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 인천] 반상위의 우주… 생각의 힘 키우다
인천시교육청 ‘바둑중점학교’… 인천굴포초 학생들 ‘진지한 한수’
호구·미끼·포석·승부수… 활로 계산 법도
1·2학년생들 1주일에 한번씩 ‘바둑 수업’
“교차점은 361개… 우리 인생과도 닮아”
칠판 옆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요’ 눈길
집중력 향상·문제해결에 예절교육 효과
시교육청, 작년 학생 만족도 좋은 평가
올 운영학교 8곳으로 늘려 대회도 추진
“오늘은 호구(虎口)에 대해서 배워볼까요?”
지난 28일 오전 인천굴포초등학교 2학년 교실. 다른 수업과 달리 이날 학생들 책상 위에는 바둑판과 바둑알이 놓여 있었다. 인천굴포초등학교는 지난 2023년부터 ‘바둑중점학교’로 선정됐다. 올해는 1·2학년 학생들이 1주일에 한 차례씩 바둑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시간엔 2학년 학생들의 바둑 수업이 진행됐다.
이날은 한승아 강사가 ‘호구’, ‘활로’를 계산하는 방법, 상대 돌을 잡기 위해 미끼 돌을 두는 방법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들은 한 강사가 설명한 내용을 짝과 함께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바둑돌을 뒀다. 이긴 학생들은 웃으며 기뻐했고, 진 학생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서정 양은 “바둑을 할 때면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는 것 같아 좋다”며 “1학년때부터 바둑 수업을 들었는데, 친구들과도 더욱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원 군은 “매번 수업이 기대된다”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서유승 군은 “게임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강사는 “바둑돌을 두는 교차점은 361개”라며 “1년이 365일인 것을 떠올리면 된다. 이러한 점을 포함해 바둑은 우리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 강사가 가르친 ‘호구’는 바둑돌 세 점이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말한다.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과 비슷해 ‘호랑이 입’이라는 뜻으로 호구라고 불린다. 상대가 호구에 돌을 놓으면 그 돌을 따낼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일상생활에서는 어수룩하고 순진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호구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쓰는 바둑 용어가 많다. ‘포석(布石)’, 국면(局面), 승부수(勝負手) 등이다.
한 강사는 학생들에게 바둑을 둘 때 자세와 태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학생들에게도 반복적으로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바둑중점학교 전용 교실인 이 곳 칠판 옆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아요’, ‘자기 자신을 믿어주세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요’, ‘승패를 따지지 말고 마음을 나누어요’ 등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이 씌어 있기도 했다.
한 강사는 “무엇보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등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바둑의 장점”이라며 “숏폼 등 자극 짧은 동영상이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며 “바둑은 이와는 대조적이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다”고 했다.

미국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도 바둑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 내엔 바둑동호회도 여러 개 운영되고 있다.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로 평가받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도 바둑을 즐겼다.
바둑은 집중력 향상과 문제 해결력 상승, 예절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엔 대안스포츠로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앞서 2016년엔 이세돌 당시 프로바둑기사가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펼친 승부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토대로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2023년부터 ‘바둑중점학교’를 운영했다. 첫 해에는 인천굴포초 1개교로 시작했으나, 2024년엔 인천굴포초에 인천능내초, 인천이음중 등 3개교로 확대했다. 올해는 인천산곡북초, 인천운남초, 인천창영초, 인천구월서초, 인천신현북초 등 5개 학교가 늘어 총 8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바둑이 학생들의 정서 안정, 사고력, 사회성 등 부문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바둑중점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천굴포초는 100점 만점에 90.25점을 받았다. 인천이음중은 98.7점을, 인천능내초는 80.2점을 받았다.
학생들은 조사에서 “일주일에 2번 했으면 좋겠다”, “수업이 재미있다”, “다음 학년에도 바둑을 하고 싶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학생들이 참여하는 바둑대회 개최를 추진할 예정이다. 바둑을 배우고 있거나, 바둑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체육건강교육과 빅경훈 장학사는 “아이들이 수업한 내용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바로 옆 짝꿍과 바둑을 둔다. 모든 학생들이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바둑은 집중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고, 어릴 때 바둑을 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바둑대회에도 많은 학생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바둑 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 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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