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대미 투자에 가려진 청년 일자리

2025. 8. 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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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한·일, 한·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마무리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나 이면의 상황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압박에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미국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를 제시하였다. 국내 기업들은 또한 천문학적 대미 투자와 고용을 약속하고 돌아왔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와 기업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보장한 셈이다. 그만큼 국내 산업 투자와 청년 고용의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상압력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미국 투자를 약속하였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의 갑작스런 퇴진과 이재명 정부로의 권력 교체는 미국이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렇기에 이재명 정부의 선택 폭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벌 총수들의 대미 투자를 독려하고, 미국내 고용 창출을 약속하는 모습은 씁쓸하다. 만약 이 정도의 투자와 관심이 국내 산업과 고용 창출에 쏟아졌다면 하는 아쉬움이다.

이재명 정부는 ‘미래 신산업 육성’, ‘노동권 강화’, ‘지역 균형 발전’을 산업 정책의 핵심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AI, 빅데이터, 로봇 등 첨단 산업의 육성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고용 유발 효과도 제한적이다. 오히려 AI와 로봇은 노동 인력 대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 고용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재해가 여전히 빈번하고 노동자 권리 보호가 미흡한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노동권 강화 과정에서 유연한 조율은 필수적이다.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면 고용 창출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노동자 권리 보장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기업이 해외로 떠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말하듯 “기업이 떠나면 그때 가서 법을 고치면 된다”는 식의 대응은 무책임하다. 기업은 해외로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청년 고용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4년 대학 졸업자 32만 명 중 약 17만 명만이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률은 64.6%. 이는 전년도에 비해 1.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대졸자 20명 중 7명은 졸업 이후에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비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대졸자가 405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암울하다. 이는 ‘취업난’이라는 단순 통계 문제를 넘어선다. 사회 진입에 실패한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등 사회 구조적 불안전성을 키운다.

정부의 본질적 역할은 국민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데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먹사니즘’ 역시 국민의 생계와 고용 문제로 귀결된다. 특히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일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단기 아르바이트와 공공근로 같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청년들이 장기적으로 안정된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지도자라는 체면을 내려놓고 노골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고율 관세라는 압박이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불러오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투자와 고용 창출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정치권이 정파를 초월해 ‘고용’을 최우선 과제로 두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에서도 먹사니즘은 제일 중요하며, 그것이 곧 표심을 움직이는 힘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차, SK, 한화 등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의 매출총액은 늘어나지만 한국 내 고용이 줄어드는 상황은 이제 현실의 일이다. 더구나 여천NCC처럼 세계적 기술력을 지닌 석유화학 기업조차 중국의 저가 경쟁에 밀려 기업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구조조정을 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고용 정책의 수립이다.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고, 외국 기업을 붙잡으며, 국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뢰 회복 전략이 시급하다. 현재의 국내 산업과 일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K-일자리 수출’이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안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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