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도심항공교통(UAM)이 열 부산 하늘길
치밀한 상용화 계획 세워 관련 산업 육성과 더불어 첨단 도시의 위상 갖춰야
“훨훨 날아서 눈 깜짝할 사이에 원하는 곳에 갈 수는 없을까”. 대도시에 살면서 출퇴근 길, 혹은 약속 장소에 가려다 지독한 교통 체증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내뱉을 터다. 혼잡한 시간대에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정해진 시간을 지킬 수 있는지가 우선 머리 속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1분1초가 아까운 현대인들에게 약속을 어긴다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상대에게도 결례가 될 수 밖에 없다. 교통 체증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갖춰졌다는 도시가 주는 단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근데 그냥 하소연 삼아 중얼거렸던, 하늘을 날아서라도 ‘교통지옥’을 벗어나고 싶다던 이 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어서다. UAM은 수직으로 뜨고 내리는 항공기를 활용해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4~5명을 태울 수 있는 ‘에어 택시’가 눈에 띈다. 헬리콥터 등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난 데다 소음도 적어 도심 교통 체증을 해소할 최적의 장비로 여겨진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전국 지자체에서 추진할 ‘K-UAM 시범 사업’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UAM 활용 방안을 수립하면 관련 예산 지원, 연구개발( R&D) 및 실증 연계, 전문 기관 조언 등을 진행한다. 부산시의 계획도 받아들여졌다. 사업 주제는 ‘하늘-바다-땅을 연결하는 통합형 UAM 버티포트 구축’이다. 버티포트는 수직비행(Vertical flight)과 항구(port) 및 공항(airport)의 합성어다. UAM이 이착륙하고 정비, 충전 등을 할 수 있는 정거장을 일컫는다. 계획대로라면 이 시설은 부산 북항 국제여객터미널과 해운대 송림공원에 들어선다.
시가 구상한 도심항공교통의 비행 거리는 16.5㎞다. 북항에서 해운대를 오가며 해양·도심·비즈니스 관광을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렇게 되면 KTX나 크루즈를 타고 부산역 또는 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이들이 곧바로 UAM에 올라 몇 분 내에 해운대로 갈 수 있게 된다. 시는 아울러 민간기업(GS건설)과의 협업을 통해 관광객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지역 관광산업의 경쟁력 제고, 첨단 도시의 위상 강화 등도 추진한다. 또 장기적으로 도심 교통 체증 해소에 보탬이 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경남과 울산 역시 UAM 체계 구축에 열의를 보인다. 경남은 전남과 공동으로 ‘UAM으로 연결되는 남해안 관광벨트 실현’이라는 사업을 추진한다. 남해안 지역 연계 교통 불편 해소로 새로운 해양관광문화 선도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울산은 ‘태화강을 따라 하나 되는 U-Line 광역교통 서비스’(36.4㎞)를 내세웠다. 태화강과 울산역을 잇는 대체 교통망을 구축, 기존의 도로 중심 교통체계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물론 계획이 수립됐다고 해서 곧바로 부산을 비롯한 울산, 경남 상공에 UAM이 떠다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국토부는 잠정적인 상용화 시기를 2028년, 도심 운항 시기를 2032년으로 잡고 있다. 기술 개발 속도에 따라 뒤로 더 밀릴 수도 있다. 게다가 부산의 구상은 국토부 선정 순위에서 다른 곳에 비해 뒤로 밀렸다. 앞서 국토부는 심사 과정에서 사업 가능성의 속도가 가장 높은 경남 등의 제안에 대해서는 ‘예산 지원형’으로 분류했다. 반면 부산은 이보다 우선 순위가 낮은 ‘전문 컨설팅 지원형’으로 뽑혔다. 울산은 ‘R&D 및 실증 연계형’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UAM 체계 구축 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평가 결과가 부산의 UAM 발전 가능성을 가로 막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 얼마나 총력을 집중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어느 도시보다 잠재력이 뛰어난 부산의 특성을 고려하면 UAM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가덕도신공항 개항도 첨단 교통망을 필요로 한다. 전문가들은 동남권 관문 공항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도심과 공항 간을 20분 정도에 이동할 교통수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접근 철도와 도로도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UAM이 더 확실한 대안이라는 이야기다.

시는 이왕 UAM에 대한 얼개를 만든 만큼 이전보다 더 고도화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 UAM 산업에 필수적인 도시 수요, 지리적 환경 등을 고루 갖추고 있는 부산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교통체계 구축이 늦으면 지역 발전도 덩달아 더뎌진다. 지금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해양수도 도약을 위한 발걸음을 딛고 있다. UAM 체계 구축도 이런 움직임을 뒷받침해야 한다.
염창현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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