 화물 수요의 증가에 대비해 충분히 처리능력의 확장이 가능하다.
김해공항 역시 이미 과거에 파리공항공단의 컨설팅용역에서 발표된 바와 같이 확장이 충분히 가능하고 여기에 가덕도신공항, 대구 경북통합신공항, 새만금신공항 등 신설공항이 우후죽순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향후 여객과 화물의 수요에 대한 충분한 처리 능력을 확보한 점에서 비추어 볼 때 경기 국제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대법원이 용인 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당시 시장에게 214억 원 배상 판결을 내린 사건은 이와 유사한 공공사업이나 국책사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수요를 과장하고 B/C 분석을 부풀린 사업에 대해, 지자체장에게도 민사 책임을 묻는 판례가 형성된 것이다.
이번 사례는 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예측을 담당한 외부 용역기관과 연구자들의 책임 문제도 앞으로는 법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지금껏 예산 낭비에 책임지지 않았던 공공부문 전문가 집단과 자문기관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다. 지금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그리고 경기국제공항 등에 신공항 건설에 대해 추후 막대한 예산 투입과 국민 혈세의 낭비가 밝혀질 경우에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 추궁과 손해배상 책임이 명백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토목 위주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K-콘텐츠, AI, 반도체, 드론, 로봇, 사이버 보안, K-컬처 등 4차 산업과 소프트파워 분야에 투자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해저 데이터센터 등 미래형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은 해저 케이블 세계 1위 국가로서 해당 분야에서 선도 국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러한 첨단 산업의 시대 흐름에 상반된 전통적인 공항, 항만, 고속도로, 철도 등 하드웨어 중심의 사회간접시설의 건설은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다.
공항은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환경 파괴와 최대한의 효율을 담보할 때만 추진돼야 한다. 지금처럼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 미국 내 공장 건설에 의한 현지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은 향후 우리나라의 반도체, 이차전지, 전자제품 등 첨단화물의 항공화물 수요의 증가를 불확실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화성 갯벌과 습지 그리고 철새 등 수많은 생물종의 생존마저 위태롭게 만들어 생태계 파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대다수 건설부채와 운영 적자에 국민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신공항을 다시 건설해 미래 세대에게 빚과 환경 생태계 파괴를 물려주는 일은 중단돼야 마땅하다.
경기국제공항, 새만금 신공항 모두 그 목적과 방식 그리고 기대효과 측면에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공항 하나가 들어서면 수천억 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수십 년 동안 적자 운영에 따른 국민 부담이 계속된다. 정치적 야심과 지역 이기주의가 결합한 비현실적 개발 논리는 이제 멈춰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항을 짓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현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해서 진정 무엇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하는가'를 되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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