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세계’를 향한 초대…포용디자인의 미래를 그리다

정유진 기자 2025. 8. 3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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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
11월 2일까지 19개국 작품 163점 선봬
섬유·건축·공예로 풀어낸 포용의 지형도
기술과 인간의 윤리적 공존…방향성 실험
일상 속 공감과 언어, 디자인의 새로운 정의
1.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지난 2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 2일까지 65일간 일정에 들어갔다. 사진은 관람객들이 큐레이터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지난 2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65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을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11월 2일까지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다.

총감독은 국내 1세대 산업디자이너이자 미국 사바나 예술대학교 교수인 최수신이 맡았으며 미국·일본·영국 등 19개국 429명의 디자이너와 84개 기관이 참여해 총 16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너라는 세계: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로 디자인을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이 아닌, 존재를 인식하고 포용하는 방법론으로 바라보는 철학이 담겨 있다. ▲세계관 ▲삶관 ▲모빌리티관 ▲미래관 등 네 가지 주제로 구성돼 우리가 일상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불편함과 사회적 구조를 디자인의 시선으로 재조명한다. 특히 광주의 역사성과 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예술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전시들이 주목된다.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요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1전시관: 포용디자인과 세계

전 세계가 실천해온 포용디자인의 흐름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접근성과 연대가 어떻게 확장됐는지 살펴본다.

이탈리아 응용예술디자인대학(IAAD: Istituto d'Arte Applicata e Design) 섬유·패션 디자인학과의 연구로 완성된 25벌의 오트쿠튀르 의상 '리버스 체인지(2024)'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변화와 회복의 이야기를 전한다. 순환경제의 실현과 환경 부담 감소, 지속가능한 미래를 제시하는 패션을 선보인다.

밀라노공과대학의 '부유하는 둥지(2025)'는 기후 위기로 발생한 해수면 상승에 대응해 '지식의 도서관'이라는 개념으로 열 개의 수상 구조물로 구성된 작품이다. 베네치아, 리스본, 이스탄불, 마요르카 등 다양한 지리적·문화적 맥락에 맞춰 설계된 이들 구조물은 문화와 사회가 만나는 대안적 공간으로 자리한다.

규슈대학교의 '텍스타일 카토그래피: 실로 그린 지도(2025)'는 전 세계 29개 대학, 예술 단체, NGO 등 6천여 명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섬유 공예를 통한 자기 서술의 방식을 보여준다.
 
토스 유니버설 디자인팀 作 '일상을 잇는 도구들(2025)'.

◇2전시관: 포용디자인과 삶

'나', '나와 우리', '나와 사회'를 위한 포용이라는 세 가지 시각으로 구성돼 개인의 경험에서부터 사회적 관계까지 디자인이 공감과 환대의 태도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한다. 마치 공기와 물처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포용디자인을 살펴보고, 사용자 관점에서 모두의 관점으로 확장되는 포용디자인의 영향력을 분석한다.

놀공의 '포용도감: 포용하지 않으면 죽는다(2025)'는 게임 기반 참여형 전시로 관람자가 직접 '포용'이라는 개념을 탐색하고 기록하는 공간이다. '포용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부제는 나 아닌 다른 존재를 포용하지 못하면 고립되고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이자, 포용받지 못해 사라지는 존재의 절규를 담고 있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를 더 포용적인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토스 유니버설 디자인팀의 '일상을 잇는 도구들(2025)'은 뛰어난 전문성을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는 시각장애인 다섯 명의 인터뷰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이들이 각자의 이유에 따라 한 몸처럼 선택한 각각의 도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린이 박물관에 설치된 '마음보듬소(2023)'도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이 공간은 발달장애 아동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국내 박물관이나 교육 프로그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공간이자, 미래 공공 문화시설 방향성에 관한 제안이다. 빛과 소리를 관람객이 직접 조절하며 감각 과민을 완화할 수 있으며 발달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이들이 쉴 수 있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디자인드 바이 현대 作 '마이크로 모빌리티 E3W, E4W(2025)'.

◇3전시관: 포용디자인과 모빌리티

이동이 단순히 물리적 수단이 아니며 인간 존엄성과 삶을 보장하는 방법임을 말한다. 모빌리티가 수단이 아닌 목적과 본질에 다가가는 배경임을 포용디자인으로 보여준다. '모두를 위한 이동'의 성찰과 그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주식회사 하이코어가 디자인한 '스마트 로봇체어 에브리고 HC1(2025)'는 이동 약자를 위한 차세대 이동 보조기기다. 다양한 신체 조건을 고려해 좌석 높이와 등받이를 제작했으며, 전동식 이동 시스템으로 사용자의 체력 소모를 줄였다. 휠체어가 아닌 로봇체어라는 명칭을 통해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개인형 모빌리티 기능도 강조한다. 전시장에서 로봇체어를 직접 타며 교통 약자의 시선을 체험할 수 있다.

디자인드 바이 현대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E3W, E4W(2025)'는 인도에서 대중적으로 각광받는 이동수단 릭샤의 재탄생이다. 노인과 장애인도 탑승하기 편한 넓은 출입구와 낮은 탑승 높이, 외부 환경이나 도로 주행 시 충격에 대비한 구조를 갖췄다. 릭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전기차 기반 설계가 적용됐다.

영국 대표 택시 브랜드인 LEVC 코리아는 'LEVC TX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2021)'를 선보인다. '블랙캡' 모델은 모두의 이동권 보장을 목표로 휠체어, 유모차, 고령자, 짐 많은 승객 등 다양한 이용자가 쉽게 탑승할 수 있도록 높고 넓은 층고를 채택했다. 최대 6명이 탑승 가능하도록 넉넉한 실내 공간이 편안한 이동 환경을 제공한다.
 
다니 클로드(Dani Clode) 作 '세 번째 엄지손가락(Third Thumb)'.

◇4전시관: 포용디자인과 미래

'로보틱스, 인공지능, 자연, 웰빙' 등 네 가지 키워드로 인간과 기술의 공존이 윤리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디자인을 이야기한다.

팽민욱 작가의 '스시 2053(2023)'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초밥 작품이다. 각 초밥의 형태는 인간 통제를 벗어난 자연 속 돌연변이의 비선형성과 닮았다. 이는 오염과 기후변화에 따라 변한 환경과 우리가 맺을 새로운 관계를 의미하며, 익숙한 형상 속 낯선 질감은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숙고하게 한다.

DLX 디자인 랩과 도쿄대학교 수의행동학 연구소의 '도시 속 쥐(Rats in the City, 2025)는 도쿄에서 1년간 쥐를 관찰한 기록으로 제작된 인터랙티브 설치작품이다. 프로젝터로 투영된 쥐의 그림자와 움직임을 따라가며 무조건적인 방제 방식을 재고하게 하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과 생태적으로 더 포용적인 도시로 생각을 유도한다.
 
팽민욱 作 '스시 2053'.
◇뉴노멀플레이그라운드:감각으로 연결되는 놀이터=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뉴노멀플레이그라운드: 감각으로 연결되는 놀이터'는 시각 중심의 전시 관람 방식을 넘어 다양한 감각 체험을 제안한다. 빛, 소리,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원형 공간을 지나면서 여러 가지 감각을 동시에 경험하도록 조성했다. 관람자의 동선에 따라 앞서 경험한 감각이 종합되어 각기 다른 체험을 하게 만든다. 무뎌진 감각과 경험을 되살려 다양한 감각을 한자리에서 느끼도록 디자인된 이 공간은 아인투 아인(Ayinto Ayin)의 기획으로 실현됐다.
뉴노멀플레이그라운드-강윤정 作 '감각의 지형(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광주 도시철도 포용디자인 프로젝트'도 선보인다. 광주의 관문인 광주송정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한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시민과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한 시민참여형 디자인 실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최태옥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코디네이터는 "지역의 우수한 역량을 갖춘 12명의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이 참여해 실제 도시 공간에 적용될 디자인을 함께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디자인 포인트는 무인 매표대다. 노선도 표시 각도를 15도로 기울여 어느 거리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휠체어 이용자도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해 포용디자인의 원칙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핵심은 역사 내부 벽면에 설치된 '무등, 모두를 향한 시선' 공간 연출이다"며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의 전경과 민주화의 아픈 역사를 시각화해, 높은 각도와 낮은 각도 모두에서 포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덧붙였다.
최태옥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코디네이터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그는 "포용디자인 인포그래픽 89종과 시설물 디자인 13종이 이번 프로젝트에 포함됐다"며 "모든 디자인은 올해 12월까지 광주송정지하철역에 실제로 반영되어 완공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6개국 14개 디자인 대학의 학생 40여 명이 참가하는 '72시간 포용디자인 챌린지'가 9월 2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진행된다. 참가 학생들은 디자인 주제인 포용디자인을 제품, 공공, 그래픽, 서비스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실제 적용 가능한 과제를 수행한다. 완성된 결과물은 세계디자인협회(WDO: World Design Organization)를 통해 공개됨으로써 글로벌 디자인 담론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예정이다.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이번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통해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예술의 영역을 넘어 디자인까지 담론을 확장하는 중요한 기회를 맞이했다"며 "광주는 아시아 문화도시로서 세계 디자인 담론을 이끌며 포용디자인이 지역과 세계 공동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