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의 심리학의 지혜] '언러닝'의 시대를 사는 법
AI 능가할 창의적 아이디어
배운 것도 과감히 버릴 필요
기업들, 일의 방식 바꾸려면
새 규칙 잘 지킬때 인센티브
이후엔 노력에 대해 보상을

코닥, 노키아, 블록버스터, 그리고 마이크 타이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기존의 기술이나 역량에 지나치게 고착돼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기업과 개인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과거의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까.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언러닝(unlearning)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실 러닝(학습)이란 단어는 익숙하다. 실제로 머신러닝, 딥러닝, 잠재적 러닝 등 수많은 학습 관련 용어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성형 AI가 일상화되면서 이제 기계는 인간의 러닝 능력을 월등히 뛰어넘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간이 일정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기본적인 전문성을 지니고 난 뒤부터는 성장을 위해 러닝보다 언러닝이 더 중요하고, 그것이 필수적인 역량이 된다. 왜냐하면 패턴을 학습하는 것이 AI라면 그 패턴으로부터 벗어나는 새로운 해결책이나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중차대한 사명이 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앨빈 토플러가 "21세기의 문맹은 못 읽고 못 쓰는 것이 아니라 언러닝을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겠는가.
물론 인간이 더욱 지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과정을 밞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통해 비판적 사고, 성취 지향적 자세, 그리고 지속적인 학습의 경험을 배운다. 하지만 한 차원 더 높은 성취나 심지어 혁신적인 창조는 이전에 학습한 것 중 일부를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비우지 않은 컵은 채울 수가 없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문제는 이 언러닝이 왜 그리도 잘 안 되느냐는 것이다. 수많은 똑똑한 개인과 그들이 모여 만든 기업이 왜 그리도 같은 과정을 거쳐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것일까. 아마도 한 번 학습된 것을 지우거나 잊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따라서 언러닝을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방법이, 그것도 단계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새로운 시도'에서 '노력'으로 보상의 초점을 옮겨 가는 것이다. 무슨 뜻일까.
첫째, 습관은 단순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습관이 기존 습관 위에 '덮어 씌워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고든 로건 밴더빌트대 석좌교수는 이를 이른바 '역행습관(reverse habit)'이라 부르며 이를 위해서는 그 새로운 규칙을 따를 때에만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뒤따라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아마도 돈과 같은 인센티브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셈이 된다. 따라서 이 단계나 상황에서는 일의 가치나 의미와 같이 추상적인 측면에 대한 강조는 의외로 별 효과가 없다. 즉 언러닝의 초기 단계에서는 어떻게든 외적 동기가 내적 동기보다 더 효과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버려야 하는 이유를 깔끔하게 설명하고 새로운 규칙을 실천할 때 확실히 보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둘째, 기존의 것을 언러닝하고 새롭게 학습한 것이 어느 정도 정착됐다 싶으면 이제 하나의 조치가 더 추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결과보다는 '노력'을 한 것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이를 '학습된 근면성(learned industriousness)'이라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결과가 나빠도 계속해서 노력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비로소 내적 동기가 형성되게 된다. 언러닝은 이 두 단계를 순서대로 밟지 않으면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그러니 나 자신의 삶에서부터 우리 주위의 다양한 집단과 사회에서 이 둘 중 어느 것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지 한번 살펴보자. 분명히 어딘가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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