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자본 고르는 ‘뉴 게임’ [뉴노멀-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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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인텔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미국판 국가자본주의'의 서막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가 인텔에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재무 회복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미 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더 이상 순수한 시장 시스템이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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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 더밀크 대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인텔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반도체지원법(CHIPS법) 보조금 약 109억달러(약 15조2천억원)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단순히 기업에 돈을 준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직접 주주로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운용 원리를 다시 쓰는 역사적 사건이다.
미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해왔다. ‘정부는 승자와 패자를 고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보수주의의 핵심 원칙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국가가 필요한 기업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고 경영에 개입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세운다. 즉, 대통령이 핵심 주주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미국판 국가자본주의’의 서막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이번 정부 지분 인수는 기술력보다는 정치력으로 생명을 연장받는 전형적인 사례다. 미국 정부가 인텔에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재무 회복이 아니다. 이는 ‘반도체의 전략 자산화’로 봐야 한다. 지정학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 안전망 구축인 동시에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의 ‘버티기 전략’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과정이 시장 논리보다 정치 논리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의 중국 투자 이력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압박했다가, 백악관에서 만난 뒤 태도를 바꾼 모습은 이미 “주주자본주의 이후의 시대”를 보여준다.
이 미국발 산업정책의 전환은 한국에 상반된 메시지를 던진다. 우선 기회 측면을 보면, 미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택된 기업만 지원한다면 티에스엠시(TSMC)나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초격차 기업의 공급 안정성은 오히려 부각된다. 미국 고객사인 엔비디아나 애플 입장에서는 성능이 떨어지는 인텔보다 검증된 공급자와의 관계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미국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위기 요소도 크다. 미국 정부가 특정 기업에 직접 지분을 갖고 자금을 배분하는 모델은 한국 기업에 ‘정치적 충성’이라는 비경제적 변수를 요구할 수 있다. 향후 한국 기업이 미국 내 투자나 인허가, 기술 제휴를 진행할 때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해치고, 규범에 따른 글로벌 비즈니스 질서를 약화시킨다.
결과적으로 미 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더 이상 순수한 시장 시스템이 아님을 보여준다. 트럼프식 자본주의는 신보호주의, 지정학, 산업정책, 국가안보라는 네가지 키워드로 수렴된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와 글로벌 가치 사슬을 기반으로 한 ‘탈정치화된 자본주의’의 종말을 뜻한다. 세계는 다시 ‘정치가 자본을 고르는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이 시스템은 중국이 만들고 성공하자 미국이 따라가는 모양새다.
그 결과 전통적인 자유시장과 공정경쟁의 원칙은 정치의 그림자 속에 들어가고 있으며 그 영향은 한국과 같은 수출 강국에 직격탄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자본주의의 규칙이 바뀔 때 가장 먼저 휘청이는 것은 힘없는, 중간에 낀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변화의 의미를 정확히 읽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 바이오, 우주항공 등 핵심기술 분야에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기술적 자율성 확보를 통한 협상력 강화, 다변화된 파트너십을 통한 리스크 분산 등 우리만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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