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세계’를 향한 초대…포용디자인의 미래를 그리다
11월 2일까지 19개국 작품 163점 선봬
섬유·건축·공예로 풀어낸 포용의 지형도
기술과 인간의 윤리적 공존…방향성 실험
일상 속 공감과 언어, 디자인의 새로운 정의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지난 2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65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을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11월 2일까지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다.
총감독은 국내 1세대 산업디자이너이자 미국 사바나 예술대학교 교수인 최수신이 맡았으며 미국·일본·영국 등 19개국 429명의 디자이너와 84개 기관이 참여해 총 16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1전시관: 포용디자인과 세계
전 세계가 실천해온 포용디자인의 흐름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접근성과 연대가 어떻게 확장됐는지 살펴본다.
이탈리아 응용예술디자인대학(IAAD: Istituto d'Arte Applicata e Design) 섬유·패션 디자인학과의 연구로 완성된 25벌의 오트쿠튀르 의상 '리버스 체인지(2024)'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변화와 회복의 이야기를 전한다. 순환경제의 실현과 환경 부담 감소, 지속가능한 미래를 제시하는 패션을 선보인다.
밀라노공과대학의 '부유하는 둥지(2025)'는 기후 위기로 발생한 해수면 상승에 대응해 '지식의 도서관'이라는 개념으로 열 개의 수상 구조물로 구성된 작품이다. 베네치아, 리스본, 이스탄불, 마요르카 등 다양한 지리적·문화적 맥락에 맞춰 설계된 이들 구조물은 문화와 사회가 만나는 대안적 공간으로 자리한다.

◇2전시관: 포용디자인과 삶
'나', '나와 우리', '나와 사회'를 위한 포용이라는 세 가지 시각으로 구성돼 개인의 경험에서부터 사회적 관계까지 디자인이 공감과 환대의 태도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한다. 마치 공기와 물처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포용디자인을 살펴보고, 사용자 관점에서 모두의 관점으로 확장되는 포용디자인의 영향력을 분석한다.
놀공의 '포용도감: 포용하지 않으면 죽는다(2025)'는 게임 기반 참여형 전시로 관람자가 직접 '포용'이라는 개념을 탐색하고 기록하는 공간이다. '포용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부제는 나 아닌 다른 존재를 포용하지 못하면 고립되고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이자, 포용받지 못해 사라지는 존재의 절규를 담고 있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를 더 포용적인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토스 유니버설 디자인팀의 '일상을 잇는 도구들(2025)'은 뛰어난 전문성을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는 시각장애인 다섯 명의 인터뷰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이들이 각자의 이유에 따라 한 몸처럼 선택한 각각의 도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3전시관: 포용디자인과 모빌리티
이동이 단순히 물리적 수단이 아니며 인간 존엄성과 삶을 보장하는 방법임을 말한다. 모빌리티가 수단이 아닌 목적과 본질에 다가가는 배경임을 포용디자인으로 보여준다. '모두를 위한 이동'의 성찰과 그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주식회사 하이코어가 디자인한 '스마트 로봇체어 에브리고 HC1(2025)'는 이동 약자를 위한 차세대 이동 보조기기다. 다양한 신체 조건을 고려해 좌석 높이와 등받이를 제작했으며, 전동식 이동 시스템으로 사용자의 체력 소모를 줄였다. 휠체어가 아닌 로봇체어라는 명칭을 통해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개인형 모빌리티 기능도 강조한다. 전시장에서 로봇체어를 직접 타며 교통 약자의 시선을 체험할 수 있다.
디자인드 바이 현대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E3W, E4W(2025)'는 인도에서 대중적으로 각광받는 이동수단 릭샤의 재탄생이다. 노인과 장애인도 탑승하기 편한 넓은 출입구와 낮은 탑승 높이, 외부 환경이나 도로 주행 시 충격에 대비한 구조를 갖췄다. 릭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전기차 기반 설계가 적용됐다.

◇4전시관: 포용디자인과 미래
'로보틱스, 인공지능, 자연, 웰빙' 등 네 가지 키워드로 인간과 기술의 공존이 윤리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디자인을 이야기한다.
팽민욱 작가의 '스시 2053(2023)'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초밥 작품이다. 각 초밥의 형태는 인간 통제를 벗어난 자연 속 돌연변이의 비선형성과 닮았다. 이는 오염과 기후변화에 따라 변한 환경과 우리가 맺을 새로운 관계를 의미하며, 익숙한 형상 속 낯선 질감은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숙고하게 한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광주 도시철도 포용디자인 프로젝트'도 선보인다. 광주의 관문인 광주송정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한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시민과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한 시민참여형 디자인 실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최태옥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코디네이터는 "지역의 우수한 역량을 갖춘 12명의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이 참여해 실제 도시 공간에 적용될 디자인을 함께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디자인 포인트는 무인 매표대다. 노선도 표시 각도를 15도로 기울여 어느 거리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휠체어 이용자도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해 포용디자인의 원칙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용디자인 인포그래픽 89종과 시설물 디자인 13종이 이번 프로젝트에 포함됐다"며 "모든 디자인은 올해 12월까지 광주송정지하철역에 실제로 반영되어 완공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6개국 14개 디자인 대학의 학생 40여 명이 참가하는 '72시간 포용디자인 챌린지'가 9월 2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진행된다. 참가 학생들은 디자인 주제인 포용디자인을 제품, 공공, 그래픽, 서비스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실제 적용 가능한 과제를 수행한다. 완성된 결과물은 세계디자인협회(WDO: World Design Organization)를 통해 공개됨으로써 글로벌 디자인 담론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예정이다.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이번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통해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예술의 영역을 넘어 디자인까지 담론을 확장하는 중요한 기회를 맞이했다"며 "광주는 아시아 문화도시로서 세계 디자인 담론을 이끌며 포용디자인이 지역과 세계 공동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